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리바라기 May 15. 2023

책들의 시간 34_1인용 인생 계획, 그리고

#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_이옥남 씀_양철북


  ‘지식채널 × 1인용 인생 계획(지식 채널 e 제작팀 지음)’을 읽었다. 1인 가구 전성시대라고들 말한다. 어느새 사회는 1인 가구를 인정하고 이를 위한 산업과 경제와 문화를 형성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의식도 많이 변해 1인 가구를 바라보는 인식에도 변화가 있음을 알고 있다. 가족의 구성에 대한 사회 인식도 바뀌어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다시 태어나도 결혼을 할 거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지금의 이 모습이라면 결혼할 것이라고 늘 말하곤 한다. 나에게 결혼은 분명 마음 한구석에 ‘억울함’을 심어주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한 ‘기쁨’과 ‘감동’을 심어주기도 했다. 물론 그 바탕에는 시어머니께서 대신하신 온전한 육아와(그래서 딸이 가끔은 시누이 같다. 내 딸 같지 않고 시어머니의 딸 같다.) 남편의 자유로움으로 인해 나에게 주어진 자유, ‘따로 또 같이’의 남편과 나의 가치관의 일치 등 많은 요소가 있었음을 잘 안다. 결혼 생활의 모습도 다 제 각기여서 그 내면을 다 둘러볼 순 없지만 나는 이 결혼생활이 사람들의 평균적인 인식과는 차이가 좀 있어서 더 편했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1. 1인용 인생 계획


  ‘지식채널 × 1인용 인생계획’에는 1인 가구의 삶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사회의 현실, 사람들의 비대면 연애, 가족 형태의 변화, 그리고 1인 가구의 삶으로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이 준비하고 있는 취미와 직업과 삶의 모습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읽으면서 공감이 갔던 부분도 있었으며, 걱정스러움이 앞섰던 부분도 있었다. 

  2023년도의 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시기. 아이는 서울 학교 근처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남편은 유난히 당직이 많은 직종에서 일을 하고 있고, 여전히 체력적으로 지침이 없어 음주가무를 즐기고 있어 저녁을 밖에서 먹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1인 가구라고 지칭할 때가 많다. 그런 나에게 혼자서 만들어가는 삶을 계획하는 것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나는 단순한 삶이 좋다. 단순하게, 규칙적으로 만들어 가는 삶. 취미를 찾아보겠다며 취미 유랑자로 여기저기 흔들리기는 했지만 결국은 걷기와 책 읽기와 영화 보기와 드라마 보기와 글쓰기의 삶으로 안착하는 기분이 들고, 성격상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서 사부작사부작 노는 것을 더 좋아하기에 단순하고 규칙적인 삶은 나를 편안하게 이끈다.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실천하는, 걷기 대회를 나간다거나, 여행을 간다거나, 또 그렇게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하나씩 하나씩 이루면서 실천하는 삶, 그렇게 살아가기로 지금은 다짐해 본다.  

    

2. 이옥남 할머니의 삶을 들여다보며. 


오늘은 망태 세 개 매고 삼태미 두 개 매고 밭에 풀 좀 매고 어찌나 춥든지 얼른 들어왔지. 앞마당 끝에 해당화 꽃나무는 봄을 재촉하는 이때 잎이 뾔족뾔족하게 파랗게 나면서 빛을 띄운다. 각색 풀잎도 때를 찾아 피우기 바쁘다. 사람은 춥다지만 풀과 꽃은 때를 놓칠까 바쁘게 서둔다. (1999년 3월 22일 맑음)     

오늘은 깨 모종 심으러 갔다가 비를 졸닥 맞고 왔다. 깨 모종을 심으면서 희망을 생각했다. 이 깨가 클 때 깨 대궁에 잎눈마다 새끼 가지가 차면서 크겠지. 또 가지 끝에 잎 피는 눈에는 꽃이 피어서 꼬생이가 생겨가지고 깨알이 날이 갈수록 여물지. 가을이 되면 다 여물어서 그제서는 낫으로 깨를 꺾어야지. 

꺾어 세웠다가 한 십일 정도나 십오일 정도 되면 다 말라서 갑바 깔고 막대기로 털어서 키로 까불러서 한 이삼 일 말려서 두고 정도 맞게 나눠서 기름 짜서 먹고 나누어 준다. 

그 생각하면 깨를 심느라고 허리가 아파도 참고 억지로 하루 해를 채우며 심고 가꾼다. 농사일이라면 뭔 농사구 다 이와 같다. 그래서 힘든 줄 모르고 허리 아파도 참고 풀을 호미로 매고 밭머리 칡넝쿨이며 여러 가지 덤불이며 별별 풀이 다 들이뻗는 걸 낫으로 빈다. 밭에 하루만 안 가 봐도 손 들어갈 틈도 없이 풀이 나는데 비 때문에 밭에 못 가니 애가 난다. 장마 며칠 치르고 나면 또 밭에 말도 못 할 풀이 나올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태산이다. (2003년 6월 27일 비)


  ‘지식채널 × 1인용 인생계획’을 읽으면서 가장 눈물이 났던 부분은 ‘이옥남 할머니’의 이야기 부분이다. 슬퍼서 눈물이 났던 것이 아니라 할머니의 삶이 참 좋아서, 감동적이어서,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는 얼른 책을 찾아 읽었다. ‘아흔일곱 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옥남 씀)’.

  할머니는 글자를 잊지 않기 위해 재 위에 한 글자 한 글자 써 가며 글을 익혔다고 하셨다, 남편이 죽고 아이들은 다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 뒤에도 혼자서 농사를 지으며 하루하루 일기를 쓰며 지내시는 할머니. 책 속에 담긴 할머니의 일기를 읽으면서 꽃을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 생각하는, 자식에 대한 그리움, 그 모든 것들이 책을 읽으면서 슬며시 내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비가 와서 깨 모종을 심으면서 온몸이 다 젖었지만, 희망을 생각한 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졌다. 깨가 자라 수확을 하고 기름을 짜고, 그 희망으로 힘든 줄 모르고 일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나는 참 좋았다. 아니 힘들어도 그 삶을 그렇게 살아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참 좋았다. 책 속에는 자식이 왔다가 금방 돌아가는 것이 못내 아쉬워 투덜대는 할머니의 모습과 비둘기의 투덕투덕 소리에 저것들은 뭘 먹고사나 걱정하는 할머니의 모습, 꽃을 보며 감탄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면서 작은 위로가 된다. 이렇게 나이 들어도 괜찮다는 위로. 


3. 정리.      


  책을 읽다 보면, 또다시 읽고 싶은 책이 생긴다. 이번이 특히 그랬다. 1인용 인생 계획을 읽으면서 이옥남 할머니 편의 지식채널을 찾아보았고, 그리고 이옥남 할머니가 쓰신 책이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는 할머니의 손자이신 분이 엮은 학급문고 책도 읽고 싶어 졌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이야기 나눠 보기]

1) 1인용 인생 계획이 혹시 있으신지요? 혼자서 삶을 살아간다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어떤 삶을 계획하고 살아가고 싶은지요? 

2) 오늘 하루의 일기를 적어 봅시다. 단순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봅시다. 

작가의 이전글 책들의 시간 33_아라의 소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