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의 넋두리

끝없이 반복되는 푸념들

by 무름

취했다. 원래 이럴 때는 글을 쓰지 않으려 하는데, 오늘은 기분이 좀 색다르다. 그래서 이 느낌을 남겨보고자 한다. 나중에 삭제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건 또 내일의 나에게 맡겨본다.


역마살이라고 하던가, 그런 기운이 어느새 내 청소년기부터 우리 집에 맴돌았던 거 같다. 이사를 자주 가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그것은 불안정하다는 얘기이며, 불안의 징조이다.


그래서 난 이사를 싫어한다. 그것이 때론 가난의 증표가 되기도 하고,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이사를 자주 해야했던 친구들을 고등학생이 되었을 쯤에 이해하게 되었다.


인간은 변화를 원체 싫어하는 동물이기에, 이사라는 건 부득이하게 가는 것이 아니면 하지않는다. 거처를 옮긴다는 건 언제나 사람 본성에 반하는 일이다. 만약 삶의 다른 관점을 원한다면 여행을 가겠지, 절대 이사까지 하진 않을 것이다.


난 여행은 중학교 때 이후로 가본 적이 없으며, 이사는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3번을 했다. 정확히는 2번 이사하고, 3곳 정도를 정착하며 살았던거라 해야겠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갔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처음 서울에 살 땐 32평 아파트였지만, 돌아왔을 땐 몇 평 안되는 빌라였다.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고통을 받았는지 또 어떻게 대처했어야만 했는지 여기서 많은 걸 말할 수 있다만, 말을 아끼도록 하겠다.


말하고 싶은 건 가난과 부채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질병이자, 공포 그 자체란 것이다. 사람들은 때로 자연재해나 살인 등을 제일 무서운 걸로 착각한다. 그러나 난 이제 뼈저리게 안다. 가장 두려운 건 돈이다. 그게 없을 바엔 차라리 죽는게 나으며, 인권조차 유린된다.


물론 내가 겪어온 것에 부심을 부리며 타인의 고통을 평가절하 하고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질병이나 범죄가 직관적인 고통이라면, 가난은 당신의 그림자처럼 소리없이 다가와 절대 떼어놓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난 가난에 빠졌다. 그 과정에서 복잡한 하위 문제들이 여럿 발생했고, 세부적인 문제부터 근본적인 문제까지 전부 해결하는데 걸린 시간은 7년에서 8년 정도 걸렸다. 17살, 고1에 시작하여 올해 24살, 곧 25살이 되니 말이다.


지금은 어느정도 안정되었고, 많이 복구했다. 적어도 남부럽지않은 생활과 정상적이던 시절을 되찾았다고 봐야지싶다. 한 번 바닥으로 떨어져보니까 지금의 환경조차 감사할 따름이다.


잃은 것도 무진장 많지만 덕분에 난 많이 성장했고, 타인의 아픔을 이해한다. 인간은 모두 나약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가기에도 삶은 너무나도 짧았다.


난 여행을 가고싶다. 아마 8년만의 여행이겠지. 지금 이 속도로 간다면 내년 즈음엔 여행을 가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간다면 당연히 여자랑 가고싶긴 한데, 가능할지는 정말 모르겠다.


내 얘기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도저히 또래 친구들을 만날 상황이 아니어서 그냥 자연스럽게 모두 멀어졌다. 물론 내 성격이 지금과 달리 굉장히 날카로웠던 것도 한 몫할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절엔 도저히 부드럽게 사람을 대해줄 수가 없었다.


결국에 지금 난 혼자다. 좀 많이 외롭다고 느낀 건, 그들의 생각이 이제는 나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또래의 친구들은 어디가 맛집이고, 무엇이 재밌으며, 나름의 이성 문제를 토로하고, 젊음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청춘을 즐긴다.


반면에 나는 어떻게하면 덜 고통받을까, 이 시기는 언제쯤 지나갈까,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무엇을 해야 해결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 뿐이다.


그렇다고 난 내가 그들보다 더 고차원적이고 훨씬 깊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않는다. 그저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를 뿐이며, 그들 또한 나름의 문제를 안고 살아갈 테니 말이다.


내가 사뭇 진지한 사람처럼 보일테지만, 난 사실 되게 가볍고 흥미 위주로 살아가는 쾌락주의자다. 그래서 가끔은 가난을 겪지않은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상해본다. 아마 또래의 그들처럼 재밌게 지내지않을까.


하소연이 길었다. 조금 취기도 빠지며 다시 이성을 되찾는 모양이다. 벌써 한 해의 끝이 다가온다. 다들 새해 목표는 정했는지 모르겠다. 내 새해 목표는 독립과 여행이다.


역마살이 붙어있는 건 지금도 여전한가보다. 전부 어딘가로 돌아다니는 것 밖에 계획에 없다. 독립을 해서 지금의 집과는 이별하고 새로운 터전을 구하고 싶다. 그리곤 여행을 하며 색다른 경험을 추구할 것이다.


그 곁을 함께할 누군가가 있길 바랄 뿐이다. 이제는 나를 드러낼 때다. 앞으로는 사회적인 활동도 하며 지내보려 한다. 변화하는 나의 모습도 지켜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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