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시장의 원리 : 사랑의 기초 다지기
나경제 씨네 거실 한복판에는 거대한 흉물이 자리 잡고 있다. 이름하여 10년 전, '최신형 러닝머신'.
뱃살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거금 200만 원을 일시불로 긁은 놈이다. 문제는 나경제 씨가 그 위를 달린 횟수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라는 것. 지금은 그저 온갖 잡동사니와 빨래가 주렁주렁 매달린 '200만 원짜리 빨래 건조대'일뿐이다.
정말자 여사는 그 꼴을 볼 때마다 복장이 터진다. 청소기를 돌리다가 러닝머신 다리에 쿵 부딪혔다.
"아우, 진짜! 저 흉물 좀 갖다 버리라고 했지! 거실 좁아터지겠네. 내가 저거 피해 다니다가 관절염 더 도지겠어."
나경제 씨는 결사반대다.
"야, 저게 얼만데 버려! 언젠가 뛸 거야. 그리고 저거 봐라. 와이셔츠 널기에 각도가 딱이야. 건조대가 이만큼 튼튼한 거 봤어?"
그는 '200만 원'이 아까워, 10년째 비좁은 거실을 감수하고 있다. 청소하다 또다시 러닝머신에 부딪힌 정 여사가 비명과 함께 최후통첩을 날린다.
"저거 안 치우면 내가 나간다. 당신과 저 고철 덩어리랑 둘이 오붓하게 살아보든가."
나경제 씨는 러닝머신 손잡이에 걸린 와이셔츠를 주섬주섬 내리며 먼지 쌓인 계기판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솔직히 빨래 널기엔 이만한 게 없긴 한데... 근데 내가 이걸 왜 10년이나 끼고 살았지?'
문득 거울 속에 비친, 배 나온 자신의 모습과 먼지 구덩이 러닝머신이 겹쳐 보였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가 붙잡고 있었던 건 200만 원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날씬하고 건강한 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젊은 날의 미련, 그 헛된 희망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 돈이 문제가 아니었네. 내 욕심이 거실만 막고 있었던 게 아니었어."
그는 당근마켓 앱을 켜고 과감하게 '무료 나눔' 버튼을 눌러버렸다.
"그래 결심했다, 애물단지야. 너 보내고 거실이라도 넓게 쓰자."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다. 200만 원은 날렸지만, 대신 정 여사의 잔소리가 멈췄다. 이걸로 됐다. 거실이 넓어지니 내 마음에도 숨통이 트인다."
이미 지출해서 다시는 회수할 수 없는 비용.
본전 생각(200만 원)에 집착하면 더 큰 손해(가정불화, 공간 낭비)를 본다. 주식이든 물건이든, 가망이 없으면 쿨하게 잊는 것이 남는 장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