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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디자이너가 새롭게 서야 할 때

AI시대 크리에이티브 직군이 생존하려면 갖춰야 할 6가지 역량

by 김석민

AI는 이제 크리에이티브 현장을 지나는 거대한 흐름이 되었다. 채용 구조는 달라지고, 팀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 하나는 변하지 않는다.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티브 직군이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면 단순한 제작자가 아닌 설계자로 사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AI가 만들어내는 것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선택지를 넓히는 가능성이다. 컬러 팔레트, 패턴, 아이콘, 카피 초안, 레퍼런스 이미지 등 다양한 재료가 눈앞에 놓인다. 이 재료를 어떻게 읽고, 고르고, 맥락을 부여해 설계할 것인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변화를 증명하는 데이터


주니어 채용 절벽: 유럽 테크 기업의 엔트리 채용률이 1년 사이 73.4% 감소하다.

조직 재편: 맥킨지는 직원 수를 4만5천 명에서 4만 명으로 축소하고 AI 에이전트 1만2천 개를 투입하다.

현업 도입률: Figma 설문에 따르면 디자이너·개발자의 59%가 AI를 활용하고, 99designs 조사에서는 프리랜서의 61%가 수입 변화를 체감하다.


이 수치는 AI가 모든 것을 대신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평균적 전문성만으로는 경쟁력이 사라지고, 전략적 사고가 요구되는 시대가 왔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필요한 여섯 가지 역량


1. 비판적 사고 – Human-in-the-Loop의 설계 역량

AI 모델은 과거 데이터를 학습해 “가장 그럴듯한 평균”을 산출한다. 이 평균은 곧 데이터가 가진 편향과 저작권 위험을 그대로 품고 있다.

산업 신호: 맥킨지,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은 모든 AI 산출물에 대해 Human-in-the-Loop(HITL) 검증 단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실무 설계: 디자인 검토 단계에서 채택·기각 사유를 데이터와 함께 기록하고, 편향·브랜드 톤·저작권을 점검하는 Design Log 체계를 구축한다. 이는 단순 품질 관리가 아니라 법적·윤리적 리스크를 제로베이스에서 관리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이다.


2. 공감 능력 – 데이터가 설명하지 못하는 정서 설계

AI는 행동 데이터를 통해 패턴을 예측할 수 있으나, 문화·세대별 감정의 결을 정량화하기는 어렵다.
산업 신호: 글로벌 캠페인 실패 사례 대부분이 ‘현지 감수성 결여’에서 비롯된다.
실무 설계: 사용자 인터뷰와 현장 관찰을 통해 얻은 정성 데이터를 감정 곡선(Emotion Curve)으로 시각화하고, 이를 디자인 요소와 KPI에 매핑해 의사결정 기준으로 사용한다. 감정 데이터는 AI 프롬프트 설계에도 직접 투입되어야 한다.


3. Taste의 언어화 – 직관을 조직 자산으로 전환

AI가 수십 개의 시안을 제안해도 무엇이 브랜드와 맞는가를 선택하는 권한은 사람에게 있다. 그러나 개인적 직관만으로 선택하면 재현성이 떨어진다.
산업 신호: 세계적 스튜디오들은 ‘Style Matrix’라는 문서화 체계를 통해 미적 기준을 수치·언어로 변환하고 있다.
실무 적용: 색·타입·여백 비율 등 핵심 미적 기준을 수치화하고, 후보 시안 평가를 “깔끔하다” 대신 “밝기 대비 20% 이상 확보”처럼 측정 가능한 언어로 남긴다. 이는 신규 인력 온보딩과 대규모 협업에서 품질 편차를 줄이는 핵심 장치이다.


4. AI 툴 유창성과 파이프라인 설계 – 속도·품질·리스크의 삼각 균형

툴 숙련의 핵심은 단순한 사용 능력이 아니라 조직 안에서 툴이 흐르는 경로를 설계하는 데 있다.
실무 적용

아이디어 단계: Midjourney로 무드·레퍼런스 후보군을 생성한다.

제작 단계: Firefly·Stable Diffusion으로 패턴·텍스처를 세분화한다.

배포 단계: 자동화 스크립트로 저작권 메타데이터를 삽입한다.

파이프라인 전 과정을 품질·리스크 기준표로 관리해야 프로젝트가 속도와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5. 지속 학습 – 반감기 3개월 시대의 경쟁 전략

AI 모델과 툴의 업데이트 주기는 이제 분기 단위로 짧아졌다. 한번 배운 기술은 곧 구식이 된다.

실무 적용 : 분기별 학습 OKR(신규 모델 실험, 워크플로우 적용 등)을 설정하고, 실패 사례까지 포함한 실험 기록을 사내 Knowledge Base로 축적한다.
조직 전략: 커뮤니티·오픈소스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공식 문서보다 빠른 비공식 최신 정보를 확보한다.


6. 경험 설계 – AI 개입 지점의 전략화

생성형 AI가 할 수 있는 일은 여정의 일부 자동화에 불과하다. 전체 경험을 설계하는 일은 인간의 고유 영역이다.
실무 적용: 제품 탐색→구매→사용 후 피드백까지 각 단계의 감정과 KPI를 매핑하여 AI 개입 범위를 정의한다. 어디서 자동화를 적용하고 어디를 인간의 판단으로 남길지를 명시적 설계로 남겨야 한다.


작업 흐름을 설계하는 것이 곧 경쟁력

이 모든 역량이 교차하는 지점이 파이프라인 설계이다.
AI가 제안하는 요소를 아이디어 단계에서 수집 → 내부 품질 리뷰 → 프로토타입 → 사용자 테스트로 이어지는 과정을 한눈에 설계하고, 자동화와 수작업의 경계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파이프라인은 단순한 작업 순서가 아니라 조직 문화와 결과물의 품질을 좌우하는 설계도이다.


결론

AI가 디자인을 완성해 주지는 않는다. 대신 무수한 재료와 가능성을 던져 주고, 그 선택과 설명을 인간에게 요구한다. 우리는 그 설명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AI 시대, 디자이너가 존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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