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정의

by 무름

문장이 올바르게 자리잡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난독증에 걸린 듯, 활자가 꿈틀거렸다. 심장은 두근대고, 마음은 갈피를 못잡았다. 마치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 어안이 벙벙했다.


한낱 사랑 따위가 날 흔들고있었다. 그녀는 나의 주인이었고, 난 호르몬의 노예였다. 손에 잡히는 건 그녀의 흔적이 닿은 것들 뿐이라, 난 그 짙은 향기를 계속 맡고 있었다.


그 역한 향수 냄새에 머리가 아파왔다. 그래도 사진 속 그녀의 검은 머릿결과 붉은 입술을 떠올리면, 그 고통 마저 달콤했다.


어느새 운동을 싫어하는 내가 팔굽혀펴기를 하고있었다. 일하기를 싫어하는 내가 괜찮게 돈을 벌고 있었다. 싫어하는 나 자신을 좋아하게 됐다.


아침 햇살이 커튼을 타고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새는 축복을 지저겼고, 찬 공기는 시원하게 방을 환기시켜줬다.


세상의 안좋은 부분만을 모아 만든 것 같은 부정적인 뉴스조차 모두 괜찮아보였다. 지금 내 상태는 아주 양호했다. 아마 나의 신경안정제이자 진통제 덕분일 것이다.


의사에게 알맞은 약을 처방받은 것처럼, 그녀란 퍼즐이 내게 딱 맞아 떨어졌다. 난 여태까지 사랑은 독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소량의 적절한 사용은 약이 되곤 한다. 그러니 사랑이란 건 독약인 게 아닐까.


애증처럼 모순되고 상반된 감각이 동시에 들었다. 싫으면서도 좋았다. 이제는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확실한 건 그녀를 한번 더 보고싶다는 것이다. 데이트를 신청하는 건 언제나 긴장되고 떨리지만, 성공했을 때의 뿌듯함이 날 다시 시도하게 만든다.


새해가 밝으면 시간이 좀 날 거 같기에, 만나려 한다. 과연 그녀가 받아줄까. 의문과 의심 그리고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거절 당하더라도 노력은 해볼 것이다.


그녀가 만약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처럼 갈대같은 여자여도 난 상관없다. 개츠비가 그러했듯, 난 그저 낭만적인 사랑을 꿈꿀 뿐이다. 그 끝이 비록 위대한 개츠비의 결말과 같더라도 후회는 없다.


이 게임은 늘 나의 패배일 것이다. 이건 먼저 좋아하는 쪽이 지는 놀이니까. 그녀는 알까, 내가 얼마나 그녀를 맘에 들어하는지. 아니면 이런 마음조차 부담일까.


딱 내가 좋아하는 만큼, 그녀도 날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우린 그런 걸 사랑이라고 부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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