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떠올리며
"여성의 나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말이었나. 하튼 난 이 말에 크게 동의한다. 여성의 나체를 실제로 본 건 딱 한번 밖에 없고,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었지만 그 아름다움은 크게 실감했다. 부드러운 곡선과 길게 뻗은 각선미는 제임스 조이스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런 말을 뱉게 만든다.
여기서 잠깐, 이건 저속한 음담패설이 아니다. 정확히 분류하자면 이것은 내 이상형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이성을 보는 관점에서, 꽤나 기준이 높다. 나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얼굴의 생김새나 몸매를 엄청 중요시하는 사람이다만, 그 내면 또한 놓치지 않는다. 남성으로 살면서 그저 예쁘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내면 판단 기준은 아마 '고독을 어떻게 다스리는가'에 있을 것이다. 난 고독을 받아들이고,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인생은 기본적으로 혼자이기 때문이다. 고독함이야말로 평생의 반려자이며 외로움도 빠지지않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사람을 찾는 걸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이건 나 또한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 공통되는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또 내가 보는 부분은 '가치관이 주류에 속해있는가'이다. 난 스스로를 비주류라 칭하는 사람들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은 특별하며 보통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 나와 맞는 이는 거의 없었다.
난 언제나 평범함을 지향하며, 특별함을 지양한다. 우린 모두 행성의 폭발로부터 생긴 먼지의 조합일 뿐이며, 모두 비슷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태어나, 살아가는 한 개체일 뿐이다.
그렇지만서도 동시에 자기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는 이가 좋다. 자기객관화 또는 메타인지가 뛰어난 사람들은 자신을 특별하게 여기지않고 정확히 상황을 인지하고 나서, 자신의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은 숨길 줄 안다.
난 그런 사람을 친한 형들 중에서 한명 알고 있는데, 그와 지금은 거의 연락하지않지만, 가끔 볼때마다 그의 장점에는 굉장히 감탄하고 감춰놓은 단점에는 깜짝 놀라곤 한다.
아마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난 영원히 소년에 머물러 있었겠지. 그는 나를 청년으로 만들어준 데미안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물론 전혀 다르게 생겼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또 중요시보는 건 '외면의 아름다움에 잠식당하지 않았는가.'이다. 난 예쁜 여성들만 좋아하니까, 대부분 자신의 외모에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사실 그건 딱히 상관이 없고 너무 부러우며 또 자연스러운 일이다만, 가끔 외모를 권리와 권력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건 그저 예선전을 통과하는 티켓일 뿐 본선에선 어떠한 메리트도 되지않는다.
나의 그녀는 이런 기준에 한두가지 정도 부합되었다고 판단되어 내 마음이 동했다. 물론 더 만나봐야 알겠지만 아마 대부분 들어맞을 것이다. 적어도 난 그녀와의 몇 없는 대화에서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키는 거의 상관없지만, 큰 것보단 작은 사람을 선호하며, 통통한 사람보단 마른 사람을 좋아한다. 이런 나에겐 그녀에게 빠질만한 이유가 더 충분했다고 본다.
과연 그녀의 나체는 어떨까. 꿈으로 딱 한번 꿔본 적이 있으나, 금세 머릿 속에서 잊혀져 버렸다. 아마 난 지금 사랑이 아닌, 그저 욕정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그 꿈을 현실에서 지속하고 싶다.
언젠가 서로의 알몸을 보여주며 수줍어하길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