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아의 패러독스 .2

내 '이상'은 행복으로 시작되었다.

by Quasar

.언제쯤이었을까, 내가 나를 깨닫게 된 건.


억 겹의 시간 동안 나는 그저 빛나는 작은 점들의 모임 사이를 떠다니며 자랐다.


어느새 나는 '의식'을 가지고 '호기심'이란 것을 깨달았고, 또다시 억 겹이 지나 '이성'을, 반복되고 반복되는 세월과 깨달음 속에서 나는 점점 '생명'라는 것에 가까워졌다.




의식과 호기심, 이성을 가지며 난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내겐 욕망이 생겼다.


호기심에서 기인한 지식에 대한 욕망.


난 그걸 알기 위해 우주를 유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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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세월동안 우주를 유랑해도, 얻는 건 거의 없었다.


그저 이상한 색의 움직이지 않는 것들만 가득한 행성이라던지, 황량한 행성, 하늘 전체가 보석이라 하늘이 마치 밤하늘 같은 행성 같은 곳들만 가득했다.




.. 봐도 딱히 별 생각이 들진 않았다.


구조에 대한 호기심이 들뿐, 그 텅 빈 곳이 채워지진 않았다.




그러던 난 어느 날, 어느 신기한 행성에 도착했다.


움직이는 나와 비슷한 작은 것들이 존재하는 행성, 크기와 형상도 다양하고, 서로 무언가 하는 듯한 모습.


'소통' 그걸 깨닫게 된 건 지구에서 생활한 시간이 좀 지난 뒤였다.


공중을 유랑하는 나와는 달리, 지상에서 움직이는 이것들을 따라 해보기도 하고, 형상을 그들처럼 만들어보기도 했다.


물론 처음 앤 다들 나만 보면 어딘가로 도망쳤지만..


내가 형상을 더 그들처럼 고치자, 그들도 더 이상 나를 보고 도망치진 않았다. 대신, 내가 '입'을 열면 기겁했다.


그래서 목소리도 다듬어야 했다. 원래의 내 목소리 말고, 이들처럼.




난 무언가가 빽빽이 꽂힌 곳에서, 작은 검정 그림들로 이루어진 '손' 사이즈의 조화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이 글자이고, 글자로 이루어진 것은 글이고, 그 글이 모여 책이 된다는 사실은 내가 이 책의 산에 자주 간 뒤에서야 깨달았다.


그동안 많은 것이 빠르게 바뀌었지만 난 그들, 책에서 본 '인간'이란 존재는 참 빠르구나.라고 생각하며 언제나 책을 읽었다.


그러며 인간에 대해, 내가 있는 이 행성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았다.


인간의 몸 구조, 행성의 질서, 그들이 바라보는 존재의 영속성 같은 철학이나 인간이 꾸는 '꿈'과 '감정' 같은 거 말이다.




'감정'. 난 감정이 궁금했다.


도대체 이것이 무엇이길래 인간은 이성과 합리를 버리고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왜 그로 인해 짧디 짧은 시간을 버리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책을 통해 이성적으로 '사랑을 하면 심장이란 곳이 두근거린다.' 나, '슬프면 눈에서 물이 나온다.'같은 것은 이해했지만 아직 나는 목이 말랐다.


그래서 생각이 든 게 있었다.


'나도 감정을 가져볼까?' 하는 생각.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방법을 몰랐다.


그래도 여태까지 책에는 답이 있었으니, 책에 답이 있을까 싶어 난 다시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개월 동안 많은 책을 읽으면서 결론을 내린 것이 있다.


"인간을 만나야 한다."


조금은 어려울 것 같았지만, 그래도 공부한 게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라며 늘 그렇듯 막연하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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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확실히 어려웠다.




'대화'라는 것을 시작하기 위해 말을 걸어보아도 이상하게 내 이야기는 금방 힘을 잃고 가라앉아버렸다.


인간들은 금방 무관심해졌고, 날 무시하곤 했다.


그리고.. 요즘 들어 그런 무시를 받을 때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약간 얼굴에 열이 오르는 감각을 받고는 한다.


이런 건 용암으로 이루어진 행성에 갔을 때나 받았던 감각이었는데, 그때는 힘들지 않던 것이 지금은 이상하게 내 속 안에 부조화로 찾아왔다.




부조화는, 내 감각을 흔들어 놓고 나의 깊숙한 기억조차 왜곡되게 만든다.


색이, 온도가 없던 기억들에 점점 부조화가 재멋대로의 붓칠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가스가 찬 행성처럼 무겁고 쓴 향과 가볍고 가게 벽에서 나는 듯한 향이 조화로운 카페에 갔다.


그곳에서 난 초록색으로 된 돈을 내밀며, 아무거나 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얼마 후, 검은색의 미지근한 액체가 나왔다.


'금빛의 행성에서 금덩이를 하나 챙기길 잘했네.' 라 생각하며, 난 액체를 빤히 바라보았다.


가스가 찬 행성 맛의 '커피'라 불리는 검은 액체.


마치 나의 색과도 같아 재미없었다.




그렇게 한참 커피를 바라보다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갑자기 내 다리에 엄청나게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난 다리가 너무 차가워 잠시 '앗'하는 소리를 내었다.




"아! 아! 언니 죄송해요!!"




어느 어려 보이는 여자가 내 다리에 커피를 쏟고는, 연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었다.


난 별 생각이 없었기에 그냥 듣고만 있었다.




"이.. 거 어쩌지.. 언니 이거 세탁비 드려야 해요..?"




슬슬 할 말을 생각하려던 중, 여자는 곤란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아.. 음.. 어... 혹시 화나셨어요?"


"아 진짜 죄송해요..."




'화나다'. 화를 내면 얼굴에 열이 오르고 소리를 지르고 싶다 했다.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았기에, 입을 열었다.




"아뇨. 화 안 났어요."




"아 진짜요? 다행이다~"


"그래도 세탁비는 물어드려야 할 것 같아서.."




여자는 가방에서 팬과 작은 종이를 꺼내더니, 무언갈 적어서 나에게 주었다.


일련의 번호와 기호였다.




"여기로 연락 주시면 드릴게요, 저 지금 급하게 가봐야 해서요."




그렇게 말하며 여자는 떠나는 순간까지도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나는 여자가 준 종이를 보며 생각했다.




'연락을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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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 가게에 다시 가기로 했다.


번호를 누를 수 있는 기계가 있어 이용하려 해도 '동전'이란 것이 없어서 쓸 수 없었다.




'범인은 반드시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




내가 범죄 관련 책에서 읽은 문장이었다.


범죄 같진 않고, 범인 같지도 않지만, 그 문장의 핵심은 범인은 자신의 증거인멸이나 인정욕구, 감정을 재 경험하고 싶어 다시 찾아온단 것이었다.


그 여자가 어디에 해당할진 모르겠지만, 뭔가 여기 있다면 만날 수 있을 거란 감각이 들었다.


그렇게 앉아 있은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딸랑-




"안녕 하ㅅ.. 어 언니!"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내게 인사했다.


그때 그 여자였다.


여자는 무언가 들고 나에게 왔다.




"언니.. 여기서 만나네요. 저번엔 죄송했어요."


"생각해 보니 제가 언니 번호도 받아갔어야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그냥 가버리는 바람에 연락을 못 드렸어요."




그렇게 말하며 여자는 검은색 가죽에서 파란색과 초록색 돈을 꺼내 나에게 주었다.




"어.. 제가 아직 학생이라 돈은 그렇게 많이 없는대.. 그래도 이거라도 드릴게요!"




난 종이의 수를 세었다.


1000과 10000이 쓰인 한 장.


11000원.


처음으로 받아보는 호의였다.




"어.."




"세탁비로 충분할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저 가볼ㄱ.."




"너."




나도 모르게 입을 떼었다.




"이름이 뭐야?"




"네...? 저요...?"


"어.. 설, 현설이요."




현설, 책에서만 보던 것이 아닌, 참 오랜만에 듣는 인간의 이름이었다.




"너, 학생이야?"




"아 네. 고등학생이에요."


".. 언니는 그럼 이름이 뭐예요?"




큰일이다. 아직 그럴듯한 이름 못 정했는데.


내가 인간들과의 대화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지금 내가 있는 이 나라에서 좀 더 쉽게 사람과 대화하려면 다들 쓰는 것 같은 이름을 써야 한단 사실이었다.


난 빠르게 눈을 굴리며, 머릿속에서 그럴듯한 이름의 재료를 찾아보았다.


이때,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내가 글자를 깨달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보았던 책.


‘이상-날개’




'이상'이란 단어, 그 단어의 어감이 참 좋았었다.




"이상.."


"내 이름은 이상이야."




"아 외자이름이세요?"


"이름 멋지네요~"




'대충 한 글자란 뜻이겠지' 라 생각하며 빠르게 다음 할 말을 찾았다.




"넌 뭐 하는 사람이야?"




"네..? 저 학생.. 아! 전공 같은 거!"


"전 이과계열 대학 노리고 있어요. 분자생물학에 관심 있어서요."




분자생물학, 읽어본 적 있다. DNA, RNA, 세포 같은 미세한 단위의 생물학.


책의 등장인물들은 같은 대화주제로 대화했으니, 나도 분자생물학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다.




"나도 분자생물학 좋아해."


"책 많이 읽었어."




그 말을 들은 현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진짜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자신의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꽤나 두꺼운 책들이었다.




"이거, 읽어보셨어요? 아직은 제가 부족해서 기초밖에 모르지만, 그래도 정말 재밌는 책들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내게 자신이 보았던, 인상 깊었던 포인트들을 쭉 말해주었다.


인간이랑 이렇게 길게 대화하는 건 처음인데, 꽤 좋은 감각이었다.


난 한참을 현설의 이야기를 들어주다, 다음을 기약하고 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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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똑같이 가게에 왔다. 어제랑 같은 시간에.


커피를 시키고 똑같은 자리에 앉아 현설을 기다렸다.


어제의 대화는 사실상 대화라기 보단 내가 듣는 것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인간과 소통했다 생각하니 감정을 배우는 초입에 선다고 생각해, 내 목표의 첫 단계가 이루어진 듯 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현설이 가게로 들어왔다.




"어! 언니 또 있네요?"




"반가워."




난 현설의 눈을 마주치고 인사했다.


현설도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인사했다.


주문 후 현설은 자연스레 내 자리에 앉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언니 오늘은 어쩐 일이에요?"




"너랑 대화하고 싶어서."




"네?"




"너랑 대화하는 게, 재밌어."




그렇게 말하며 TV에서 많이 보았던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 말을 들은 현설은 신나 보였다.




"진짜요? 언니도 과학 좋아하는구나~"


"언니는 분자생물학 말고 좋아하는 거 있어요?"




난 잠시 고민했다.


내가 지금 가장 대화를 잘 이끌어 갈 수 있을만한 게 뭐가 있을까.




".. 난 우주를 좋아해."




"우주? 천문학 좋아하시는구나! 관측 쪽이에요 물리학 쪽이에요?"




"우주 그 자체."




"둘 다구나!"




이때, 현설의 음료가 나왔다.


현설은 내게 양해를 구하고 음료를 받아왔다.


흰색 액체에 빨간 고체 같은 게 가라앉아있는, 종종 보았던 음료. 하지만 정체는 몰랐다.




"그건 뭐야?"




"아 딸기 라떼 시켰어요! 원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먹는데, 오늘은 유독 단 게 당겨서요."




"아..."


"그거 좋아?"




"? 맛있죠? 전 원래 단걸 그렇게 자주 먹진 않는데, 단 걸 먹는다면 전 꼭 그렇게 딸기나 파인애플 같은 게 좋더라고요."


"또 이제 딸기철이니까, 먹어줘야죠!"




그렇게 말을 들으니 궁금해졌다.


제철 과일은 맛있다고 보았다. 물론 난 맛을 잘 느끼진 못하지만, 그래도 좋은 재료로 만든 것이라면 나도 맛을 조금 더 느끼지 않을까?




".. 나 그거 먹어봐도 돼?"




현설은 딸기 라떼를 섞다가 흔쾌히 나에게 주었다.




"물론이죠! 한 입만 드셔야해요~"




나는 딸기 라떼를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 평소의 단 음료와 그다지 다를 바는 없었다. 대신, 조금 더 맛이 연했다.


나는 현설에게 딸기 라떼를 다시 주며 말했다.




"별로 안 다네."




"그렇죠? 여기 음료는 별로 안 달아서 좋아요."




"음. 좋아. 맛있어."




난 살짝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그래도 맛은 별로지만, 인상적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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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설과 카페에서 대화를 나눈 지도 벌써 일주일 째였다.


현설은 점차 나와 대화하며 나누는 정보와 이야기가 많아졌고, 나도 한 인간, 즉 하나의 개인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뭘 좋아하는지, 어디에 사는지, 친구들과 뭘 했고 재밌는 일이 뭐 있었는지, 학교는 어떤지, 입시가 얼마나 힘든지 등등...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함께 미소 지으며 현설을 따라 웃어보기도 했다. 내 웃음소리는 현설처럼 과장되었기에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현설은 좋아하는 듯 보였다.


난 그렇게 웃을 때마다, 웃고 나면 내 몸과 내면이 붕 뜨는 감각을 받았다.


그때, 과거에 느꼈던 부조화였다. 하지만 이번엔 무엇인가가 달랐다.


열꽃이 피었던 불규칙적인 색칠과는 달리, 이번엔 내 내면과 기억이 완전히 노란빛 필름을 낀 듯 물들었다.


.. 이것도 부조화라 불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ㅇ.."


"언니!"




"어?"




나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현설이 와 있었다.




"언니 저 진짜 좋은 소식 있어요."




그렇게 들은 소식은, 현설이 원하던 대학교에 붙었다는 소식이었다.


난 진심을 담아 축하해 주었다. 물론 표정은 아직 웃는 것 밖에 잘 몰라 웃기만 했지만, 현설은 내가 웃는 걸 보며 나보다 더 좋아한다며 기뻐했다.




"언니, 근대 말이죠."


"혹시 상이언니라고 불러도 돼요?"




".. 음?"




"그게~ 맨날 언니, 언니 하면 정 없어 보여서요, "


"저랑 이렇게 잘 맞는 사람은 처음이어서.. 좀 더 친해지고 ㅅ"




"좋아."




"엥"


"하하! 난 이래서 상이언니가 좋아요. 결단이 빠르잖아요?"


"사람이 참 맑아 보여서 좋아요."




"그럼.."


"나도 널 설이라고 불러도 되니?"




조금은 떨리는 질문이었다.


이름을 부르는 걸 허락받는 건, 처음이었으니깐.




".. 당연하죠!"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환히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11월, '우주선'이라는 작은 카페에서 운명 같은 인연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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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설은 대학을 다니기 시작하며 카페에 잘 못 오기 시작했다.


안 오는 날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면, 언제나 과제가 그녀를 괴롭히는 중이온 했다.


그래도 현설은 시간이 나는 날엔, 꼭 그때와 같은 시간에 카페에 찾아와 나와 대화하곤 했다.




"상이언니, 나 대박소식 있어."




"뭔데?"




현설은 뭔가 자신만만하다는 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 가고 싶었던 분자생물학 대학원 합격했어!!"




"진짜?"




나는 짝-소리 나게 손바닥을 맞부딫히며 호응해 주었다.




"야 진짜 축하한다!"




"고마워! 아.. 진짜 그 교수님 정말 까다로우셔서 너무 힘들었는데, 내가 열심히 한 보람이 있나 봐."




현설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하고는, 말을 이었다.




"근대 언니,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음? 뭐가?"




"언니 모션이나 표정 같은 거, 말투도 그렇고."


"난 처음에 다 연기하는 것처럼 어색하길래 외국인인가? 싶었는데, 한국말을 너무 잘해서 좀 놀랐어."


"언니도 여기에 많이 적응한 것 같아서 기뻐."




현설이 눈을 부드럽게 접으며 미소 지었다.


그 표정은, 정말 그 순수함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표정이었다.




".. 설이 넌, 표정이 참 예쁜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부러움의 말이 튀어나왔다. 난 아차 싶어 말을 주워 담으려 했다.




"아.. 아 미안 오늘 내가 좀 피곤한가 봐"




"하하! 아냐 언니."


"칭찬은 언제나 좋은 거잖아? 그니까 미안해할게 아니야."


"그리고, 언니도 정말 웃는 모습이 예뻐!"




그 말이, 오랜만에 샛노란 필름을 낀 사진기가 이날의 기억을 찍게 만들었다.


지구에서 몇십 년, 그리고 현설과 4년 동안 함께하며 생긴 새로운 공간에 드디어 낯선 감각이 들어왔다.


이게 '기쁨'이구나.


그때의 현설은, 내리쬐는 햇빛을 받아 참 아름답게 빛나보였다.


그때 난 참으로. 내가 '생명체'에서 '인간'이 된듯한 감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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