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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추억 그렇게 현재를 살아간다

by 오담


사람은 기억 속에 살아가고 언젠가의 추억을 그리워한다.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추억되는 일이란 정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람과 만났을 때 미래를 이야기하며 찬란한 미래를 꿈꾸었던 나날도, 과거를 이야기하며 “그때 그런 일도 있었지”라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나날도, 현재는 내일이 오면 과거가 되었고 기억이 되었다.


가끔, 아주 가끔 삶이 무료하고 재미없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쳐 우울한 날이 있다. 삶에 지친 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저 집에서 핸드폰으로 귀에도 잘 들어오지 않는 영상들을 보고 있을 때가 있었다. 그때 문득 방안에 걸린 코르크보드에 걸려있는 사진들과 종이들이 보였다.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적어준 편지들 방금까지의 우울감이 조금 사그라드는 느낌이었다.


걸려있는 종이 중에 하나는 어느 독립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면 글 귀가 적힌 종이들을 뽑을 수 있는 이벤트가 있었고 그때 뽑은 글귀가 마음에 들어 붙여놨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자기 삶에 화양연화 하나쯤 있으면 그 추억으로 살아갈 힘이 만들어진다” 다시 읽어 본 그 글귀를 보고 나의 삶의 화양연화, 그만큼 찬란하고 아름다운 때가 딱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삶을 게을리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를 추억해야 하는데 이렇게 우울해 있는다고? 우울해할 시간이 아까워졌다.


앞으로의 나는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추억하고 싶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고 싶다. 하지만 두려운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을 무서워하고 안정적이고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이미 태어나면서 모든 것이 선택이었고 쉬운 결정은 없었다. 그렇기에 난 또 후회할지 모르는 선택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또 삶을 우울해하며 살아가기에는 그건 나 자신에게도 미안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더 나아지지 않을 수 있고, 모든 선택이 성공일 수는 없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결심을 하는 나를 의심하면서도 무섭기도 무겁기도 하지만 나는 이 순간의 결심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현재를 살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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