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골 공원에 황톳길이 조성되어 있으니, 운동하실 양 이면 그곳으로 다녀오세요 한다. 인이가....
종착역 친구와 함께 운동 겸, 마실 겸, 황토 길에 도착하니 전날 밤에 비가 온 뒤라서 황토 길에 낙엽과 소나무 잎이 많이 떨어져 있다.
할아버지께서 호미 같은 도구로 황톳길 위에 박혀 있는 나뭇잎을 빼면서 쓸고 계셨다. ‘아름다운 길 걷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나누고 지나가려는데 정보를 주신다. ‘제 아내가 당뇨인데 황톳길에 맨발로 걸을 양이면 조심하세요. 다치면 낫지를 않아요’ 하신다. 할아버지가.....
정성으로 정리해 준 길이 매끈해서 상쾌한 발바닥 운동을 친구와 이야기하며 저런 분들에 의해서 관리가 되나 봐요. 참 고마운 할아버지네
황토 길은 매끈한데 옆으로 치운 낙엽이 눈에 거슬린다. 할아버지가 가신 뒤 나도 바닥에 내려진 낙엽을 쓸기 위해 빗자루를 들었다. 빗자루로 낙엽을 쓸으니, ‘오지락 넓게 그냥 지나가시지. 운동이나 해’ 종착역 친구가...
빗자루로 낙엽을 쓸면서 내 인생에서도 나도 빗자루 같은 사람이 아닌가? 용도에 쓰일 때 쓰이고 그 자리에 나 두었다. 다시 쓰고. 빗자루와 나와의 관계를 생각하며 낙엽을 치웠다. 낙엽은 내 안에 쌓인 염려, 근심, 간단하고 소소한 일상이 아닌가?
다음 날 일요일이라서 성당에 가 미사를 드리고 나오는데 ‘형님 식사 함께 하고 가요 한다.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황토 길에 발바닥이 시원하고 통증이 조금 사라진 것 같아요. 자기도 가봐 좋다 하니,
근데요 파상풍 주사를 맞고 갈고 해서 아직 못가도 있어요. 혜정이가....
그래 나는 당뇨도 파상풍 주사도 그런 염려는 안 해도 마음에 그들보다는 좀 나은 건강인가 보다. 산속의 상쾌한 공기가 나를 맞이해 주는 자연에게 더 감사할 뿐이다.
황톳길 바깥쪽 낙엽을 대충 쓸면서, 나와 나 자신과 대화를 하다 보니 낙엽이 그다지 깨끗이 쓸어지지는 않았다. 오가는 친구들 눈에 거슬려지지 않게만 정리했더니, 뒤이어 어느 젊은 사람이 뒷마무리로 깨끗이 다시 쓸어 주시고 계셨다. 아저씨가.....
서로서로가 어우러지면서 사는 세상에 한 아주머니가 지나가면서 ‘내가 왜 팔이 아픈가 했더니 어제 이 낙엽을 쓸었더니 팔이 아파요. 조심해서 적당히 쓰세요’ 아주머니가....
산에서 만난 한 사람, 한 사람은 나의 이웃이 되고, 나를 위해 있는 듯 고마운 사람들이었다.
황톳길 위에 쌓이는 낙엽은 빗자루가 있고 오가는 사람들의 정겨운 마음이 있다.
깨끗해지고 살아 있는 황톳길 위에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