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리바라기 Apr 17. 2023

책들의 시간 30_길 위에서 내일을 그리다

# 길 위에서 내일을 그리다_장미정 글, 그림_도트 북

  좋아하는 키워드가 있다. 여행, 드로잉, 길, 사진, 그림 등등.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을 늘 부러운 눈으로 보곤 하였다. 나는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좋다. 그래서 읽게 된 책. 여행을 키워드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일상예술가의 드로잉 에세이’. 이 책의 부제. 책을 선택함에 있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읽게 된 책. 그리고는 참 재미있게 읽었다. 유럽 여행을 가보지 않은 나로서는 유럽 도시 공간공간의 한 장면을 드로잉으로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작가의 생각을 적은 짧은 글들도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운 마음.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니, 얼마나 좋을까?     

 

1. 취미 찾아 삼만 리.   

   

  좋아하는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으시다. 나이가 들수록 취미를 가져야 하는데, 돈을 투자하는, 배움을 통한 전문적인 취미와 그리고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취미. 이렇게 취미를 가져야 삶이 더 재미있어지고 풍요로워진다고. 그 말이 정말 공감이 간다.

  결혼을 하고 일을 하면서, 자신의 시간을 갖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라 믿었던 시간들이 있다. 하루하루가 너무 바빠, 퇴근하고 다른 뭔가의 일을 하는 사람들의 시간이 궁금하고 부러웠던 적도 있다. 그것이 가능한 것임을 믿지 못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살아가면서 보니, 사람은 결국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쁘지만, 뭔가의 취미를 가지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것을 하면서 자신의 시간과 일의 시간을 조화롭게 이끌어가기를 바라는 마음.

  일과는 별개로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뭔가를 하기에는 전문성이 너무 부족했다. 취미라는 것도 쉽게 가질 수 없는. 나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유튜브 방송을 보기도 하고, 시간을 내서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의 돈을 주고 배우기에는 아까운.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시간적 여유와 물질적 여유와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그래서일까? 그림에 대한,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자면 펜 드로잉이나 색연필 그림. 그런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속적으로 연습을 계속해나가지 못했으며, 다이내믹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나는 아주 조그마한 재능도 없으면서 갈망하는 사람밖에 되지 못했던 것이다.


느린 걸음으로 하늘 한 번 살짝, 숨 한 번 후~! 도심 한복판에서 머리 위로 반짝이는 빛을 만들어 내는

동그란 나뭇잎이 순간 나를 깊숙이 파고든다.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내가 좋아하는 계수나뭇잎이다.

익숙했던 가로수가 오늘만큼은 나의 온 감각을 일깨운다. 봄, 여행, 여유. 내가 꿈꾸던 행복의 순간이 다름 아닌 긴 여행 중에 잠시 쉬는 이 순간이구나. 찰나의 볕과 그 볕을 거드는 나무 아래서 이토록 충만할 줄이야.      

산책 이후로도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스케치북을 열었다. 한 잎, 두 잎, 레이어드 시켜 본다. 누군가에게 나도 빛을 적당히 가려 주고, 또한 적당히 비춰 주는

잠시라도 쉬어가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런 내가 되고 싶다. 나의 꿈같은 순간에, 다른 꿈 하나를 꾸어 본다. (41쪽)


2.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망.    


 책을 읽으면서 그 파아란 색감에, 유럽 구석구석의 건물들에, 그 예쁜 그림들에 마음을 온통 빼앗긴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될 수 없음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망하는 것.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되는 것. 드로잉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 내가 보는 세상의 풍경을, 그 찰나의 느낌을 그림으로으로 표현해 보는 것.  

  예전에는 사진 에세이를 쓰고 싶었다. 사진을 가지고 느껴지는 감성을 글로 표현하고 그것을 책으로 내는 것. 그런 작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요즘은 우리 동네 공원 소개 드로잉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근데 그렇게 마음은 늘 이렇게 생겼다가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하지만 재능은 정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꿈꾸는 순간은, 그 순간은 삶이 즐거워진다. 그래서 나는 잘 못하지만 꿈을 꾸는 것으로,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것으로 세상을 살아가나 보다. 언제 이 열망이 멈출지 알 수 없지만, 그런 열망이 멈추기 전까지, 나는 아마 이런 여행의 순간을 드로잉으로 표현한 책들, 마을의 풍경을 드로잉으로 표현한 책, 사라져 가는 구멍가게를 그림으로 그려 낸 책, 나무와 식물을 그림으로 그린 책들을 끊임없이 읽을 거 같은 느낌. 그래, 그런 느낌.     

 

3. 정리.      


  취미를 온전히 가지기가 쉽지 않다. 쉽게 포기하고 쉽게 갈아타고, 그래서 여전히 나에게 취미를 물어본다면, ‘독서와 영화감상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만다. 언젠가는 뜨개질을 하겠다며, 수세미도 떠 보고, 선인장도 뜨개질로 떠 봤지만 얼마가지 않아 실을 중고마켓에 팔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갈망하고 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그래서 내가 딛는 세상의 풍경을 그림으로, 글로 담아내는 사람. 아직은 걷는 것을 좋아해 걸어만 다니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림도 함께 그리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이야기 나눠 보기]

1) 취미가 있나요? 무엇을 취미로 가지고 있으며, 그 취미를 가지게 된 동기가 있습니까?

2) 잘하고 싶은 데 잘하지 못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나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작가의 이전글 책들의 시간 29_우리의 환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