신입생 환영회

신입생 환영해

by 무름

21학번, 대학생. 아마 그게 20살의 내 직책이었던 듯 하다. 남들이랑 먹는 술은 고등학생 때부터 이미 아버지랑 나눴기 때문에 딱히 관심 없었다.


신입생 환영회와 mt. 남자 선배들의 객기와 여자 후배들의 유혹. 난 그런 거 필요없어서, 전부 무시하고 그냥 담배 한 대하고 혼자 버드와이저 한 캔.


갓 스무살이 되자마자, 다들 들떠있던 걸 기억한다. 난 수능 수험표를 받고, 그들의 좋은 기운에 너무 기분이 뭣같아서 수능도 보지않고, 매일같이 잠만 15시간씩 잤다.


당연히 수험표 할인은 받을 수 있었지만, 상술에 당해서 돈 나가는게 싫었다. 다들 롯데월드나 화장품, 먹을 것들을 사먹을 때 혼자 담배를 샀다.


아마 그때 쯤부터 정신과에 가기도 하며 수면제를 타먹기 시작했다. 그 당시는 너무 힘든 기억이라 내 뇌가 무의식적으로 잊으려 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떠올리기가 힘들다.


확실한 건 내 스무살은 지옥같았다는 것. 개같은 군대도 가야했고, 또 이사를 할 지도 모르는데, 어디로 도착할 지 모르는 상태를 지속했다. 마치 출구가 없는 터널을 걷는 것처럼 그저 걸었다. 처음엔 뛰었다. 근데 시발 끝이 안보였다. 그래서 그때부터 벽에 손을 대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계속 걸으니까 저 끝에서 뭔가 반짝였다. 아마 그게 출구인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때부턴 다시 뛰었던 거 같다. 그게 스물넷, 올해였다.


지금은 거의 끝에 다다른 느낌이다. 동안 나는 군면제, 대학 자퇴, 정신병을 얻었다. 눈에 보이는 건 이 정도, 군면제 빼고는 전부 별로인 것들인 듯 하다. 사실 군면제도 딱히 좋은 건 아니다.


술 담배도 많이 사봤지만, 이제 내 구매 목록에서 남은 건 콘돔 뿐이다. 어려운 건 처음 뿐, 그 후부턴 쉬워진다. 예전처럼 성적인 것에 관심 많던 중학생은 아니라, 이젠 여성의 육체는 다 거기서 거기다.


난 연애 경험은 아예 없지만, 성경험은 한 번 있다. 과연 그녀는 어떨까. 뭐 처녀를 원한다거나, 첫경험을 중요시하진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대화와 마음이다. 육체적인 대화도 좋고, 일상적인 대화도 좋다. 난 그냥 그때 서로의 마음이 잘 통했으면 좋겠다.


대화없는 삶은 너무 차가우니까. 마치 청소년기 때의 우리 집안 분위기처럼 쥐죽은 듯 하다면 그건 정말 슬플 것이다.


그럴 바엔 죽을 것이다. 누군가가 만약에 "네가 고등학생 때로 돌아가면 무엇을 할래?"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내 선택은 자살이겠지.


정말 뭣도 몰랐으니까, 버텼던 거 같다. 만약 앞으로의 내 길이 그때처럼 힘들거라면 난 죽음 앞에서 애원할 것이다. 그래서 난 미래 예지 능력 같은 건 바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도 필요 없다.


내게 필요한 건 오직 현재와 오늘. 내 하루를 잘 살아가는 것에만 모든 관심이 쏠려있다.


과연 오늘을 잘 살았을까. 매일 밤 거울 앞에서 묻는다.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는 것만이 답이니까.


앞으로도 난 그저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

당신의 목표도 그렇게 이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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