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바르셀로나의 한 대학 도서관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빛도 들지 않는 작은 방에 처박혀 한가로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뒤지며 남의 인생을 부러워하기 시작한 무렵이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네. 무언가를 이루고 있네.
이런 생각이 나를 괴롭히며 우울감이 슬금슬금 찾아오고 있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내가 무려 바르셀로나에 와있는데 왜 남을 부러워하고 있지?
정작 내가 부러워하는 그들은 나를 또 부러워하고 있는데.
그래서 나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이곳에 와서 스몰톡의 시작으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이것이었다.
왜 바르셀로나였는지.
교환학생을 선택한 것에는 큰 이유가 없었다.
그저 한국을 떠나고 싶었다.
정확히는 환경을 바꾸고 싶었다.
늘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채, 제자리에서 팔만 휘휘 젓는 느낌이었다.
세상에 잘난 사람은 너무 많고 나만 나아지지 않는 느낌.
그래서 최대한 큰 도시를 선택했다. 바르셀로나였다.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떨어져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새로운 곳에 가면 기적처럼 모든 게 달라질 줄 알았다.
나를 설명할 필요도 없는 곳일 줄 알았다.
나는 그저 나인채로 자유롭고, 스스럼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여담이지만 사주에서 무조건 해외로 나가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무작정 외국으로 나오고 싶었던 것도 있다. 사실 나는 샤머니즘을 좀 맹신하는 편이다. )
하지만 이렇게 희망찬 결말을 기대했다면 그건 인생이 아니라 드라마겠지.
생각했던 것보다 타국살이는 쉽지 않았다.
바람과는 달리 이곳은 나를 가장 많이 설명해야 하는 곳이었다.
나의 이름을 적어도 세 번 정도는 말해야 하며
심지어는 남한인지 북한인지까지 설명해야 했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바르셀로나에 와서 가장 많이 되뇐 말이다.
하지만 계속 절망에 차있기엔 바르셀로나에서의 시간은 많이 남아있다.
그리고 한정적이다.
그래서 남기려 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이 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