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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바라기 Mar 04. 2024

책들의 시간 75. 우울한 기분은 식탁에서 생긴다

# 우울한 기분은 식탁에서 생긴다. 글, 그림 김이서_메이킹북스


  우울하다. 왜 우울하지? 이유를 계속 생각해 본다. 내가 전혀 먹지 않는 ‘간장게장’을 잔뜩 사 온 남편에 대한 미움 때문인지, 결국 그 간장게장은 좋아하는 어머니께 갖다 드려야 하는데 가는 길의 귀찮음 때문인지, 식사 시간이 달라 밥을 여러 번 차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만든 원인이 나인지 딸인지 혼란스러운 마음 때문인지, 탈수할 때 멈추는 세탁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3월 4일 개학이 다가오기 때문인지, 이도 저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나에 대한 자조적 마음 때문인지 정말 모르겠다. 하나의 원인이 아닐 수 있으며, 상황의 복합적 연결고리로 내 마음이 이리 우울의 감정 곡선을 타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때 읽은 책이 바로 ‘우울한 기분은 식탁에서 생긴다’이다. 브런치로 이미 구독하고 있는 작가의 책이기도 하다. ‘브롤리’라는 캐릭터의 그림이 마음에 들었고, 제목에 대한 이끌림 때문에 브런치 구독을 하고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얼른 빌려왔다. 가벼운 동화책이나 그림책 같은 느낌의 책이다. 작가가 다양한 뇌와 장의 관계에 대한 책들을 읽고 작가의 어휘로 정리하여 우울한 기분, 즉 감정이 먹는 음식과 관계있다는 내용을 그림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쉽고 재미있다. 단숨에 읽히는 책이지만, 오래 두고 음식과 감정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 볼 법한 책이다.      


1. 어제, 오늘 내가 먹은 것들


  나의 이 미치광이 같은 감정들이 알고 보니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곰팡이, 균들 때문이었다니. 나는 너무도 놀란 나머지 미생물 관련 책들과, 감정, 뇌에 관한 책들을 읽어가며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 보았다. (5쪽)

  식습관, 생활 습관, 장 투과성, 나쁜 자세, 고약한 생각 등으로 과부하가 걸리면 적응성 면역계가 반응한다. 그렇게 되면 대포나 바주카포를 마구 쏘는 것과 같이 아군 적군 할 것 없이 피해를 입게 되고 몸에는 더 많은 항체와 염증이 생긴다.(45쪽)


  브런치 글을 쓰면서 기분이 가라앉았다. 작가의 표현을 빌려 ‘미치광이 같은 감정’들에서 조금은 벗어난 기분. 마구마구 밀려오던 고약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났다. 그 사이에 자꾸 멈추던 세탁기는 자신의 일을 완료하여 나는 빨래를 널었으며, 어머니께 간장게장을 배달했고, 텀블러 컵에 스타벅스 커피도 한잔 담아왔다. 모든 일의 인과관계를 찾는 건 쉽지 않다. 감정이 사르르 풀리는 그 마중물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는 우울한 기분이 나를 휩싸고 있을 때, 어제오늘 내가 먹은 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며칠 전 주문했던 상추와 냉이 한 박스, 그 냉이를 깨끗하게 씻어 소분하여 놓았었다. 어제 그 남은 마지막 냉이로 강된장을 끓였고, 먹으면서 “와우, 봄을 먹는다.” 그런 마음이 들었었다. 건강하게 먹었다는 자부심,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을 다 소비했을 때 느끼는 어른이 된 것 같은 마음. 나는 그게 좋다. 


  그럼, 나는 건강하게 먹었는데, 왜 기분이 안 좋지? 내 몸속 유산균이 부족한 건가? 공복에 유산균을 챙겨 먹고 있었지만, 며칠 동안 먹지 않았고, 2개월 가까이 먹지 않았던 과자를 며칠 전부터 먹기 시작했다. 적당히 먹었으면 좋았을 것을, 입 터짐을 막지 못해 한 상자에 8개들이를 모두 먹어버렸다. 딸기 맛 크림이 맛있었다. 그것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인가? 


  어느 하나로 분명히 규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잘 알고 있다. 우울한 기분이 식탁에서 생긴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을 먹으면 기분이 나빠지고, 무엇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단순한 논리가 아니라는 것을. 작가의 말처럼 식습관, 생활 습관, 장 투과성, 나쁜 자세, 고약한 생각이 서로서로 영향을 미쳐 내 기분을 이끌어 낸다는 것에 충분히 공감한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더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식습관을 점검하고, 생활 습관을 바로 잡으며, 자세를 올바르게 하려고 노력하고 고약한 생각을 덜 하면서, 올해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      


2. 감정의 입자도 높이기


  자신의 신체 신호를 정확히 파악할수록 자신의 감정을 더 섬세하게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그 감정에 맞는 최선의 대응을 고르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99쪽)

  감정 안에는 세부적으로 많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존재한다. 자신의 감정을 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에 적절한 해결책이나 행동을 할 수 있다. 학자들은 감정의 입자도를 높이라고 조언한다. (103쪽)


  이 책에는 ‘감정의 입자도’에 대한 설명이 있다. 감정 해석을 정밀하게 하는 것, 감정의 입자도를 높이는 것이 스스로의 감정을 잘 들여다볼 수 있게 하며, 적절한 해결책이나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곰곰 생각해 보면,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를 우리는 많이 알지 못한다. 나 또한 국어를 가르치면서도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를 수식할 수는 있어도 어휘 자체에 대한 폭이 넓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괜스레 부끄러워졌다. 기쁘다, 슬프다, 화난다, 행복하다, 짜증 난다, 우울하다 외에도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는 분명히 더 있을 것인데,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수식어를 붙여 표현하기도 하나 보다. 

  스스로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기 위해 감정의 입자도를 높이는 삶, 그것에 대한 궁금함이 생겼다.      


3. 정리     

  오늘 내가 우울했던 것, 그것의 원인이 하나로 규정되지는 않겠지만, 내가 먹는 것이 내 감정의 원인일 수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먹는 것이 나이다’라는 말도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오늘 내가 우울하다 여겼지만 실은 우울이 아니라 일이 제대로 풀리는 않는 것에 대한 섭섭함일 수도 있으며, 개학을 앞둔 마음의 부담일 수도 있다. 감정을 표현하는 섬세한 어휘를 갖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리라 생각한다.      


[이야기 나눠 보기]

1) 최근 며칠 내가 먹은 음식과 기분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탐구해 봅시다. 

2)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고, 스스로의 감정을 다양한 어휘로 세분화하여 표현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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