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인찬 시 에세이_안온북스 # 애정회복 프로젝트
시는 어렵다. 시를 참 좋아하지만 시가 쉬웠던 적은 없다. 그럼에도 시를 좋아하는 건 그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한 구절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시를 읽으면서 그려지는 그림들이 좋았다. 어떤 풍경이 떠 오를 때 시가 내 마음에 오래 남는 것 같기도 했다.
제목이 참 좋기도 했지만, 언젠가 한번 읽었던 황인찬 시인님의 시가 좋아서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 '황인찬 시 에세이 2'라고 적혀 있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1'은 어디에 있나, 오래오래 살펴보았다. 같은 제목의 책이 아니었나 보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발견하지 못했다. 제목이 꼭 내 마음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시는 참 이상한 마음'. 그렇게 시가 필요한 순간이 있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읽은 책이다.
1. 당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어서
우리는 멋대로 타인의 사정을 헤아리고, 그 헤아림을 나의 경험에 비추어 그 마음을 이러하리라고 짐직할뿐이니까요. 하지만 그 멋대로의 이해가 또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적당히 오해하고, 내 마음대로 짐작하며 내가 당신의 마음을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타인의 마음을 이해했다고 믿고, 또 이해받았다고 믿으며 우리는 이 삶을 버텨가는 거죠.
사실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제대로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때로 슬프다거나 기쁘다는 생각을 하곤 하지만, 그게 정확히 어떤 마음인지 설명할 수 없죠. (39쪽)
지난 주말 마음이 심하게 일렁이었다. 도대체 어떤 마음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슬픔도 외로움도 쓸쓸함도 아닌 그 어떤 마음 앞에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한없이 무기력해져 갔다. 주중엔 늘 일이 많았고, 내 힘으로는 버겁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결국 해결되어 가는 일들에 감사하기도 했고, 체력이 많이 떨어지지 않은 채 그냥 잘 버틴다고 생각했더랬다. 그랬는데 주말이 되니, 몸과 마음 모두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잘하고 있는 게 아니었나 보다.
참 좋아하는 부장님과 함께 일을 하면서, 일을 척척 잘 해내어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컸나 보다. 또 내가 부장님을 참 많이 좋아하는 것 마냥 부장님 또한 나를 좋아해 주시면 좋겠다. 그런 마음도 들었다가, 이내 내가 일을 잘 해내지 못해 실망감을 주게 될 까봐 불안했고, 그로 인해 멀어질까 두려웠다. 주중에 작가 초청 강연이 있었고,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큰 행사를 하나 끝내기는 했지만, 좀 더 마무리가 잘 되어 보도자료라도 나오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보도자료가 나오지 않자, 속이 상했나 보다. 행사의 본질은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인데, 나는 보도자료까지 나와서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컸었던 것이다. 그냥 내 명예를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주객전도다.
작가님의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타인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들, 적당히 오해하며 살아가는 시간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 어떤 마음인지 설명할 수 없지만 그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함을 나는 또 책을 통해 깨닫는다.
2. 지겨움과 사랑
지루함이나 지겨움도 결국 물리적인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처럼 말이에요. 물속에 오래 들어가 있으면 물의 온도를 의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처럼, 사랑도 기쁨도 그 유일한 좋음도 그 온도에 익숙해져서 없어지는 건 아닐까요. 물 밖에 나오면 갑자기 변해버린 온도에 적응하지 못해 당황하는 것처럼, 우리가 사랑에서 벗어났을 때 느끼는 황망함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64쪽)
천수호 시인님의 ‘이제 지겹다고 안 할게’라는 시에 대한 작가님의 에세이다. 시가 너무 슬펐다. 죽은 당신을 향한 화자의 독백. ‘당신이 다시 온다면/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해도 이제 지겹다고 안 할게 / 그 말이 그 말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다 다르다고 생각할게’라는 시의 구절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래서 슬퍼졌다.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남편에게 말을 거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지루함이나 지겨움은 아니었을까? 정말 참 많이 좋아했는데, 이십여 년 익숙해진 시간들에 서로를 너무 잘 알아 어쩌면 실망감이 쌓였어도 그냥 적당히 모른 척했었나 보다. 그것이 만들어낸 거리감.
하지만 요즘, 나 스스로 만든 거리감에 외로움이 몰려왔다. 남편이 선택한 일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남편을 지지하고 응원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렇게 말은 했지만 끝내 혼자만의 결정으로 나를 힘들게 한 남편이 미웠다. 남편을 향한 사랑도 기쁨도 그 유일한 좋음도 희석되어 갔다. 그랬더니 외로워졌다.
시를 읽으면서 마음의 저 깊숙이 가라앉아 있던 남편을 좋아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서서히 회복되는 시간. 사랑에서 벗어났을 때 느끼는 황망함이 조금씩 옅어지고 나는 결국 그 좋아함으로 다시 남편을 믿겠구나,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는 요즘, 나는 혼자만의 ‘애정회복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아침 출근길 남편에게 안아 달라고 말하는 것. 한 삼일 안아달라고 말했더니, “아니, 바쁜데 왜 그래?”라고 하면서도 남편이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일상은 전과 다르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겹다고 말하지 말아야지, 지금의 이 생활도 함께하는 이 사람도.
3. 정리
시가 필요한 날이었나 보다. 그래서 만나게 된 책이다. 그렇게 책은 나의 시간과 필요 가운데 툭 던져지는 선물 같다. ‘시는 참 이상한 마음’이라는 제목처럼 그렇게 다가와 내 마음을 흔든다.
여전히 바쁜 일상이지만,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을 수 있어 다행이다. 변화된 내 일상에 적응이 되겠지, 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남편의 선택을 응원하면서, 학교에서의 일을 좀 더 성실히 해 내면서.
[이야기 나눠 보기]
1) 도통 알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라고 합니다. 요즘 마음이 어떤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지겨움과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해 봅시다. 요즘 지겨움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지, 있다면 왜 그런 마음이 드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