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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바라기 May 01. 2023

책들의 시간 32_밤하늘 아래

# 밤하늘 아래_마스다 미리_문학동네

  다시, 마스다 미리의 책이다. 예전에 이미 출간된 적이 있는 책인데, 알라딘에 들어갔다가, 다시 발견하고는 읽고 싶은 마음에 얼른 샀다. 사실, 이 책을 포함하여 구매하면, 자개 책가도 무늬가 들어있는 머그컵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는 망설임 없이 샀다. 아이고, 이렇게 매번 적절한 소비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이리 쉽게 흔들린다. 책가도 무늬가 그려진 컵이 그렇게 갖고 싶었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렇게 갖고 싶은, 소장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기에. 

  올해, 나의 첫 책은 마스다 미리 작가의 책이었다. 그리고 다시 읽은 마스다 미리의 만화책, ‘밤하늘 아래’ 전문적인 천문 책은 아니지만, 어릴 때 우리가 상상하던 별과 무지개와 오로라와 달을 향한 그 마음, 우주선과 우주여행에 대한 그 마음을 잔잔하게 잘 표현하고 있는 만화책이다. 그리고 작가와 함께 안도 카즈마의 해설 칼럼이 실려 있다. 나는 마스다 미리의 책을 읽을 때면, 마음이 잔잔해지고 차분해진다. 그 어떤 갈등도, 상황에 대한 크나큰 서술도 없고, 아주 작은 일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만화. 이 책은 그래서 잠들기 전 읽으면 편안한 꿈을 꾸게 만들어 주는 책 같은 느낌이다.      


1. 주문 같은 말, 힘이 있는 말.      


  언젠가 브런치 글에서 오로라를 보고 온 사람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부터 오로라를 보고 싶은 열망이 마음에 싹을 띄우기 시작했다. 실행력이라는 것이 많이 부족한 사람이며, 아직은 ‘보고 싶다’의 마음만 있는 것이라 언제 어떻게 그 일이 이루어질지 잘 알 수 없지만, 내 삶에 그 순간이 오리라는 것은 안다. 나는 결국 오로라를 보러 떠날 것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 그런 열망들이 결국은 삶을 풍성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내는 것임을 안다.      

  책의 마지막 에피소드 만화, 제24화는 오로라이다. 만화의 내용은 두 자매가, 노르웨이로 오로라를 보러 여행을 와서 나누는 대화의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근데 난 몰랐어. 엄마가 오로라를 보고 싶어 했다는 것. 

그래

보고 싶다고 말해줬더라면…. 그랬으면…. 나, 성인식 때 비싼 기모노도 필요 없었는데, 괜히 언니 옷 물려 입는 거 싫다고 말해서…

그렇게 따지면 나도 그래. 피아노 배우고 싶다고 졸라서 결국 피아노를 사줬는데 거의 치지도 않았잖아. 

장식품이었지. 

그런 돈 전부 모았더라면 노르웨이쯤은 몇 번도 올 수 있었을 텐데.(중략)

근데 오라라가 대체 뭐야?

우리 그것도 모르고 왔네. 

“둘이서 가끔은 여행도 하거라”라고 남긴 말은 엄마가 주신 선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47~149쪽)


  두 자매는 엄마가 남긴 말처럼, 둘이 여행을 왔다. 엄마의 유언 같은 말씀이었겠지. 둘이서 가끔은 여행도 하거라. 이 말이 하나의 주문이 되어, 둘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안 계셔도 그렇게 둘이서 가끔 여행을 하는 삶을 살아간다. 엄마가 주신 선물처럼. 

  말의 힘은 세다. 늘 그렇게 느끼는 순간이 있다. 사랑이 내겐 그러하였고, 어떤 것에 대한 열망이 생길 때마다 그렇게 말을 하며 다짐을, 또는 계획을, 실천을 해 왔던 거 같다. 나에게도 참 좋은 사람에 내게 들려준 말이 있다. 그 말이 나를 조금은 천천히, 때로는 당황하지 않게 그렇게 잡아 줄 때가 있다. 

  “너만의 속도로 그렇게 가.”

  눈이 많이 내렸던 날, 차를 끌고 독서모임에 가야 하는데, 그땐 운전을 다시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눈길에 운전한다는 것이 겁이 났다. 그때 그분이 해 주신 말씀. 주변 차들의 속도에 휘둘리지 말고, 너만의 속도로 그렇게 가라고 해 주신 말씀. 그것이 참 오래, 지금도 여전히 남아, 내가 나 같지 않은 시간들을 살아갈 때, 멈출 수 있는 하나의 지침이 되었다. 삶에 있어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때로는 그 속도의 삶이 부러울 때도 있으며, 그 마음에 나도 모르게 따라가고 싶어 속도를 낼 때가 있다. 그때마다 참 좋은 그분이 해 주신 그 말씀을 기억한다. 나만의 속도, 결국은 내 삶에 있어서의 나만의 속도. 그걸 기억한다.      


2. 우주, 하늘에 대한 동경     


  ‘밤하늘 아래’는 기본적으로 우주에 대한 감탄에서 출발한 만화책이다. 제8화 ‘우주를 알다’의 에피소드는 초승달이 뜬 밤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우주에 대하여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생각한 그 마음을 남자친구에게 말을 했을 때 느낀 감정을 표현한 만화이다. 그 만화의 내용도 나는 참 좋았지만, 무엇보다 ‘초승달이 뜬 밤하늘’을 올려다본 그 순간의 기억이 떠올라 더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순간들이 있다. 출퇴근 거리가 멀어, 차가 막히는 시간을 피하고 싶어 새벽녘에 출근할 때가 많다. 그때, 산 아래 동네 우리 마을까지 환하게 비추고 있는 달을 발견하였을 때. 그 달빛이 너무 좋아, 누군가에게 막 전화를 걸고 싶어 진다. 그리고는 김용택의 시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를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된다. 신나고 근사한, 밤은 아니지만 새벽. 간절한 그리움, 사무치는 연정, 그리고 산 아래 작은 마을. 

  여전히 하늘의 별은, 달은, 무지개는, 구름은, 오로라는, 영화 그래비티는 끊임없이 나에게 감동을 준다. 그런 작은 감동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하늘의 구름 무게가 어마어마하다는 말에도 신나 하며, 내가 보는 저 손톱달의 한기에도 그 누군가가 떠오르고, 무지개의 끝을 따라가는 어린아이의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누군가의 말이 자신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 경험이 있다면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밤하늘 아래에서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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