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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바라기 Mar 20. 2023

책들의 시간 26_나는 윤리적 최소주의자

# 나는 윤리적 최소주의자, 지구에 삽니다_소일 지음_(주) 우리 학교


  중학교 정도의 아이들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물론 고등학교 아이들도 읽으면 좋은 책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좋은 책이었다. 아주 오래전, 그때가 언제인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가정통신문에 ‘탄소발자국 줄이기’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었다. 2013년 이전이었을 것이다. 탄소발자국 줄이기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이 적혀 있었다. 탄소발자국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도 그때 알았으니, 환경운동의 필요성은 이미 그전부터 계속 사회적 이슈가 되어 왔었고, 실천에 대한 강조도 계속 이루어져 왔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환경’은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힘든 키워드임이 분명하다. 나 또한 그러하니까. 

  10여 년 전 나는 탄소발자국 줄이기에 대한 수기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 그때는 한창 다이어트 중이어서, 계속 걸어 다녔었고, 가정통신문에서 봤던 내용 중 냉장고의 70%만 채우자는 내용이 있어서, 탄소발자국 줄이기와 다이어트의 병행에 대하여 글을 썼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수기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는 생활의 익숙함에 물들어 ‘환경’에 대한 관심을 저만치 던져놓고, 일회용품들의 천국 속에서 살고 있다.      


1. 내가 추구하는 제로 웨이스트 생활


  내가 추구하는 제로 웨이스트 생활은 최소한의 물건을 가지고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삶이다. 우리 집의 형태, 가족의 일상생활 패턴 등을 고려해 필요한 물건을 추리곤 한다. 로롯 청소기는 우리와 함께 1년 반 넘게 지내면서 ‘필요한 물건’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나와 가족은 청소 시간을 아껴서 요리하고, 글을 쓰고, 쉴 수 있게 되었다.(66쪽)


  이 책은 작가가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하게 된 과정과 그 실천 내용이 담겨 있는 책이다.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작가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환경운동을 실천하고 있으며, 그것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는지가 잘 나와 있기 때문이다. 또 어렸을 때부터 환경에 대한 교육과 실천 방안을 몸에 익힌다면, 그것이 생활 습관이 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 때문에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참 좋아하는 일회용품들이 있다. 그러지 말아야지 그렇게 마음먹어도 잘 안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일회용품의 사용이다. 한번 쓰고 그냥 버리는 그런 일회용품. 나는 그 편리함이 참 좋아서, 또 조심스레 부여하는 상징적 의미가 좋아서 일회용품을 잘 쓴다. 나에게 있어, 일회용품의 상징적 의미는 그냥 집착하지 않는 삶 같다. 조금은 뚱딴지같은 말이지만, 모든 물건에 있어 소유의 개념이 때로는 집착 같고 자주 무거운 느낌이어서 나는 가벼운 일회용품의 사용이 집착하지 않는 삶의 모습 같아서 좋았다. 핑계이다. 

  내가 제일 잘 사용하는 일회용품은 ‘키친타월’이다. 그게 그렇게 좋다. 월급을 받으면, 한 달 사용할 키친타월부터 주문하곤 하다. 식탁 위에 두고, 설거지하고 손 씻으면 몇 장씩 아낌없이 뽑아서 손도 닦고, 식탁도 닦고 쓰임이 이모저모로 다양하다. 다회용 행주로 바꿔볼까, 마음에 드는 손수건을 사용해 볼까 해도 잘 안되었다. 며칠이 안되어 이내 다시 ‘키친타월’을 척척 뽑아 쓰는 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일회용품이 아주 작은 미니 비닐백이다. 한 통에 삼백 장 가까이 든 그 비닐을 나는 참 좋아한다. 쓰레기통이 있는데도, 나는 책상에 그 비닐백을 한 장씩 꺼내두고 책상에서 생기는 쓰레기를 담아 버린다. 책상에 앉아 사부작사부작 뭔가를 하다 보면, 그렇게 자잘한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지우개 가루도, 메모지도, 화장지도, 그렇게 모아서 그 작은 비닐백에 담아 버린다. 그럼 왠지 하루를 잘 살아낸 기분. 그러니 그런 상징성이 삶에 너무 많이 부여되어 그 일회용품 사용을 멀리하기가 쉽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 반성이 되었다. 아직, 실천의 마음을 완전히 먹지는 못하였지만, 작가가 추구하는 제로 웨이스트의 생활에 공감이 많이 갔다. 최소한의 물건을 가지고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삶.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오래전부터의 생각이 있었지만 여전히 실천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배달 음식을 조금씩 줄이는 것. 아직 특정 일회용품을 사용하지만, 학교에서 종이컵 대신에 유리컵을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것.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 집에서 나오는 생활 쓰레기의 양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 필요 없는 소비를 하지 않는 것 등 조금씩 아주 조금씩 노력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로 웨이스트 생활의 폭이 조금은 넓어질 수 있을 거라는 용기가 생기긴 했다.      


2. 정리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에 느낀 감정은 아쉬움이었다. 혼자 할 수 있는 실천은 거의 다 해본다고 했는데도 세상의 변화를 그다지 느껴지지 않아서였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개인의 실천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9쪽)

나는 다음 세대에 좀 더 나은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나의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꾸준히 공유하고 있다. 오늘날 생태적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한 사람의 삶이 여기 존재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다. 개인의 실천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고, 제도적 변화를 이끈다고 믿어서다. (34쪽)


  무엇이든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에는 실천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실천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혼자서 애쓴다는 기분이 들 때면, 참 공허해지고, 외로워지고, 높아지고 쓸쓸해진다. 작가도 그런 마음이었을 게다. 하지만 작가는 포기하지 않았고 계속 환경을 살리기 위한 작은 삶 속에서의 실천을 이어나갔으며, 그것이 직업이 되었고, 결국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걷고 있다. 

  아직 나의 발걸음은 미비하다 못해 걷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서 있긴 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께, “저 미니멀리즘을 추구해요.”라고 말씀드리면, 살짝, 아니 크게 웃으신다. 책상 위에 쌓인 물건들, 그리고 일회용품들. 하지만, 나는 아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아주 아주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마음이 이어진다면, 조금은 나의 삶도, 세상도 달라지지 않을까?      


[이야기 나눠 보기]

1) 환경보호를 위해 실천하고 있는 자신만의 노력이 있다면 나눠 봅시다. 

2) 환경보호의 필요성에 대하여 깨닫게 된 계기나 사건이 있다면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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