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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우 Jun 04. 2023

나의 해바라기 ②

꿈의 학교 하랑 EP 5

“헉… 헉…”



한참을 악을 쓰며 소리 지르던 소녀는 스탠딩 마이크를 놓고 쓰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오랫동안 옷장에 처박혀 꺼내 입지 않았던 교복을 억지로 껴입고 온 탓인지 온몸이 꽉 끼는 불쾌한 느낌이 소녀를 옥죕니다. 얼마나 소리를 질러댔는지 목은 컬컬하고 더운 땀방울이 하얀 목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립니다. 그럼에도 소녀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갈증이 있듯, 숨을 크게 내쉰 채 마이크를 잡으며 일어섰습니다. 



짝짝 짝짝 



그때였습니다. 어두운 강당문 앞에서 누군가 박수를 치며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 늦은 밤, 혼자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소녀는 갑작스러운 사람의 등장에 심장이 쿵 내려앉을 정도로 놀랐습니다.



“브라보~ 내가 비염이 있었는데 자네 목소리를 들으니 코가 뻥 뚫린 느낌이네 그려.”

귀도 아니고 코가 뚫렸다는 헛소리를 해대며 들어오는 사람을 유심히 살피던 소녀가 작은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학교 하랑을 다닐 시에 종종 보던 익숙한 옷. 야간 순찰을 도는 경비아저씨인가 봅니다. 당연히 학교에 혼자라고 생각했던 소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습니다. 



“죄송해요 아저씨. 저밖에 없는 줄 알고… 아니,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인 줄은 알았는데.. 그게..”

당황한 소녀는 하얀 목까지 빨개진 채 횡설수설 변명을 하였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그녀는 빛나보였다.


하얀 눈처럼 맑은 피부와 또렷한 이목구비를 갖춘 소녀의 외모는 sns에서만 보던 유명 셀럽 같았습니다. 어두운 강당 안에서도 여실히 빛나는 그녀의 외모에 숀은 새삼 감탄을 하였습니다.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던 그는 이내 정신을 차리려는 듯 한차례 고개를 짤짤 흔들어 댄 후 소녀에게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을 하였습니다. 



“학생! 거 학교는 낮에 와야지. 이런 밤에 오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네. 이 학교엔 귀신이 있어..”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초여름의 밤, 미술실의 아가씨와 두 눈 똑똑히 뜨고 보았던 노란 눈의 귀신을 떠올리며 숀은 어깨를 부르르 떨었습니다. 



“아저씨.. 저 학생 아니에요. 성인이라고요!”

어린애 취급에 살짝 화가 난 듯 소녀는 자신의 가슴을 탁탁 치며 성인임을 주장하였으나,  



“학생.. 어른이 되고 싶은 것은 이해하는데 교복을 입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좀..”

씨알도 먹히지 않은 듯 숀은 학생을 집으로 보내기 위해 연신 손을 휘휘 내저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던 소녀와 숀은 소녀가 결국 민증을 보여주는 사태까지 가고 나서야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힘이 빠진 소녀와 숀은 강당 앞에 위치한 무대와 붙어있는 나무계단에 걸터앉아 어두운 강당 속 풍경을 각자의 시선으로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체육관을 겸하는 넓은 강당에는 벽에 붙어있는 농구 골대가 눈에 띕니다. 숀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농구 골대로 터벅터벅 걸어갔습니다. 



“내가 한 때 농구를 그렇게 잘했다네.”



자신만만하게 잘난 척을 하던 숀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농구공을 집어 들고 자세를 취했습니다. 살짝 구부린 반바지 틈새로 그의 단련된 하체근육이 드러납니다. 꽤나 선수다운 폼을 내보이는 숀의 모습에 구경을 하던 소녀도 침을 꿀꺽 삼키며 오오~ 작은 목소리로 응원을 하였습니다. 솥뚜껑만 한 숀의 손을 떠난 공이 농구골대를 향해 유려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습니다. 



팅! 



퍽! 



“악!”



허세는 상황을 봐가면서 부릴 것.


유려하게 날아간 농구공은 농구골대를 화려하게 강타하더니, 아직 한참 부족하다는 듯이 그대로 튕겨져 나오며 앞에 있던 숀의 안면을 멋들어지게 강타하였습니다. 어두운 강당 전체에 퍽! 소리가 요란스레 날 정도로 속력을 낸 농구공에 얻어맞은 숀은 우당탕 둔탁한 소리를 내며 대자로 엎어져버렸습니다. 숀을 맞추고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그대로 튀어 올라간 농구공은..



퍽 



누워있던 숀의 얼굴을 재차 강타하고 이제야 만족한 듯 바닥을 굴러 어두운 강당 모퉁이로 사라졌습니다. 




- 3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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