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도심의 달라진 풍경과 속속 시작되는 사무실 복귀
지난 목요일 오후에는 오랜만에 회사에 다녀왔습니다.
구정을 맞아 홍빠오(우리나라의 세뱃돈과 같은 개념)와 슈퍼마켓 바우처를 각 직원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사무실에 직접 와서 수령해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요즘은 웬만하면 사무실로 나오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회의도 직접 대면으로 하자는 요청이 많아지고 사무실은 하루가 다르게 직원들로 꽉 차는 모습입니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하루 확진자 수는 1만 3천 명을 웃돈 지 오래인데 어찌 된 일인지 사람들은 더 무심해져만 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에 확진자 수가 많아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 싱가포르에서는 이제 코로나에 확진되어도 3일 간만 집에 머물고 4일째 아침에 ART(신속항원검사)가 음성으로 나오면 바로 외출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족 중 양성자가 있어도 나머지 식구들은 자유롭게 집을 출입하고 활동할 수 있기도 합니다.
이전에 딸아이의 생일 케이크를 사러 오랜만에 쇼핑몰에 가서도 QR코드를 제대로 체크하지 않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검사하는 사람들 역시 꼼꼼하게 보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미크론 확진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이제는 아이의 유치원에도 이틀에 한 번꼴로 확진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학교 스텝, 선생님, 상급반 학생 등 매우 다양합니다. 덕분에 아이는 유치원에 가는 날보다 못 가는 날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미얀마에서 오신 헬퍼 아주머니를 미리 고용한 덕에 이런 응급 상황을 어찌어찌 겨우 넘기고 있습니다. 이 아주머니가 없는데 회사도 나가야 하고 아이는 유치원에 못 가는 상황이 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꽤나 고생했을 것입니다.
요즘의 상황이 아니어도 아이의 유치원은 보통 오후 4:30분에서 5시면 대부분 아이들을 픽업하는 모습입니다. 근무 시간이 아무리 빨리 끝나도 5시 반이고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도 항상 시간에 쫓겨 부담스러운 스케줄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싱가포르에서 아이를 키우고 생활하기 위해서는 헬퍼가 필수 아닌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일을 하고 직장까지 나가야 하면 이 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로 헬퍼가 부족하다 보니 '좋은 분=꾸준한 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싱가포르에 새로 유입되는 인력은 극히 드물고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집을 옮기며 조건을 올리다 보니 월급이나 휴일, 근무 조건 등이 이전과 다르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아이, 특히 신생아가 있는 집을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이번에 오신 미얀마 이모도 오신지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가야겠다고 이야기를 해서 가슴이 철렁했는데요. 하는 일이 맘에 들지 않거나 우리 집에 대해서 불평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미얀마에 계신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이유였습니다. 가족이 아프다는데 억지로 못 가게 할 수도 없지만 제법 큰돈의 에이전시 비용을 주고 모셔 온 분이 일주일 만에 그만둔다고 하니 억울하기도 하고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급한 것은 우리다 보니 이후 내내 기분을 맞춰주고 일도 같이 하고 최대한 편의를 봐드리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당장 돌아가겠다고는 하고 있지 않지만 언제 또 갑작스럽게 집에 가야 한다고 할지 항상 조마조마한 마음입니다.
이렇듯 회사 복귀는 속속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에 반해 육아나 가사에 대한 부담은 전혀 줄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오미크론이 앤데믹으로 선언되어 영국이나 다른 유럽의 국가들처럼 정상 생활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https://blog.naver.com/meyamo/222637518332
2022년 2월 2일 뉴스에 따르면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더 이상 치명적인 전염병이나 질병으로 보지 않고 계절성 풍토병으로 취급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외는 물론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되고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싱가포르의 지금 추세로 본다면 여기서도 곧 비슷한 선언을 할 것 같은데요. 이미 VTL(Vaccinated Travel Lane: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 한해 자유로운 비행을 허가하는 조치)로 여러 나라를 격리 없이 자유롭게 오가고 캄보디아, 발리와 같은 곳도 여행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생활 속 변화는 속속들이 이어지고 있고 어쩌면 올해 중 '정상 생활'로의 복귀가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2년 간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탓인지 사무실에 출근하고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것이 꽤나 어색합니다. 그러면서 과연 이전과 같이 출근하고 일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출산 휴가와 연차 등을 모두 사용하고 사무실에 복귀해야 하는 연말 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파이어족에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혹시나 아줌마가 집으로 돌아가고 막상 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사무실 근무에 생각보다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미리 걱정하고 앞서 나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책임져야 할 아이가 있는 입장에서는 무턱대고 마음을 놓을 수도 없습니다.
사실 막막합니다. 파이어족이 되겠다고는 했지만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 막상 일을 그만둬도 되는 건지 늘 고민입니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상태를 만들고 많은 준비를 해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과감하게 할 수 있어야겠다는 것이 최소한의 결심입니다.
시장 상황은 어려워져서 이전과 같은 수익률과 자산 증가율(연간 15% 자산 증가)을 달성하기도 빠듯해집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공부하고 준비하며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올 해를 마감하며 한 해를 정리하는 그때,
코로나는 앤데믹으로 선언되고 파이어족 2차 목표에 가까이 다가서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 자신감 있게 원하는 것을 선택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