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보슬보슬 강하지도 않은 그해의 첫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창밖으로 비를 바라보며 휘적휘적 팔을 저어 본다. 하지만 이내 흥미가 식어 창밖을 뒤로한 채 집안을 어슬렁 거리며 조용한 집 안에 다른 흥밋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바닥에 책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그건 내 관심에 속하지 않았다. 그러다 방 안에 있던 반짝반짝 한 오르골이 책상 위에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갔다. 툭툭 만지다가 태엽을 건드리니 오르골에서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기분 좋게 감상을 하다 문득 배에서 허기짐이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일어나고 창밖에 비를 멍하니 구경하다 끼니때를 놓쳐버렸던 것이다. 생각보다 너무 몰두하다 보니 오래 구경을 했다는 자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배고픔을 못 이겨 거실로 나갔다.
준비되어 있던 밥을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그릇이 깨끗해질 정도로 맛있게 먹으니 배고픔은 없어지고 배는 빵빵해졌다. 배가 부르니 자연스럽게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항상 드는 생각이 “왜 밥을 먹으면 항상 이렇게 잠이 몰려올까?” 였지만, 그러한 궁금증도 잠시 내 발길은 침대로 자연스레 향하고 있었다. 그런 궁금증을 알아내는 것보다 일단 몸이 시키는 대로 잠을 자는 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찰칵, 찰칵”
예민한 청각 때문에 이질적인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버렸다. 고개를 들어 소리의 원인을 찾아보니 눈앞에 커다란 사각형의 무언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너무 놀란 나는 그걸 보고 크게 소리쳤다.
“하아아아악!!! 냐!!!냐~~옹!!!“
“으앗!! 미안해, 미안해 엄마가 잘못했어~~! 아이고 놀랬어 내 새끼?”
놀라서 허리를 한껏 올리며 털을 바싹 세우니 그걸 본 엄마는 땀을 삐질거리며 나를 진정시키려고 했고 엄마임을 알아보고 나서야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엄마에게 다가갔다.
엄마는 다가오는 나를 자연스럽게 품 안으로 안아주었고 내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기분이 좋았지만 두 번째 뽀뽀를 해줄 때에는 정중히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한 번으로 충분해 “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엄마는 언제나의 그 행동이 귀엽다는 듯이 웃었고, 이내 아까 나를 놀라게 한 커다란 사각형의 무언가에서 나온 네모난 것을 보여주었다.
“치즈야 너무 귀엽지! 어쩜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지? 어디에 붙여놔야 온 동네방네 자랑을 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엄마는 나를 안아 들은 그대로 그 네모난 그것을 냉장고에 볼 수 있게 붙여놓았다.
동그라미..? 그 안에는 그냥 새하얀 동그라미가 있었다. 그러다 더 자세히 응시해 보니 동그랗게 말아진 하얀 몸에 노란 귀가 살짝 삐죽 튀어나온 내가 거기에 있었다.
갑자기 고양이의 자유로움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집고양이의 하루는 어떨까?로 생각이 이어지면서 그냥 귀여운 고양이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집을 탐험하며 책을 어지르고 그냥 비 오는 창밖에 꽂혀 가만히 몇 시간이 지난 지도 모르는 채 세상을 구경하는 그런 고양이가 생각이 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