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시장의 원리 : 사랑의 기초 다지기
동창회에 다녀온 나경제 씨의 어깨가 축 처졌다. 첫사랑 미숙이가 나왔는데, 여전히 고왔다. 게다가 남편이 강남 성형외과 의사란다.
집에 들어오니 쿰쿰한 젓갈 냄새가 훅 끼친다. 순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내가 이 여자(정말자 여사)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한 35억 명의 여자라는 기회비용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그때 정 여사가 갓 버무린 김치 한 쪽을 손으로 찢어 나경제 입에 쑥 넣어줬다. "어때 괜찮아? 당신 좋아하는 굴 많이 넣었는데..."
매콤하고 시원한 굴 김치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미숙이는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 텐데, 굴 김치 같은 걸 담글 줄이나 알겠나. 나경제 씨는 우물거리며 생각했다. ‘그래, 의사 사모님 미숙이가 나한테 굴 김치를 입에 넣어주겠냐. 내 주제에.’
그는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르고 ‘확실한 내 편’과 ‘죽여주는 김치’를 산 것이다. 비싸게 주고 샀으니 아껴 써야 한다.
"솔직히 35억 명 중에 나 좋다는 여자가 또 있었겠냐. 그냥 정 여사가 나 구제해 준 거지 뭐. 아, 근데 이 김치 진짜 요물이네."
어떤 선택을 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다른 선택의 가치.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건 안 먹어봐서다. 내가 선택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본전을 뽑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