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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Man Jul 17. 2023

최고의 호스텔의 조건 1

히맨の이탈리아 기행

This hostel is fantastic!




베니스 안다 호스텔에 들어 가자 마자 중얼거린 말




안다는 베로나의 '호스텔로'에서 만난 어떤 스페인 친구가 알려준 베니스의 호스텔이었다. 베로나에서베니스까지는 기차로 서너시간쯤 걸렸던 것 같은데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에서 내려서 안다 호스텔을 찾아봤지만 안다 호스텔은 그 곳에 없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안다 호스텔은 베네치아 섬이 아니라 내륙쪽에 있었다. 나는 베네치아에 도착하기 전까지도 베네치아가 섬이라는 것을 몰랐다. 불과 20년전에 베네치아를 여행했던 친한 누나에게 내가 기차타고 베네치아에 다녀왔다고 말하자 자기가 베네치아에 갔을 때는 배을 타고 들어 가야 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다리가 생겨서 섬까지 기차도 다니고 버스도 다닌다. 물론 옛날처럼 수상 페리도 다닌다. 기나긴 다리를 바라 보며 여수에서 제주까지 다리가 놓여 KTX가 다니는 상상을 했다. 무린가? 아니 다리가 힘들면 해저 터널은 어떤가? 너무 멀어서 불가능한가? 만약에 연결이 된다면 그리고 통일이되어 KTX열차가 모스크바 까지 가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기차로 유럽까지 갈수 있는 것이다. 해저터널로 제주에서 영국 까지 불가능한가?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며 베니스에 있는 동안 베네치아 섬과 안다 호스텔 까지 기차로 왔다 갔다 했다. 거리는 제법 멀었지만 호스텔이 기차역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에 편리했다. 베네치아 섬 안에 숙소를 잡을 수도 있었지만 1인실도 100유로 아래는 찾기 힘들만큼 비쌌다. 하지만 안다 호스텔은 25유로에 아침식사가 제공되고 매일 저녁 9시 이후에는 1층에서 파티가 있었다. 파티는 여느곳의 그저 그런 수준의 파티가 아니었다. 훌륭한 디제이와 음악이 있었다.그래서 나는 베네치아 있었던 나흘 동안 주로 안다 호스텔에서 지냈고 딱하루만 섬안에 호텔에서 묵었는데 그날 나는 감기몸살에 걸려 하루 종일 침대 위에서만 있었다. 딱하루 큰맘먹고 잡은 120유로 짜리 2인실이었기 때문에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쩌면 신께서 쉴때 좋은 곳에서 푹쉬라로 잡아 주신지도 몰랐다. 아무튼 거기서 정말 푹 앓아 누웠다. 나중에 누군가와 다시 오게되어 내가 이 호텔을 지나간다면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저기가 내가 앓던 곳이야. 라고 설명하게 될 지도 모른다.




안다 호스텔은 정말 멋진 곳이었다. 나도 호주와 인도, 발리와 근처 동남아 나라들 독일과 유럽의 몇몇 나라들을 방문하며 그래도 꽤 많은 호스텔들을 둘러 봤지만 안다는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이었다.




좋은 호스텔의 조건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몇몇 가지 생각 나는 것이 있는데 일단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로케이션 즉 위치이다. 호스텔은 편히 쉬려고 가는 곳이 아니다. 호스텔에 가는 이유는 그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일단 돈은 아끼고 사람들을 만나 정보를 얻고 교류하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침대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혼자서 편히 쉴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감수하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숙소의 로케이션이야 말로 여행의 효율성을 지배한다.




물론 간혹 편히 쉬러 가는 호스텔도 있다. 호주 바이런 베이에 있던 ARTS FACTORY라는 호스텔이 바로 그런 곳이다. 아츠팩토리는 거대한 놀이 동산 같은 규모의 호스텔이다. 아늑한 2인실 부터 4인실 6인실 10인실 도미토리까지 다양한 객실을 보유 하고 있고 야외에도 방갈로나 텐트로 된 객실들도 2인실 부터 10인실까지 다양하게 있고 심지어 캠프 사이트에는 아예 본인 텐트를 치고 3개월부터 6개월 혹은 몇년동안 장박을 하는 여행자들도 있었다.


세상에 여행자는 많다. 정말 많다. 간혹 보면 별의 별 해괴한 여행자들도 정말 많다.여행자들은 그런 유니크한 체험을 하기 위해 호텔을 마다하고 아츠팩토리를 찾는다. 내가 12월에 갔을때는 그 거대하고 드넓은 아츠팩토리에 단하나의 침대도 구하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2인실은 가끔 자리가 났다.(혼자 다니는 여행자도 많다. 정말 많다.)


그 들은 종종 바이런 베이가 목적이 아니라 아츠 팩토리 때문에 바이런 베이를 찾기도 한다. 그리고 아츠 팩토리 바로 앞에는 수제맥주를 만드는 브루워리가 있는데 여행자들은 그 맥주를 마시기 위해 바이런 베이를 찾기도 한다. 그런 경우를 우리는 왕왕 보게 된다. 예전에 제주도 남쪽 대평리라는 시골마을에 티벳풍경이라는 유명한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아츠팩토리도 티벳풍경도 로케이션이 그렇게 좋다고 볼수는 없지만 그 공간 자체가 의미있었기 때문에 그곳을 찾는 여행객들은 그곳이 효율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공간을 즐기고 쉬러 그곳에 간다. 나는

이제 티벳풍경이 없어져서 대평리를 찾지 않는다. 내 가게가 사라진다면 함덕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도 줄어들게 될까? 아마도 나와 내 가게 정도는 그리 유의미한 숫자를 나타내지 못하겠지만  숫자로 확인 되지 않은 나와 연결된 사람들이 그 마음은 분명히 유의미하게 존재한다. 강속구를 잃어 버린 어느 노장 투수가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우리들이 추억은 내 공간에 살아 있다.




하여간 그렇게 쉬려고 호스텔에 가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대게는 그저 효율적인 시스템 때문에 호스텔에 간다. 그래서 호스텔의 위치는 중요하다. 효율을 따질때 로케이션만큼 중요한 핵심은 없다.




이를 테면 로마에 때르미니 역 근처에 숙소를 잡는 이유는 때르미니 역이 로마에서 가장 번잡한 기차역이기 때문이다. 번잡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꼭 지나가야만 하는 관문이라는 뜻이고 그말은 여행을 하다가도 그곳을 여러번 지나 칠수 밖에 없는 위치라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길에 익숙해 지려면 최소한 몇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익숙해 지기 까지만이라도 새로운 도시에 여행왔을때는 시내중심에서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는 것이 유리하다. 예를 들어 아주 난감한 상황 이를 테면 여행중 사고를 당한다던지 긿을 잃거나했을때도 보통 그런 중심지에 경찰서라든지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능력을 가진 공공장소들을 찾기에도 좋다.




안다 호스텔은 베네치아 메스트레(내륙지역이란 뜻)역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었다. 베네치아 산타루치아역까지 가는 기차는 10분 간격으로 있었고 또 10분에서 15분이면 도착 했다. 티켓 가격도 1,25유로로 저렴했기때문에 본섬에 있나 내륙에 있나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편리했다. 호스텔에서 슬리퍼 끌고 있다가도 갑자기 본섬까지 가는데 20분이면 가능한 로케이션, 로케이션은 중요하다. 밤에 술에 취하거나 핸드폰배터리가 나가 버려도 숙소 위치가 심플하면 금방 찾아 갈수 있다.




그리고 가격, 가격은 물론 저렴한 것이 좋다. 호스텔을 찾는 이유는 아무래도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저렴한 호스텔은 가끔 보안이 허술하거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않아 위생적,물리적 위험이 존재 하지만 저렴한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프로 페셔널 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도 저도 아닌 가격의 호스텔은 정말 이도 저도 아닌 경우가 많다. 나는 그런 면에서는 극단적인 것이 좋다. 아예 풀장이 있을 만큼 좋은 호텔이거나 아니면 아예 캡슐호텔에서 잠만 자거나 하는 경우다. 그렇지만 캡슐 호텔은 솔직히 너무 답답하기 때문에 그래도 숨을 쉴 수 있을만큼의 공간이 있는 넓직한 호스텔이 좋다.아 내가 생각 하기에 내가 좋아했던 호스텔들은 넓은 곳들이 많았다. 호스텔은 넓고 큰 곳이 좋은 것 같다. 바이런 베이의 아츠팩토리에는 꽤 넓은 수영장도 있었고 운동장도 있었다. 연못도 있고 드넓은 캠프사이트와 정글숲도 있었다. 안다 호스텔은 아주 거대한 빌딩이었다. 야외 공간은 적었지만 객실은 엄청나게 많았다. 객실은 안전하고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시트는 청결했고 매트리스도 빵빵했다. 화장실도 샤워실도 넓직하고 온수도 펑펑나왔다. 침대 가장자리에는 수납공간과 독서등 배터리 충전용 플러그와 USB포트까지 완벽했다. 호스텔입구는 단 한곳으로 회전문 앞에는 어두운 피부에 큰체격을 가진 검은색 옷을 입은 보안 요원이 지키고 있어서 드날때는 항상 호스텔의 키카드를 보여줘야 했다. 그는 내가 이상한 사람들에게 쫓겨(설마 그럴일은 없겠지만) 도망오더라도 나를 지켜줄거라고 200%확실할수 있는 그런 인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적으로 훌륭하기 때문에 25유로라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했다. 이 호스텔을 오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더 힘들정도로 안다 호스텔은 장점이 많았다.




 호스텔 프런트는 24시간(아마도) 가동되고 있었고 낮시간에는 무려 3명의 직원들이 안내데스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각자 다른 일들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주요 업무는 하루 종일 들낙날락 거리는 배낭을 맨 젋은 여행객들의 체크인/아웃과 안내등이었겠지만 잡다한 일이 많을 것같다. 하루에도 수백명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그런 곳이었다. 여행자들은 계속해서 들어왔고 또 계속 나갔다. 기차는 하루에도 수많은 여행자들은 실어 왔고 또 실어 날랐다. 하늘에서 그 풍경을 보면 재미 있을 것이다. 마치 개미가 움직이는 것 처럼 사람들은 왔다 갔다 이동하고 또 이동한다. 멀리서 연속해서 바라 본다면 그 사람들의 이 동 범위가 보일 것이다. 1년을 연속해서 재생해서 바라 본다면 그 사람이 1년 이동 범위가 보일 것이다. 나의 이동 배경 색깔을 형광색으로 바꾼다면 일년에 두세번만 한국을 벗어나는 이동범위가 선명히 보일 것이다. 지구위에 그려진 친구들의 이동 거리를 함께 바라 본다면 재미 날 것이다. 나는 나의 이동 범위가 최대한 넓었으면 좋겠다. 대한 민국에 있는 시간이 적기를 바란다. 이미 40년이나 살았지 않은가. 이제 남은 40년은 한국 밖에서 살고 싶다. 최대한 넓게 넓게 이동범위를 그리며 살고 싶다. 나는 한국에 살고 있지만 사실 지구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부지런이 돌아 다닌 다 하더라도 내가 모든 곳을 다 가볼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고 싶다 하더라도 놀고 있을 수만은 없다. 여행을 다니려면 또 벌어야 하지 않나. 그렇게 또 머물러 앉아 버는 사람들 누군가는 평생 하나의 삶의 터전에서 살아 갈수 밖에 없기도 하다.나도 먹고 살기 위해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 냉장고 바닥 청소를 하고 손이 부르트게 설거지를 하고 음식을 차려내고 치우고 또 그짓을 반복한다. 살기 위해, 먹고 살기 위해




그렇다고 하더라도 평생 동안 한곳에서 그짓만 하며 살아 가면 너무 덧없는 인생이다. 돈이 많으면 무얼하나. 그렇게 한곳에서 돈만 벌며 살았는데 죽을 날이 오면 후회가 될것같다. 그때는 다리아파서 늙어 버려서 돈은 있어도 휠체어에 앉아야만 나다닐 수 있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처럼 하루 종일 걸어 다닐 수 있는 체력이 있는 동안 만이더라도 나는 부지런히 나의 이동범위를 넓게 그려 나가고 싶다. 도화지는 전세계인데 한국에만 있기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내 이동범위는 전 세계라면 좋겠다. 지구 전체에 내 발걸음과 이동범위를 그려가며 살고 싶다. 죽는 날까지 그렇게 돌아 다니고 싶다. 그렇게 함께 돌아 다녀 줄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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