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씹어본 순간 포착

by 금송

무덥고 긴 여름, 그 한 날이다. 김밥 집에서 혼자 간단히 점심을 하게 됐다.

출입문 등지고 식사 하는데, 유난히 고와 보이는 할아버지가 눈에 들어온다.


거의 식사 끝날 무렵이다. 주방에서 나이보다 원숙해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이 나와 직원과 몇 마디 하더니,

할아버지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문지른다. 순간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 할아버지는 얼굴에 무엇이 묻었나?

하는 표정이었고, 알바 생, 이를 잇는다.

“참, 피부가 고와요.”

자주 오는 듯한 할아버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지금, 그 학생의 모습이 떠올라 다시 생각을 한다.

알바 생 마음 안에 무엇이 작용하였나?

가족의 그리움인가? 단골 할아버지의 체취인가?

아니면, 자신의 할아버지 모습, 추억이 떠오른 탓인가?


순간의 장면이지만, 나에겐 의미가 컸다.

그 모습, 아름다움이다.


나도 한동안 시부님 모실 때가 있었다.

시부 임종에 얼굴과 귀를 닦으며

손톱 발톱도 깎아 드린 그날이, 기억난다.


옆에 계신 침상의 어르신,

“딸인가 봐요?”

“아니에요, 며느리인데요.”
“그런데, 꼭 딸하고 하는 대화 같아요,”


무엇을 의미하고 말씀하시는지? 다정하다는 말인가? 예의가 없다는 뜻인가?

사실, 아버님 모신 지 오래돼, 이 며느리와의 관계는 늘 부드럽고 따듯했다.

내가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당연히 아버님의 가르침이 컸다.


오늘 그 학생의 모습은 스친 시간이었지만, 아버님은 그립고, 보고 싶어진다.

병상에서 아버님 면도를 해드리는데(비누질해서), 면도날이 어긋나,

아버님 얼굴에서 피가 났다.

“어머나!”, “아버님 피나요?”

“하기야 내 얼굴 아니니까? 아파도 아버님이 아프시지 뭐.”

철없이 아버님을 놀려 댔다.


그 소리에 옆 침상 어르신이 참견하신다.

“면도하다 보면 피가 날 수도 있어, 나도 그랬는데 괜찮아, 괜찮다.”

나를 안심시키신 그 시간의 대화, 지금도 그립다.

그 날 밤, 그 대화. 운명 전 마지막 대화였다.


잠깐, 알바 생 시간과 내 시간이 교차되는 시간.

학생은, 나를 꿈 많던 그 시절 추억으로 이끌었다. 이내 마음 정감이었다.

우린, 앞으로 순례의 길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나?


세상의 고마운 분들,

아름다운 분들의 삶이, 내가 가는 길에 알밤 하나하나 주어 담듯이,

가방에 채워 열매를 먹기도 하고. 나누어 주기도 하면서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이다.


아르바이트생 순수한 모습에서, 아버님의 참 시간을 회상하게 해 주었으니,

고마운 친구, 그 학생은

다시 볼 수 없겠으나, 어디서든지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짧은 시간, 긴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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