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 반지하 창가.
낮 동안 세상을 환히 비추던 빛이 서서히 물러나고, 어둠이 조심스레 발끝을 들이민다.
하루의 끝자락에서 나는 어둠의 기척을 반긴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빛의 존재는 더욱 선명해진다.
사소했던 것들이 제 빛을 되찾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잊고 있던 따스함이 스며난다.
그래서 나는 이 밤을 사랑한다.
일반적으로 빛은 세상을 명확히 드러내고, 어둠은 세상의 윤곽을 지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어둠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마주한다.
눈에 보이지 않던 감정들이 그 침묵의 공간에서 숨을 쉬기 시작하고, 사소한 생각들이 별빛처럼 피어난다.
그래서 밤은 두려움의 시간이면서, 동시에 사색의 시간이 된다.
내게 밤은 정적 속의 활력이며, 멈춤 속의 움직임이다.
낮의 소음이 가라앉은 자리에 비로소 진심이 들리고,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내일의 희망이 태어난다.
우리의 삶은 빛과 어둠, 낮과 밤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길 위에 놓여 있다.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희망과 절망이 번갈아 찾아오며 우리를 단련시킨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야 만 빛의 출구를 발견하듯, 시련은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빛과 어둠은 서로를 부정하는 적대가 아니라, 서로를 완성시키는 동반자다.
어둠이 있기에 빛은 제 본연의 찬란함을 드러내고, 빛이 있기에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별의 반짝임을 발견하고, 빛 속에서 마음의 결을 느낀다.
두 존재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삶은 입체적인 깊이를 얻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빛과 어둠이 맞닿은 그 경계에서 조용히 행복을 배운다...
B&E 01년 11월 어느 날
아스라이 어둠이 내릴 때, 경계의 나를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