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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바라기 Jan 29. 2024

책들의 시간 70. 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 삶의 고비마다 나를 일으킨 단 한 줄의 희망, 한동일, 문학동네


  살아가면서 마음에 오래 남아 일상의 순간순간 힘이 되어 주는 문장들이 있다. 이번 책은 그런 느낌으로 읽은 책이다.  한동일 교수님의 ‘라틴어 수업’을 읽은 적이 있었다. 라틴어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지만, ‘인생 문장’이라는 구절에 집중하여 작가의 삶 가운데 힘이 되어 준 문장은 무엇인지, 또는 내가 그런 문장을 발견할 수 있는지 궁금함을 가지고 시작한 책이다. 여행지에 함께 가지고 갈 만큼 가벼우면서도 읽기 쉬운 책이면서, 몇몇 구절은 괜스레 라틴어 문장을 외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1. 행복은 상태가 아니라 태도입니다.


 세상에 숱한 행복에 관한 책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의미를 발견하라, 현재 상태에 만족하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상하지요. 어느 한순간이라도 내가 주어진 현실에 굳이 불만족하려 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애쓰지 않은 적 있던가요? 우리는 모두 본능적으로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내 현실과 삶을 인정하기 위해 이미 노력하고 있습니다. 의지와 본능은 이미 충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내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복된 실패의 경험이 나를 만족하지 못하게 했고, 부정적으로 몰아갔던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스스로 만족하고 긍정적으로만 생각해야만 한다고 다시금 우리 자신을 다그칩니다.

  과연 그렇게까지 하면서 우리는 반드시 행복해져야만 하는 걸까요? (194쪽)


  ‘행복’에 대한 정의와 생각과 조건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하는 질문, ‘과연 그렇게까지 하면서 우리는 반드시 행복해져야만 하는 걸까요?’에 대한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다. 자주 행복했고, 자주 우울했으며, 많이 기뻤고, 많이 슬펐던 삶 가운데 ‘행복’에 대한 열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울하고 슬프다고 해서 불행하진 않았다. 삶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작가는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태어났으며, 주어진 시간을 견디고 채워가는 데 필요한 태도가 행복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왠지 인정해야 할 것 같은 명제들이다. 살아가기 위해 태어났으니,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 삶이 견디고 채워가야 하는 삶이라는 것, 그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외롭고 지루한 날들의 연속이지만 행복하지 않음이 불행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 나는 끊임없이 그것을 인정하며 살아가고 있다.


  행복은 상태가 아니라, 태도라는 작가의 말처럼, 나의 삶의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슬픔의 순간에 온전히 슬퍼할 줄 알며, 본능적으로 지금 이 순간에 만족하며, 긍정적으로 현실의 삶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닐까? 끊임없이 삶의 태도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여전히 어렵다.      


2. 나에게 있어, 참 힘이 되는 문장들


  요즘 사고력과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생각하고 고뇌하고 계산하고 해석하기 전에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것을 직관으로 느끼는 것이 먼저입니다. 내 마음을 흔드는 무언가를 스스로 감지하고 정확하게 감각해야만 사고력도, 문해력도 존재 가치를 찾습니다. 우리는 이런 시간과 기회를 많이 갖지 못했습니다. 우리 시대의 방황은 바로 여기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309쪽)


  책을 읽다 보면, 밑줄을 긋고 싶어지는 부분들이 참 많다. 소설도 그러했고, 소설 아닌 책들도 완전히 공감이 가는 부분부터 마음에 남아 오래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문장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책에서 무언가를 배운 기분이랄까? 그런 마음에 행복감이 꽉 차곤 한다.

  무릇 책에서만 그런 문장을 발견하는 것은 아니다. 함께하는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듣게 된 이야기들 가운데에서도 나에게 힘이 되는, 방향이 되어 주는 문장들이 있다. 처음 선생님이 되었을 때, 첫 학교 교감 선생님께서 교직원 회의 시간에 해 주신 ‘교사는 보여주는 사람이다’라는 말씀이 학교 생활 가운데 지침이 되어 주었다. 여전히 모범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지 못하지만, 그래도 때때로 어떤 순간에 그 말씀이 떠올라 교사로서의 사명감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그리고 또 하나의 말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분의 유머러스한 삶의 태도도 좋아하고,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좋아한다.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공감하게 되는 따뜻한 이야기들도 참 좋아한다. 눈이 많이 오는 날 독서 모임을 하러 가야 하는데, 망설이고 있을 때, 수화기 너머 들려오던 ‘너만의 속도로 가’라는 목소리, 그날의 온도와 목소리와 말씀이 너무 좋아 아주 오래 기억에 남아있다. 구구절절 눈이 올 때 도로의 위험함과 안전운전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겠지만, 그 한마디, ‘너만의 속도로 가’라는 말이 다른 어떤 상황에서도 방향이 되어 주었다. 참 좋다.      


3. 정리.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마음의 평안을 주는 책이다. 일상을 잘 살아내야겠다는 그런 작은 다짐들도 함께 생기는 책이다. 엄마와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자기 전에 읽기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도 읽었다. 평범함이 주는 일상의 감사함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는 그런 하루에 어울리는 책.      


[이야기 나눠 보기]

1)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든 구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2) 인생을 살아갈 때 힘이 되어 주는 자신만의 구절이 있습니까? 어떤 구절이며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나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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