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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Man Oct 04. 2023

최고의 호스텔의 조건 2

히맨の이탈리아 기행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생 동안 한곳에서 그짓만 하며 살아 가면 너무 덧없는 인생이다. 돈이 많으면 무얼하나. 그렇게 한곳에서 돈만 벌며 살았는데 죽을 날이 오면 후회가 될것같다. 그때는 다리아파서 늙어 버려서 돈은 있어도 휠체어에 앉아야만 나다닐 수 있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처럼 하루 종일 걸어 다닐 수 있는 체력이 있는 동안 만이더라도 나는 부지런히 나의 이동범위를 넓게 그려 나가고 싶다. 도화지는 전세계인데 한국에만 있기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내 이동범위는 전 세계라면 좋겠다. 지구 전체에 내 발걸음과 이동범위를 그려가며 살고 싶다. 죽는 날까지 그렇게 돌아 다니고 싶다. 그렇게 함께 돌아 다녀 줄 사람이 있을까?




아무튼 안다 호스텔은 하루에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여행자들이 방문하는 곳이었다. 내가 있던 방이 6인실 아마 8인실 10인실도 있을테고 한층에는 5개의 정도의 객실이 있었다. 한층에 40명 정도라면 8층정도 됐으니 240명? 대충 정원이 2~300백명 정도 되는 듯 하다. 그렇게 사람들이 많으니 저녁 파티에 나오는 사람이 절반만 되도 100명의 훌쩍 넘는다. 정말 파티가 열리는 것이다. 스피커들도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안정된 제품들이었고 다양한 조명장치들과 분위기 매일밤 열리는 파티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유럽의 테크노 스타일이였다. 속옷같은 차림으로 나와서 노는 여자들도 있었고 남자들은 섬세하게 그런 여자들을 살피며 몸을 흔들었다. 나는 주로 2층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며 노는 것을 즐겼다. 술은 많이 마시지 않는다. 위스키와 맥주나 조금 홀짝 거리다 지루해지면 그냥 방에 올라가서 책을 읽거나 자면 그만이다.  이 얼마나 편리 한가. 클럽에 가고 싶으면 엘레베이터만 타면 되는 것이다. 첫날 나는 피곤해서 파티에 참석하지 않고 그냥 잠을 잤다. 둘쨌날은 신나게 놀고 감기에 걸려 버렸다.




금쪽같은 여행지에서의 시간중에 감기에 걸리다니.. 너무 아까웠지만 어쩔수 없었다. 안다 호스텔에서 있었던 둘째날 저녁식사로 뇨끼를 만들어 먹은 멤버들과 친해져서 호텔주변의 술집에서 한잔하려고 나갔었는데 나는 가까운 곳에 가는줄 알고 얇은 티 한장을 입고 나갔다가 결국 거기서 감기를 얻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길 가지 말았어야 했다.




 그 친구들과 외출하기 직전에 나는 내 방에 짐을 가지러 가던중 엘레베이터에서 한 한국인 여성을 만났다, 나는 “보나쎄라”라고 인사했다. 여자는 말을 얼버무렸다. 나는 곧 영어로 it means "good evening" 이라고 말하고서where u from? 이라고 물었다. 한국 사람인것 같았지만 뇌가 여행모드 상태여서 영어로 물어봤다. 여성은 내 눈치를 보며 Korea 라고 말했다. 그녀도 내가 한국인인걸 느꼈던 것 같다. 타국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묘하게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뭔가 너무 가족같다랄까? 하여튼 그때는 나도 그냥 자연스럽게 "아 저도 한국 사람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지금 여기서 만난 친구들과 밖에 나가서 한잔 할건데 같이 가겠느냐고 그 분에게 권했는데 그분은 가볍게 사양했다. 나도 그냥 말해본거였다. 나는 그 여자분께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내방에서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가져와서 선물해줬다. 나는 여행 막바지 였고 그녀는 이제 시작이었다. 그녀는 나와는 반대로 베니스에서 로마로 가는 일정을 갖고 있었다. 나는 내가 로마에서 본것들과 유용한 팁 몇가지. 이를테면 지하철 티켓을 버지지 말라든지 같은 정보들을 전해주고 주요 관광지의 예약방법등을 알려줬다. 그녀는 나랑 나눈 짧은 대화에 아쉬워했다. 나도 좀 아쉬워서 고민했지만 아래층에서 기다리는 친구들 때문에 그녀와 인사하고 해어졌다. 그날 그냥 그 한국분과 로마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더 즐거웠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랬다면 감기에 걸리지도 않았을텐데.. 하지만 이런 생각은 의미 없다. 그 분은 내 책을 다 보셨을까? 그 책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전해졌을까? 지금은 어느 곳에 있을까?




사람이 많은것도 중요하다. 사람이 많아야 파티도 재밌고 볼것도 생기고 여지가 많아 진다. 어쨌든 호스텔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곳이니까 사람이 적은 곳보다는 사람이 많은 곳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 호스텔은 조건은 위치, 보안, 가격, 위생, 규모, 인기 6가지 정도라고 봐야 할것 같다.






만약에 한가지를 더한다면 나는 '쉴만한 공간이 있는가?' 를 고려 하고 싶다.




안다 호스텔에는 넓직한 야외 공간이 있었는 데 사람들은 거기 앉아 각자 노트북을 하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기도 했다. 호스텔안에 따로 공원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굳이 바깥에 나가지 않아도 공원에 갈수 있다는 장점은 생각보다 크다. 이탈리아는 오밤중에 슬러퍼 차림으로 공원에 갈만큼 우리나라 처럼 안전한 느낌은 아니기 때문이다. 괴테의 기행문에서 괴테가 로마에 있었던 몇주안에 4반의 살인 사건이 일어 났었다고 적혀 있었다. 로마인들은 아주 영리하고 뛰어나고 낭만적이고 지혜로웠지만 또 어떤 인물들은 무자비하고 잔인했다. 괴테가 살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고작 2백년 전이라서 그 유전자는 아직도 남아 있을것이다. 이탈리아는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악마들은 가끔 살인을 저지르고도 교회에 가서 기도하면 된다고 믿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그런 어둠의 존재들이 분명히 어두운 밤을 좀비처럼 돌아 다니고 있을 것이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울 경우에 있을만한 실내 공간도 넓었다. 애플의 아이맥 4대가 공용 컴퓨터룸에 줄지어 있었고 호스텔 와이파이는 강력했다. 카페 테리아에서는 1유로면 라바짜 에스프레소를 언제든지 마실수 있었고 크로와상과 스콘 , 머핀, 도넛 과 베이글들이 가득했다. 이탈리아 샌드위치 파니니와 조각피자들도 훌륭했지만 가격은 저렴하고 합리적이었다. 한쪽에서는 탁구대에서 남자애들끼리 대낮부터 맥주를 마시며 비어퐁을 하고 있었다. 비어퐁이라는 게임은 탁구공을 맥주컵에 던지는 게임인데 이름이 묘하게 한국말 같기도 하다. 비어퐁. 공용 주방에는 4대의 냉장,냉동고 그리고 또 4개의 싱크대와 2대의 마이크로 웨이브 그리고 넓은 사각 아이랜드 식 테이블에 익덕션이 또 4개 있었다. 나는 감기에 걸린 날 저녁 그 주방에서 여행자들과 함께 뇨끼를 만들어 먹었다. 뇨끼는 여기 애들애게는 우리 나라 감자 수제비같은 음식 같았다. 함께 만들어 먹기 좋은 음식 그게 바로 수제비 아닌가? 아무튼 그 뇨끼 작전을 진두 지휘하던 안경 쓴 독일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나는 그 친구를 좋아하게 됐다. 루카 라는 18살 여자애 였는데 피부가 백옥같고 웃는 얼굴이 정말 예뻤다. 나는 사실 루카때문에 그날 그렇게 춥게 입고 그 술집에 따라 나섰던 것이다. 아마 루카가 없었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종종 여행하다가 독일 여자들에게 마음을 뺐긴적이 많다. 독일 여자들은 아름답다. 그리고 특유의 지성미가 있다. 나는 똑똑하고 품위있는 독일 여자들을 좋아 한다. 그러나 독일 여자들에게 나는 늘 인기가 없다. 루카는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하기사 루카가 한국여자여도 마찬가지 였을것 같다. 18살 아닌가? 미친거 아닌가?




아무튼 그런 주방이 있다. 그리고 만든 음식을 가지고 가서 먹을 테이블도 있다. 테이블은 많다. 어디서든 앉아서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과 이야기도 할 수 있다. 그런 쉴 수 있는 공간이 안다 호스텔에게는 있었다. 사람들은 공간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하거나 혹은 하지 않더라도 그냥 존재할 수 있는 공간/ 침대 말고도 사람들은 공간이 필요 하다. 개들에게도 마당이 필요하듯 사람들에게도 마당같은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1.5룸 이라도 살아야 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하여간 그런 '공간'이 안다 호스텔에게는 있었고 내가 좋아 했던 호스텔들은 대게 그런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여유공간 그것은 의외로 꽤 중요하다고도 볼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추가 한다면 아침식사가 있는가? 그리고 있다면 퀄리티는 어떤가? 가 될것이다.


안다 호스텔은 내가 다녀본 호스텔에서 맛본 아침식사 중 단연 최고 였다. 주로 시리얼이나 토스트에 우유/오렌지 쥬스 슬라이스 햄과 치즈 달걀과 바나나 정도 를 주는 곳이 대부분인데 안다는 거기에 더해 구운 베이컨과 스크램블 애그라던지 하는 따뜻한 음식들도 있었고 크로와상과 스콘, 커피와 홍차 그리고 사과와 오렌지같은 과일들과 오이와 토마토 같은 야채들 그리고 요거트 까지 있었다. 나는 둘쨌날 아침 그 호스텔 카페테리아 아침 식사 자리에서 베로나에서 만났던 노르웨이 출신의 여성 '우다'와 다시 만났다. 우다는 우리 옆에 앉은 네덜란드 커플 여행자들에게 내 소개를 하면서 베로나에서 있었던 일화들에 관해서 들려주었다. 친구들은 놀라워 하며 나에 관해 궁금증을 품게 되었고 그렇게 아침 식사 자리는 새로운 여행자들끼리 이어주는 만남과 대화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내 왼쪽에 않았던 미국 여자 아이는 갑자기 자기 소개를 하더니 대화의 방향을 자기쪽으로 주도하기도 했고 오른 쪽에 앉았던 생물학을 전공한 어떤 남자 아이는 자신의 커리어나 앞으로 나아 갈 인생의 방향에 대해서 거침없이 말하다가 마지막에 접시를 한번 더 들고나가 뷔페 음식을 가득 담아 오더니 자신의 도시락통에 집어 넣으며 '여행은 계속되니까!"라고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 여행은 계속 된다. 그런 청춘들이 처음 세상에 나와서 혼자서 이불을 개고 세상과 맞서 살아 가는 법을 배우는 곳. 호스텔은 그런 곳이다. 인생도 계속 된다. 어쩌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청춘들이 진정 살아 가는 법을 배우고자 어른이 되기전 사자들이 테스트를 받는 것처럼 배낭 여행이란  어쩌면 어른이 되는 첫번째 테스트 같은 것일 지도 모른다. 그런 세계의 젋은이들이 가득 들어찬 이 호스텔 아침식사 자리에 한국인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간혹 있었지만 그들은 식사에 참여 하지 않거나 조금 빠져 앉아 나 처럼 혼자 있거나 아니면 익숙한 자기 나라 친구들이나 같은 아시아 계열친구들과 함께 있었다.




나는 우리 청년들이 그 자리에 함께 어울려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함께 살아 가는 갓이다. 우리는 지구라는 별에서 함께 살고 있다. 나라와 민족과 언어는 다르지만 함께 살아 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여행은 계속되었다 인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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