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클럽 문학동네_ 독파 챌린지_프란츠 카프카
귀한 선물을 받았다. 참 좋아하는 선생님으로부터 ‘북클럽 문학동네’ 멤버십을 선물 받고 독파를 알게 되었으며, 나의 도전 첫 챌린지가 바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단식 광대’ 책이었다.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변신’을 알고 있었지만 제대로 읽었던 적은 없었다. 워낙 유명한 책이었기에 내용은 익숙했고, 이와 관련된 문제를 풀어보기도 했었다. 또 한동안 아이들 사이에서는 유행하는 질문도 있었다.
“내가 바퀴벌레로 변하면 어떻게 할 거야?” 어느 날 딸에게서 이런 문자가 왔다. 그때의 나의 답변은 “카프카의 ‘변신’이니?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지.”였다. 그런 정도의 이야기로 카프카의 변신을 알고 있었는데 참 좋은 기회였다. 카프카의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조금은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문학을 참 좋아하면서도 잘 모르는 작가도 많고, 잘 모르는 고전을 비롯한 책들도 많다. 특히나 외국 작가의 책들은 익숙하지 않았다. 정서나 표현 면에서 많이 다르다고 여겼으며, 술술 넘어가지 않아 잘 읽지 않았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기록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몇몇 작가의 책들은 마음에 깊이 와닿았으며, 공감이 가기도 하였다. 결국 사람 사는 삶의 모습이 다 비슷하구나, 그리 생각했다.
이번 ‘변신·단식 광대’를 읽으면서 카프카에 대하여 조금은 깊이 알 수 있었다. 특히나 2024년도는 카프카 타계 100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카프카의 삶과 소설의 영향에 대하여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작가가 소설 속 인물을 창조하면서 작가의 삶이 투영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조금 더 강하게 가지게 되었다. ‘변신’을 온전히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예전에 막연히 줄거리로만 알고 있었던 내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재미있었다. 또한 ‘단식광대’는 카프카가 마지막까지 손에서 놓지 않고 교정을 보던 원고라고 한다. 그만큼 다듬어진 글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온전히 단식광대의 삶에 몰입하여 읽었다.
1. 가족
그레고르는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지금 저기 서 있는 저런 아버지의 모습은 정말이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다만 그는 요즘 새로운 방식으로 기어 다니는 데 정신이 팔려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처럼 그렇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고, 그런 만큼 변화된 상황에 대처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하지만 저 사람이 과연 아버지란 말인가? 예전에 그레고르가 출장을 떠날 때면 늘 지친 모습으로 침대에 파묻혀 누워 있던 바로 그 사람이 맞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날 저녁이면 잠옷 바람으로 팔걸이의자에 앉아 그를 맞아주던 사람, 제대로 일어나지 못해서 반갑다는 표시로 겨우 양팔만 쳐들어 보이던 그 사람이 정말 맞을까? (중략)
빳빳하게 세운 상의는 칼라 위로는 두툼한 이중턱이 툭 불거져 나와 있으며, 덤불처럼 생긴 눈썹 아래로는 검은 눈동자가 주의 깊고도 생기 있는 눈빛을 내뿜고 있었다. 평소에 대책 없이 헝클어져 있던 백발도 거북스러우리만치 정확하게 가르마를 타서 빗어 내린 듯 머리에 착 붙어 반드르르 윤이 났다.(116쪽~117쪽)
변신을 읽으면서 가장 주목했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실질적 가장의 역할을 했던 그레고리가 벌레로 바뀌고 난 뒤, 가족들은 생계를 위해서이지만 각자의 역할을 찾아간다. 늘 아팠던 엄마는 엄마대로 집에 하숙생을 들이기 시작하고, 음악을 하겠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던 동생도 생계의 전선에 뛰어든다. 그리고 아버지, 아들 그레고르가 일에 지쳐 돌아왔을 때조차 늘 지친 모습으로 파묻혀 누워 있던 사람. 그레고리는 벌레로 변한 후에 아버지의 달라진 모습을 보게 된다. 생기 있는 눈빛을 가진 아버지.
삶에는 각자의 무게가 있다고 한다. 그 무게가 사람마다 모두 같지는 아니하여 어떤 누군가는 충분히 잘 살아내지만 어떤 누군가는 그 무게감이 너무 커서 사라져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참으로 성실했던 그레고르는 벌레로 변신하고 난 다음, 가족으로부터 고립된다. 그리고는 새로운 방식으로 기어가는 방법을 익히면서 외양적 모습의 변화에 적응한다. 하지만 가족들은 끝내 변한 그레고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변신’을 읽으면서 가족이란 관계에 대하여 생각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보살핌과 희생을 전제하면서도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는 관계. 무한한 지지와 응원이라는 평화로운 사랑의 결정체도 있지만 때로는 하나의 짐으로 삶의 무게감을 더하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 될 수 있음을 책을 읽으면서 한참을 생각했다. 각자의 삶을 살아낼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을 땐 각자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벌레지만 가족으로 인정받고 싶었던 그레고르에게는 참 가혹한 시간이었지만 그레고르의 변신이 가족의 변화를 이끌어 냈음이 참 서글프다.
2. 과연 무엇으로 그를 위로해야 하는가?
그렇게 그는 주기적으로 잠깐씩 휴식기를 가지면서, 겉으로는 화려하게, 세상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며 긴 세월을 살았다. 그럼에도 그는 대개 우울한 기분이었고, 아무도 그것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았기에 우울은 점점 더 깊어만 갔다. 과연 무엇으로 그를 위로해야 하는가? 그가 무얼 더 바랄 게 있겠는가? 언젠가 선량한 사람 하나가 그를 동정하면서 그가 슬픈 것은 십중팔구 단식 때문일 거라고 설명해주려고 했다. 특히 단식 기간이 진척된 때라 그럴 수 있었겠지만, 그 말에 단식 광대가 갑자기 분노를 터뜨리며 짐승처럼 창살을 붙잡고 흔들어대기 시작하는 바람에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170쪽)
실제로 단식 광대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책을 읽고 해설을 읽으면서 오히려 단식광대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단식 광대는 서커스의 재주꾼들처럼 ‘단식’을 통해 변해가는 몸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서커스단의 매니저는 철저하게 사람들의 관심 앞에 단식을 하나의 쇼처럼 보여준다. 하지만 정작 단식 광대에게 있어 단식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철저한 자기 삶의 목표였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는 누군가의 감탄과 칭송이 아닐 수도 있다. 단식 광대가 사람들의 환호 속에 조금은 기뻤지만 결국은 외로웠던 이유가 그게 아니었을까? 진정한 이해와 공감이 오히려 더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저마다의 판단으로 단식 광대가 우울한 이유는 먹지 못해서라고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그 이야기에 단식 광대는 분노를 터트린다. 이해받지 못하는 삶의 가치.
세상에서 정해진 어떤 기준들이 있다. 누가 그 가치와 기준을 정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기준들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좌절과 절망, 어느 정도의 나이에 걸맞은 사회적 지위 같은 그런 것. 그걸 갖추지 못한 삶이라 느껴질 때의 비참함.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나의 삶은 너와 같지 않다에 대한 분명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진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온통 비교할 것들 투성이인 세상에서 나만의 기준을 확립하는 것. 그래, 그것.
[이야기 나눠 보기]
1) 가족으로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이나 요구된 희생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것에 대하여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이루고 싶은 자신만의 삶의 목표와 꿈이 있다면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