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리바라기 Jun 05. 2023

책들의 시간 37. 회색 인간

# 회색인간_김동식 소설집 1_요다 

  이번 독서모임의 책은 ‘회색인간’이었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 뭔가 모를 이끌림, 그리고 책 표지를 보았을 때 혹시 공포 관련 책인가라는 조금의 두려움. 그렇게 책을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읽었을 땐, 사실 멈출 수 없었다. 완전 술술 읽혀서. 단편 소설이라 하기에는 정말 짧은 글들의 모음이었고, 그리고 예상 가능하지만 탄식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 실려 있었다. 

  이 책을 독서모임의 책으로 선정한 선생님은 김동식 작가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하셨다. 중학교 아이들이 정말 집중하여 김동식 작가의 강연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2시간의 강연 중에서 1시간 이상을 김동식 작가가 살아온 삶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고. 요즘의 세상에서 소설가가 되는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김동식 작가님의 이력은 좀 독특하다. 2016년 <오늘의 유머> 공포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책으로 만들어졌다. 주물공장에서 10년을 넘게 일하면서, 상상의 힘으로 이야기를 창작하였으며, 그것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이제는 작가가 된 그런 이력을 가진. 


  책을 읽으면서 아주 살짝 아쉬움이 있긴 했다. 내가 사실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못한다. 하지만 선과 악의 분명한 대립보다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이 드러나는 그런 책들을 나는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이분법적인, 대립적인 세상의 모습이 좀 많았다. 하지만 분명 충분히 생각할 만한 많은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 2학기 때에는 아이들과 함께 이 책으로 이야기를 나눠 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1.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신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피노키오를 향해 말했다. 

[무엇이든 네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겠다.]

“우와! 정말요? 무엇이든지요? 만세!”

“오오오!”, “와아아!”

전 세계의 사람들은 신의 말에 환호했다. 

피노키오의 꿈이 무엇인지는 뻔한 것이었다. 

눈치 빠른 카메라는 피노키오와 노인의 모습을 번갈아 비췄는데, 노인은 어느새 감격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전 세계의 사람들도 드디어 피노키오가 꿈을 이루는 날이 왔다며 감동했고, 노인처럼 벌써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기뻐서 펄쩍 뛰던 피노키오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신을 향해 소원을 빌었다.      

“저는 건강한 소나무가 되고 싶어요!”


  책의 마지막 단편 ‘피노키오의 꿈’은 우리가 알고 있던 ‘피노키오’ 이야기와 소재가 비슷하다. 그래서 내용 가운데 피노키오는 아니지만, 피노키오로 부르기로 했다는 구절이 있다. 그리고는 책에 신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피노키오의 존재가, 할아버지의 간절한 소원이 신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신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다. 신이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는 생각에 환호하며, 그 소원을 할아버지에게 물었다면, 할아버지는 피노키오가 진짜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말하였을까? 그런 생각은 들었다. 피노키오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대답이 아닌, 건강한 소나무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말한다. 

  피노키오의 소원을 듣고는 그래, 그런 거지. 그렇게 생각했다. 나도 그렇겠지만 우리가 보는 세상은 자신의 생각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주 옛날 교육학 수업을 들을 때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수업은 교사의 역량을 넘어서지 못한다.”라는 말. 교사의 역량이 수업을 만들어내지만, 결국 교사가 알고 있는 범위에서만 수업이 이루어진다는 것. 근데 이게 어쩌면 학생이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거나 더 뛰어난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요즘 많이 깨닫는다. 


  피노키오가 사람이 되고 싶을 거란 생각은 정말 사람 중심적인 생각이었음을.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반성이 되었다. 내 생각의 한계가 크게 느껴져서. 상식의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진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관과 삶의 기준은 바로 세워져 있어야 한다고 분명하게 생각한다. 그래야 비도덕적인 세상에서 도덕적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이 오만과 편견이 되어서는 안 되며, 내 합리적 기준이 전부인 양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 내 생각만이 옳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는 것. 그걸 요즘 많이 깨닫는다. 나이가 들수록. 

  그럼 이렇게 인간 중심적인 사고,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아직까지 나의 답은 ‘독서’다. 책을 읽는 것, 세상에 정말 다양한 사람이 많음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내 의견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방법. 그게 독서임을.     

 

2. 인터뷰를 통해 살펴보는 김동식 작가님의 삶. 


  책의 마지막 부분엔 김민섭 작가님의 추천의 글이 실려 있다. 이 부분을 읽지 않았더라면, 김동식 작가님을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김민섭 작가님은 김동식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미있는 작가, 그동안 없던 작가, 독자가 만들어낸 작가, 노동하는 작가’로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잘 표현한 부분이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림이 그려졌다. 주물공장에서 일을 하는 작가의 모습과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있는 작가의 모습. 


  독서 모임을 같이 하는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가 있다. 김동식 작가님이 강연을 와서 하셨던 이야기 중 하나가 소설을 적을 때 제일 생각을 많이 한 것은 ‘재미’였다고. 그래서 책에 실려 있는 모든 소설은 재미있다. 독서 모임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내 생각에 갇혀 더 넓은 생각을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책이 더 좋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불편한 단면들이 이 책엔 많이 실려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뭔가 불편한 감정들의 원인이 사회의 모습 가운데 있음을 선생님들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꿈을 이룬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방법이 아닐 수도 있으며, 꼭 하나의 방법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예전엔 그걸 잘 몰랐다. 그래서 뭔가를 이루지 못하면 좌절감이 심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쓴 글을 읽으면, 아이들 스스로 그런 좌절감을 많이 겪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세상의 기준이라는 것과 나의 기준이 같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기준에 나를 맞추어야 하는 삶의 버거움. 그래서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면 좋겠다. 나도, 나의 딸도, 우리 아이들도. 

  김동식 작가님이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들었다는 ‘운과 꾸준함과 좋은 태도’, 나에게 그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3. 정리


  아직, 나의 편견이 너무 커서 책을 읽으면서 재미는 있었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남았다. 차근차근 정리해 보면, 나는 하나로 정의되는 삶보다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정의 내릴 때가 많지만 사실은 순간순간 달라지는 사람의 모습, 그 모습의 빛깔이 나는 참 좋다. 어떤 순간엔 이런 모습이지만 또 다른 순간엔 그런 모습이어도 그럴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건 그만큼 다양한 빛깔의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데 때로는 나의 그런 모습이 누군가에겐 줏대도 없고, 제멋대로이며, 이랬다 저랬다 하는 모습으로 비치어질 수 있음을 잘 안다. 소설 속 내용이 사회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지만, 상징적으로 충분히 고민해 볼 수 있는 사건들과 편견을 다루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소설 속 모습이 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건 잘못된 거야’라고 바로 공감할 수 있기보다는 좀 더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아쉬움이 조금 있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책. 책을 통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해 보아야겠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책 내용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어느 부분입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며, 책을 통해 변화된 생각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좋은 습관, 마음가짐을 무엇입니까? 

작가의 이전글 책들의 시간 36. 뉴욕의 영웅이 된 오로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