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시장의 원리 : 사랑의 기초 다지기
신혼 때는 나경제 씨가 자다가 ‘끙’ 하고 몸만 뒤척여도
“어디 불편해? 물 줄까?” 하고 벌떡 일어나던 정말자 여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거실에서 “여보! 여보!! 물 좀!!” 하고 음량을 최대로 높여도 정 여사는 꿈쩍도 않는다.
“당신 귀 먹었어? 왜 불러도 대답이 없어?”
남편이 짜증을 내자 정 여사는 TV 화면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말한다.
“안 들린 게 아니라 중요하지 않은 소리이니 뇌에서 필터링한 거야. 왜, 또 리모컨 찾아달라고?”
순간 나경제 씨는 깨달았다.
아내의 청력이 떨어진 게 아니었다.
자신에 대한 주목도, 그 신호 세기가 예전만 못해진 것이다.
반면, 택배 기사의 “택배 왔습니다”라는 미세 전파에는
빛의 속도로 반응하며 현관으로 튀어 나간다.
그는 인정해야 했다.
이제 자신은 아내에게 더 이상 ‘흥미로운 신규 콘텐츠’가 아니란 사실을.
“택배 아저씨 발소리는 초음파로 들으면서… 내 목소리는 유튜브 광고처럼 ‘건너뛰기’ 신세네. 서럽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의 가치는 떨어진다.
사랑의 설렘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오래된 기계일수록, 오래된 관계일수록 삐그덕거리지 않도록 기름칠(칭찬, 관심, 작은 선물)을 부지런히 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