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새둥지 Apr 15. 2024

우승 후보들의 경쟁, 누가 왕이 될 상인가?

UCL 8강 1차전 리뷰 (레알 마드리드 vs. 맨체스터 시티)

별들의 전쟁 UEfA 챔피언스 리그 8강전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레알 마드리드가 맞붙었습니다. 이로써 두 클럽은 3년 연속으로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만났으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두 팀인 만큼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포메이션

[레알 마드리드의 선발 라인업 (출처: 레알 마드리드 SNS)]

"비니시우스, 벨링엄 투 폴스나인의 4-2-2-2"

[레알 마드리드의 패스맵 (출처: McLachApp)]

4-3-1-2 포메이션을 내세웠으나 사실상 4-2-2-2에 가까운 포메이션을 보여주었습니다.

밀리탕과 알라바가 이탈한 가운데 추아메니가 중앙수비로 나서게 되면서 카마빙가가 선발출장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레알 마드리드는 추아메니와 4명의 미드필드진을 동시에 출전시키며 총 5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공격 전술

1. 토니 크로스 중심의 후방 빌드업

두 명의 3선 미드필더 중 크로스는 빌드업을 풀어나가는 역할, 카마빙가는 후방 자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왼쪽의 멘디는 보다 후방에 위치하고, 반대쪽의 카르바할은 높은 위치에서 우측면의 공격을 지원했습니다.

크로스를 중심으로 한 빌드업이 돋보였습니다. 크로스는 두 명의 센터백 사이로 내려오거나 멘디의 뒤쪽으로 내려가며 후방에서 안정감 있는 빌드업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나 왼쪽 후방에서 반대쪽으로의 전환패스들이 돋보였습니다.

[크로스는 센터백 가운데로 내려오거나 왼쪽 측면으로 내려오면서 빌드업을 주도했다.]

3. 카마빙가의 오른쪽 배치

왼발잡이 미드필더인 카마빙가를 오른쪽으로 배치했는데 전환 패스가 좋은 토니 크로스를 왼쪽에 배치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카마빙가는 카르바할의 뒷공간과 크로스 중심의 후방 빌드업을 커버하며 수비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카마빙가의 오른쪽 배치는 레알 마드리드가 1:1을 만든 디아스의 자책골 상황에서 왼발 중거리를 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카마빙가는 경기장 빈 곳들을 채워나가며 넓은 활동 범위를 자랑했다.]

2. 카르바할의 오버래핑과 호드리구의 왼쪽 측면 배치의 효과

카르바할은 오른쪽 높은 위치에 올려 윙어와 같은 역할을 수행했고, 덕분에 발베르데는 조금 더 중앙에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이 주로 왼쪽 측면에서 전개되었는데, 호드리구를 윙어로 내세워 비니시우스가 투톱의 한 자리에서 움직일 수 있게끔 도와주었습니다.

[호드리구와 카르바할이 측면에 배치되면서 비니시우스, 벨링엄, 발베르데는 중앙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

3. 두 명의 폴스 나인

벤제마의 이탈 이후 중앙공격수 영입에 실패한 레알 마드리드는 벨링엄의 공격적 자유도를 올리며 폴스나인과 같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기 역시 역시도 벨링엄은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 받았는데, 여기에 더해 비니시우스 역시 또다른 폴스나인으로 기용되면서 결과적으로 두 명의 폴스나인이 뛰는 형태처럼 보였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들은 다양한 위치에서 뛸 수 있는 만큼 활발한 스위칭도 보여주었고, 맨체스터 시티 수비진들이 혼란을 겪는 장면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수비 전술

1. 선수비 후역습

점유를 내세운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빈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콤팩트한 두 줄 수비를 구성했습니다.

중원에서는 세컨볼 탈취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도 상대가 높은 지역으로 올라오면 수비라인을 낮추고 지역수비를 펼쳤습니다.

2. 홀란 vs 뤼디거

뤼디거는 홀란을 전담마킹하며 홀란을 억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경합 상황에서 홀란을 상대로 우위를 점한 뤼디거는 홀란을 활용한 롱볼 공격을 무력화시켰으며 홀란은 투박한 터치를 보이면서 뤼디거의 수비를 허용했습니다.

3. 로드리의 억제

안첼로티 감독은 카마빙가와 벨링엄, 발베르데 등의 미드필더를 활용해 로드리를 억제하려 했습니다.

그 결과, 로드리의 개인 폼 문제까지 겹치며 로드리가 평소보다 많은 실수를 보였습니다.

[뤼디거가 홀란을 맨마킹하고, 우측면 미드필더들은 로드리를 압박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포메이션

[맨체스터 시티 선발 라인업 (출처: 맨체스터 시티 SNS)]

"스톤스 시프트의 3-2-4-1"

[맨체스터 시티의 패스맵 (출처: McLachApp)]

스톤스가 출전하며 여느 때와 같이 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스톤스 시프트를 활용하였습니다.

더 브라위너 대신 포든이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 출전하였고, 그릴리시와 베르나르두 실바, 아칸지 등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공격 전술

1. 스톤스 시프트

스톤스가 선발로 출전하면서 스톤스 시프트를 활용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입니다.

평소보다 부진한 로드리와 더 브라위너의 부재에 공격이 답답하게 전개되자 후반 스톤스는 더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고, 이는 포든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득점에까지 관여하였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대표적 전술인 스톤스 시프트, 스톤스가 한 칸 올라가 중원 숫자를 늘려준다.]

2. 오른쪽 중심의 전개

베르나르두 실바와 필 포든을 중심으로 오른쪽을 넓게 활용하였습니다.

이로써, 오른쪽에 선수를 밀집시키고 반대쪽에 그릴리시에겐 1대1 돌파나 아이솔레이션을 통한 한 방을 기대했으나 전반 2분 피파울을 통해 프리킥을 얻어내 득점에 기여한 이후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포든은 중앙보다 오른쪽으로 빠져서 실바와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균열을 만들려 했다.]

3. 스톤스와 포든의 역할 변경

전반전 포든은 더 브라위너의 빈 자리를 메꾸기 위해 플레이메이킹을 주도하려 했으나 레알 마드리드의 밀집 수비를 뚫어내기엔 부족하였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수비 라인을 깊게 내리는 것을 파악한 맨체스터 시티는 스톤스가 더 깊은 지역까지 올라갔고, 포든은 플레이메이킹보다는 세컨드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수행하여 결국은 득점에 성공하였습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스톤스가 플레이메이킹을 대신하고 포든은 박스 타격에 집중하면서 결국 득점을 만들어냈다.]


수비 전술

1. 아칸지의 뒷공간 억제

아칸지는 호드리구와 비니시우스가 출전한 레알의 왼쪽 라인을 막아야 했습니다.

호드리구에게 한 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 장면에서도 아칸지는 호드리구를 따라잡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경기 동안 상대 왼쪽 라인의 스피드 싸움에 밀리지 않았습니다.

[아칸지는 비니시우스와 호드리구의 전진을 막아야 했다.]

2. 윙어들의 수비가담

수비 상황에서 4-4-2 혹은 4-2-3-1 포메이션을 기본적으로 유지하다가 상대방이 측면으로 이동하면 공이 있는 영역의 윙어가 내려오며 5-3-2와 같은 포메이션을 보여주었습니다.

양쪽 풀백으로 출전한 아칸지와 그바르디올은 풀백보다는 쓰리백의 스토퍼와 같은 움직임을 보여주며 포백의 횡간격을 최소화했습니다.

[4-4-2 대형을 유지하던 수비진은 측면 수비 시 윙어가 가담하며 파이브백을 형성하였다.]

3. 좁은 종간격

상대가 하프라인을 넘어와도 수비라인을 박스 안까지 무르지 않았습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미드필더와 수비 간격을 좁히며 상대방의 공격진보다는 미드필드진을 억제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골장면 분석


2’ 베르나르두 실바(MCI)

그바르디올의 전진패스를 받은 그릴리시의 전진드리블

추아메니의 파울 이후 베르나르두 실바의 프리킥 득점


12’ 후벵 디아스(og) (RMA)

오른쪽에서 카르바할이 공을 잡고 벨링엄과 발베르데가 박스 안으로 침투하며 디아스와 코바치치를 유인

이 과정에서 수비라인이 거의 1자에 가까워지며 후방에 위치한 자원들이 프리한 상황

오픈 찬스에 있던 카마빙가가 공을 받아 중거리슈팅, 디아스의 몸에 맞고 자책골로 기록

카르바할 전진과 카마빙가 오른쪽 배치의 결과


14’ 호드리구 (RMA)

역습 상황에서 비니시우스에게 연결된 공

스톤스가 비니시우스를 마크하러 갔으나 호드리구에게 연결된 뒷공간 패스

아칸지가 각을 좁히는데 성공했지만 호드리구의 타이밍을 뺏은 슈팅에 굴절 골

호드리구의 왼쪽 배치와 비니시우스 폴스나인 기용의 결과


66’ 필 포든 (MCI)

오른쪽에서 로드리의 패스를 받은 베르나르두 실바가 2선 위치까지 전진한 스톤스에게 연결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은 스톤스를 놓쳤고, 노마크 상황의 스톤스가 포든에게 연결

골로 이어진 포든의 왼발 슈팅

스톤스와 포든 역할 변경의 결과


71’ 요슈코 그바르디올 (MCI)

왼쪽에서 그릴리시가 공을 잡은 상황에 박스 안에는 그릴리시를 포함 코파치치, 포든, 홀란, 실바까지 5명의 맨시티 선수가 위치하며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은 박스 안으로 밀집

박스 밖에 있던 그바르디올이 오픈 찬스에서 공을 받았고, 터치 미스가 있었으나 오히려 길게 간 볼을 오른발로 타격하여 중거리슈팅 득점에 성공

맨체스터 시티의 박스 오버로드와 레알 마드리드의 박스 밀집수비의 결과


79’ 페데리코 발베르데 (RMA)

오르테가의 롱패스가 카르바할에 의해 끊겼고, 이후 카마빙가가 세컨볼을 모드리치에게 연결

모드리치가 전진드리블 후 비니시우스에게 연결했고, 브라힘 디아즈와 벨링엄은 박스 안으로 침투하며 수비를 유인

비니시우스의 크로스 후 박스 밖에서 뛰어들어온 발베르데가 발리슈팅으로 득점



총평


  우승후보들의 빅매치가 성사된 만큼 보는 재미가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도합 6골이 나온 난타전이었음과 동시에 양팀의 특징 역시 잘 드러났습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61.7%의 점유율과 700개의 패스를 기록했고, 레알 마드리드는 21개의 드리블을 시도하여 8개의 드리블을 성공시켰습니다. 발밑이 좋은 선수들을 바탕으로 점유 축구를 하는 맨체스터 시티와 벨링엄, 비니시우스, 호드리구 등의 유려한 선수들을 선봉으로 내세운 레알 마드리드의 색채가 드러나며 양팀 모두 본인들이 잘하는 축구를 들고 나왔습니다.


  전술 싸움도 흥미로웠습니다. 전반은 레알 마드리드의 우세로 보였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전 36.7%의 낮은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상대로부터 6개의 턴오버를 끌어내며 전반에만 7의 슈팅, 4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맨체스터 시티는 63.3%의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4개의 슈팅, 2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하는데 그쳤습니다. 로드리와 홀란을 성공적으로 억제한 레알 마드리드는 효율적인 역습을 했고, 맨체스터 시티는 변수 창출에 실패하며 답답한 공격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후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단 하나의 수정을 통해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로드리를 중심으로 한 빌드업이 유효하지 않자 스톤스를 중심으로 재편했고, 포든의 플레이메이킹 역시 스톤스가 더욱 더 높은 위치에서 보좌했습니다. 그 결과 오른쪽에서 수적우위를 확보한 맨체스터 시티는 노골적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왼쪽 라인을 공격했고, 포든과 실바는 보다 프리한 오프더볼을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후반에 8개의 슈팅, 4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7개의 슈팅을 기록하긴 했으나 유효슈팅이 단 하나에 그쳤습니다.


  전반 18분 스톤스의 침투 후 크로스 장면이 나왔는데 이 당시 토니 크로스가 스톤스를 쫓아가는데 실패했고, 뤼디거는 홀란을 막기 위해 중앙으로 이동해 있었기 때문에 스톤스에게 프리한 찬스를 내줬습니다. 이러한 장면들을 바탕으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가 로드리, 홀란을 억제하기 위해 많은 숫자를 쓰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고 이에 더해 크로스의 수비적인 약점을 활용할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양팀의 스타플레이어인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주드 벨링엄, 엘링 홀란의 부진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엘링 홀란은 안토니오 뤼디거와의 매치업에서 완전히 패배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드 벨링엄 역시 마찬가지로 후벵 디아스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비니시우스의 경우 아칸지를 비롯한 맨체스터 시티 수비진을 상대로 좋은 드리블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결정력의 아쉬움을 보이며 2도움을 기록하고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아쉬운 경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추아메니는 옐로 카드를 받으며 2차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고, 동점으로 마쳤지만 홈에서 3점을 내준 것은 꽤나 뼈아픈 결과일 것입니다. 반면, 맨체스터 시티는 압도적인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비겼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더 브라위너와 워커 등의 자원이 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정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점은 맨체스터 시티에게 호재입니다.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선 추아메니가 없는 상황에서 원정 경기를 치루는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텐 하흐 이야기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