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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바라기 May 29. 2023

책들의 시간 36. 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

# 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_더글라스 케네디 지음_밝은 세상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책은 아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나 홀로 집에’를 보는 느낌. 11살의 내가 ‘나 홀로 집에’를 보고 있었다면, 신나서 재미있어하고 같이 모험하는 기분이 들었을 거지만, 이미 크리스마스마다 재방송으로 너무 많이 보아왔던 ‘나 홀로 집에’를 45살의 어른이 보고 있는 느낌. 중간에 멈출 수도 있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책을 시작했으니 끝까지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프랑스에 살고 있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 ‘자폐증을 앓다’라는 표현이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질병으로 보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 그런 생각이 들긴 하였지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인해 ‘자폐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바뀌었을 거 같긴 하다.

  책에는 자폐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오로르가 나온다. 오로르는 어린 소녀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며, ‘참깨 세상’과 ‘힘든 세상’으로 두 세계를 오고 갈 수 있다. 물론 자폐를 앓고 있는 아이의 마음으로 바라본 세상이라 생각한다. 오로르는 자폐로 인해 말을 할 수 없다. 참깨 세상에서는 다양한 철학자 친구들과 말을 할 수 있지만 힘든 세상에서는 오직 ‘태블릿’에 글을 적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 그래서 오로르에게는 태블릿이 없으면 세상과의 단절과 같은 두려움이 찾아오곤 한다.      


1.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어제 몽테뉴와 토론을 했어. 주제는 두려움이었어. 몽테뉴가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 ‘내 삶은 끔찍한 불행으로 가득한 것 같았지만, 그 대부분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내가 말했다. “좋은 말이야! 정말 맞는 말이네! 우리는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일들을 너무 많이 걱정해.”

  아보카가 말했다. “두려움은 인생의 나쁜 면이지. 그렇지만 두려움도 선택이야. 나랑 함께 사는 사르트르는 ‘우리는 우리의 선택이다.’라는 생각에 골몰하고 있어. 이 말은 ‘우리는 자신이 결정한 결과물이다.’라는 뜻이야.”

  내가 물었다. “그럼, 우리가 불행해지기를 선택하면……?”

  아보카가 말했다. “불행해지지. 살아가면서 나쁜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그 일에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는데, 그 선택에 따라 정말로 더 나쁜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어.”(52쪽)     

  “내가 이 테이블에서 저 테이블로 점프할 때 얼마나 오랫동안 골똘히 생각하는지 알아? 몸에 얼마나 힘을 줘야 하나, 어떻게 착지할까, 실수로 테이블에서 떨어지면 다른 사람이나 내가 정말 정말로 다칠까? 오로르 너도 그래야 해. 철학자이자 변호사로서 말하는데, 남을 괴롭히는 사람과 맞설 때는 그 사람보다 앞서서 생각하는 게 제일 중요해. 호텔로 돌아갈 수 없고 경찰서에 갈 수도 없다면, 뉴욕에서 누구를 찾아갈 수 있을까?”(219쪽)


  오로르는 선생님과 함께 자폐 관련 연설을 하기 위해 뉴욕에 갔다가 비슷한 또래의 친구를 만나게 되고, 친구의 새엄마가 저지르는 범죄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오로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참깨 세상’에 들어가 방법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두려움이라는 것도 결국은 선택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 그리고 무언가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 상황에 앞서 여러 번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답을 찾아가는 것. 오로르가 내린 결론은 그 상황 속에서 맞서 싸우는 것,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어린 11살 소녀의 모험담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물론 내 취향의 소설은 아니었지만, 소설을 읽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그 답을 명확하게 찾을 수야 없겠지만, 세상을 살아오면서 경험하게 되는 많은 일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게 만들어 주는 건 분명하다. 경험이 선택의 순간에 답을 내려 줄 수도 있음을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다.      

  어린 시절 나에게 두려움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어린 시절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남동생은 어린 시절에 있었던 사소한 것들도 잘 기억하고 친구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들도 잘 기억하는데 나는 기억을 잘 못한다. 사소한 이유를 들자면, 20대 초반에 있었던 교통사고로 머리를 꿰맨 적이 있다. 단순 찰과상이어서 피가 난 것이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었을까? 순간 기절을 하고 기억이 전혀 없다가 깨어난 순간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핑계를 대어 본다. 하지만 다른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선택적으로 기억을 지우는 것은 아닐까? 굳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지워 스스로를 지켜내는 삶. 그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어린 시절 나에게 두려움이 무엇이었는지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의 기억과 상황이 지금의 삶에 분명 경험으로 남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그건 관계이다. 사람들과의 관계, 나는 관계를 맺는 것이 참 많이 어렵다. 그걸 들키지 않고 잘 지내오고 있지만,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그래서 한번 맺은 관계를 오래 유지한다. 지금은 그 마음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 관계가 깨질 것에 대한 두려움에 때로는 할 말을 삼키기도 한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두려움에 대한 경험이 어느새 관계를 맺는 방법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습관을 형성하였음을 알고 있다.      


2. 정리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책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하여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아이들도 두려움을 가질 테고, 그 두려움을 극복해 가는 과정에 대하여도 생각해 보았다. 책의 표지에 적힌 내용, “어려움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 자신을 믿는 거야.”라는 구절. 

  아이를 키우면서 때마다 아이에 대한 걱정의 내용은 달라졌다. 제때에 말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부터 시작하여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 공부는 잘할 수 있을까,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공감하고 공감받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등 등 걱정의 내용은 달라졌고 또 그 걱정을 어찌할 수 없어 기도 밖에 할 수 없었다. 아이는 여전히 잘 자라고 있지만, 내 걱정은 끝나지 않았다. 엄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결국 아이의 삶을 응원하고 지지하고 믿어주며, 때로는 그냥 옆에 있는 것 밖에 없음을 나는 잘 안다. 또 그렇게 살아가겠지. 소설 속 ‘오로르’도 그렇게 세상 속에서 잘 살아가리라 믿는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어린 시절의 두려움이 지금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혹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어떤 세상이기를 희망하고 있습니까? 혹 아이가 없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가 어떤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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