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을 준비하며 달라진 남편의 모습
짠 테크, 재테크, 파이어족 등을 진행하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남편이나 아내, 가족들의 다른 생각, 서로 다른 실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모으고 투자를 하는 행위 자체가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때로는 극한 실천이 필요한 일인데요. 이때 같이 하는 사람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것만큼 힘이 빠지고 에너지가 분산되는 것도 없지 않을까요?
저희 남편은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까지는 아니었으나 쓰고 싶은 건 쓰고 지내자는 입장이었는데요. '일단 쓰고 나중에 또 벌면 되지'라고 말할 때마다 속이 얼마나 답답했는지 고구마 100개가 얹히는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계속 실랑이를 해가며 돈도 모으고 매 월 지출표도 작성해서 보내주고 하다 보니 조금씩 달라지는 남편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단 가장 큰 변화의 계기는 집 장만이었는데요.
남편의 고향은 마카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홍콩만큼이나 땅 값과 집 값이 어마 무시하게 비싼 곳입니다. 때문에 '집 장만'을 인생에 있어 큰 과제 혹은 위업과 같이 생각하던 남편이었어요. 그런데 결혼 전부터 매 달 일정 금액을 함께 꼬박꼬박 모아서 결혼 후 1년 만에 싱가포르에 집을 장만하니 그간 불평불만으로 나왔던 입이 쑥 들어가더라고요. 계약하고 열쇠를 받은 날은 너무 신이 나서 집 앞에서 기념 촬영(?!)도 하고 엄청 기쁘고 감동받은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이렇게 큰 것을 해결하고 나니 그때부터 남편의 신뢰가 조금씩 생기고 저축이나 투자에 대해서도 크게 토를 달지 않았는데요.
그러다가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은 것은 바로 아이의 탄생과 육아, 가사의 문제였습니다.
이곳 싱가포르는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온 헬퍼를 고용하며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요. 그것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에요. 오히려 일은 하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을 만나서 고생을 하기도 하거든요. 저희도 사람을 써 본 경험이 부족했고 고용인이지만 여러 가지로 헬퍼를 배려해주려다 보니 그것을 이용한 헬퍼들이 있어 몸과 마음이 상했던 경험이 여러 번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회사 문제까지 있어서 여러 가지로 고생하다 파이어족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을 공부하고 실천해 가는 모습을 본 남편이 옆에서 다시 한번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개인 용돈의 일부를 주식 등 투자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이전까지는 용돈을 받으면 받는 대로 모두 써버리고는 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주식계좌를 만들더니 조금씩 홍콩, 싱가포르 주식 등을 사서 모으기 시작하더라고요. 아직은 금액이 크지 않고 수익률도 아주 높지는 않지만 가끔 인증사진도 보내주고 하는 걸 보면 제가 괜히 더 흐뭇한 느낌이에요. (아들 키우는 느낌이 이럴까요?)
그러다가 이제는 CPF(싱가포르의 국민연금), SRS(개인연금)에 대해 공부하고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파이어족 사례까지 찾아가며 공유를 하고는 합니다.
https://blog.naver.com/meyamo/222639347303
(위의 포스팅은 남편이 보내 준 미국 파이어족 사례를 보고 정리한 내용입니다.)
이번 해부터는 매월 결산도 남편이 하기로 했는데요. 4년 간 매 달 보내줘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이 이제는 스스로 결산하고 정리한다고 하니 이것 또한 놀라운 변화입니다.
이래서 백 번 말하는 것보다는 한 번의 실천이 낫다고 하나 봅니다. 4년 넘게 꾸준히 실천하는 것을 보고 남편이 바뀌고 있으니까요.
처음 시작할 때는 혼자 벽을 마주한 듯 막막한 심정이었는데요. 이제는 둘이 함께 하니 든든하고 안심이 되는 느낌입니다. 아직도 생활비 지출이라든가 아이의 교육 등 상의해야 할 부분은 많지만 이것도 함께하며 의견을 맞춰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함께 하시는 분들이 도와주지 않아 속상하신 분들,
우선은 먼저 실천하고 꾸준히 그 모습을 보여주시면 어떨까요?
당장은 변화가 없더라도 그 과정과 결과를 꾸준히 지켜보다 보면 옆에 있는 사람도 변할 수 있을 거예요.
저희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요.
이 주말 다시 한번 기쁘게 외쳐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