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리바라기 Feb 05. 2024

책들의 시간 71.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김현아 지음, 창비

  책을 다 읽고 처음 가진 생각은 무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마음도 중요하지만 지식과 그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이었다. 늘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를 진단받은 딸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는 엄마의 마음을 기록한 책이다. 다만 감정의 변화만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병이 무엇인지에 대한 엄마의 탐구 과정과 사람들에게 익숙한 유명인들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들의 분석을 통해 현대인에게 있어 ‘정신질환’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하여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난 후, 참 좋았다. 재미있었다고 표현하기에는 그렇지만 단숨에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우리 가족의 고통의 기록이다. 우리가 겪은, 그리고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고통을 우리와 같은 상황에 놓은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한 기록이다.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만족스러운 치유책이 없는, 그래서 더한 편견과 낙인으로 괴로움을 겪는 정신질환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이것이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여느 신체질환과 다를 바 없는 질환임을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이 삶의 질곡에서 고통을 덜 수 있을지 그리고 가족 간에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서 손잡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이 책을 집필한 계기이다. (8쪽)


  책의 작가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의사 선생님이시다. 작가가 이 책을 쓰기까지 참 많은 나날의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이는 가족이라 할지라도 가족만의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들키고 싶지 않은 것, 그런 마음들이 우리 모두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사회적 위치와 인식 때문에 자녀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밝힌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마로서 딸의 아픔을 바라보는 그 마음이 내 마음에 닿았다. 그래서 더 많이 몰입하여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1.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


  첫 진료를 받으러 같이 가자는 엄마의 제안을 거부하고 혼자 병원으로 향하던 날 안나는 만원 지하철에서 숨을 쉴 수가 없어 중간에 내려야만 했다. 공황이 온 것이었다. 이 역시 병의 증상이었는데 나는 아이에게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늦게 도착한 안나를 진료한 선배 교수는 아이가 지하철을 타지 못하고 내린 일까지 포함해서 모두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라는 진단을 내렸다. 금시초문인 병으로,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조울증’이라는 병명만 배웠는데 우리 아이의 증상과 내 머릿속의 그 병은 한참 거리가 있었다. 

  기분이 막 좋아서 이상행동을 하는 조증 시기와 우울해서 가라앉아 있는 울증 시기가 번갈아 오는 그런 병이라고만 막연하게 알고 있었고 우리 아이는 우울한 것만 문제인 걸로 여겼는데……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죽으려고 자해도 하고 자살 계획도 세운 것인 줄 알았는데, 이건 완전히 모르는 영역의 이야기였다.(27쪽)


  우리가 흔히 정신질환이라고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많이 언급하는 부분이 우울증이다. 하지만 그 우울증에 대하여도 괜스레 기분이 가라앉는 정도라고 가볍게 치부될 때가 많다. 그래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대할 때에도 정신적으로 이겨내야지, 그렇게 가볍게 이야기를 하여 상처를 줄 때가 있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안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구나, 생각했다.       


  작가도 의사이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이 아니다 보니 딸의 자해와 질병 앞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전문 서적과 해외 논문들을 찾아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에 대하여 공부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우울증 유병률은 30퍼센트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 수치를 보면서 우울증과 관련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정말 많구나, 생각했다. 외국의 통계에 따르면, 유사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포함하면 양극성 장애의 유병률은 6.4퍼센트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또한 30세 미만의 젊은 연령에서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젊은 연령층의 양극성 장애 스펙트럼의 증가, 이게 과연 개인의 문제일까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다. 실제로 책의 말미에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양극성 장애가 더 많은 현실들에 대한 기사와 사회에 대한 분석도 나온다. 충분히 공감 가는 내용들이었다.      


2. 인식의 전환


 1990년대 사람이 타인이나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방식은 다양하다고 주장하며 어떤 사고, 학습, 행동 방식만이 옳고 그 외의 것은 장애라고 규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를 표명하는 신경 다양성 운동이 일어났다. 처음에는 자폐스펙트럼 장애 환자들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지만 점점 양극성 장애, 강박장애, 불안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 환자들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또한 사회정의의 차원에서 시작했던 운동의 방향도 점차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치유’ 중심의 의료적 시각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으로 변환이 일어나고 있다. (275쪽)


 책을 읽으면서 부모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작가는 책을 쓰면서 부모의 역할에 대하여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작가는 정신질환 환자들의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용기와 인내, 회복탄력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정신질환의 원인이 ‘뇌’와 관련이 있음을 근거로 병명을 바꿔 ‘뇌 질환’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신질환을 단순 의지의 문제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에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는 것.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필요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자랄수록 아이가 참 좋아서 나는 겁이 많아졌다. 아이가 학교 생활은 잘하는지, 친구들과의 관계는 괜찮은지, 주변의 좋은 사람들은 있는지, 어려움을 헤쳐 나갈 힘은 키워가고 있는지, 매번 그 걱정의 폭이 넓어졌다. 하지만 삶이라는 것을 대신 살아줄 수 없으며, 대신 선택해 줄 수 없기에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무한한 지지와 염려와 걱정과 그리고 사랑이었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을 내가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작가는 딸의 아픔과 자신의 역할을 공유함으로써 부모로서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 정리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나 스스로 정신질환에 대한 개념과 정의가 명확하지 않으며, 학생 중 우울 증상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었지만, 학교에 나오는 날 보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시기가 더 많았던 학생이라, 어머니와 상담을 하던 시간이 더 길었기에, 학생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반성이 되었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아주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나에게도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나는 오늘 또 하나의 세상을 이해하고 배워가고 있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봅시다. 혹시 우울과 불안, 강박 등 자신을 괴롭히는 어떤 요소들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2) 부모의 자리, 역할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봅시다.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작가의 이전글 책들의 시간 70.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