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강. 나경제의 비자금 사건 (신용 등급)

제1부. 시장의 원리 : 사랑의 기초 다지기

by Napolia

[Scene]

3년 전, 나경제 씨는 인생 역전을 꿈꿨다.
정확히 말하면 아내 몰래 인생 역전을 꿈꿨다.

그는 퇴직금 중간정산의 절반을 ‘바이오주’라는 이름의 가상 세계에 밀어 넣었다.
결과는?
인생 역전이 아니라 인생 나락이었다.

돈을 잃은 건 그렇다 쳐도, 더 큰 문제는 그 모든 과정을 아내에게 숨겼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모든 비밀은 언젠가 분식회계를 끝내고 실적을 공개해야 하는 날이 온다.

정말자 여사는 소리도 지르지 않았다. 화도 내지 않았다.
대신 아주 차갑게 말했다.
“당신… 믿을 수 없는 사람이구나.”

그 눈빛은 나경제 씨가 남은 생을 야무지게 살아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날 이후, 그의 가정 내 신용 등급은
AAA에서 ‘정크 본드(투자 부적격 등급)’로 수직 낙하했다.
야근으로 늦기만 해도 의심부터 샀고, 설령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어디서 사 왔냐"라고 물어보는 지경이었다.

지난 3년 동안 그는 용돈을 전액 압류당했고,
모든 카드 영수증을 제출하는 초고강도 가정 내 워크아웃을 수행했다.
가정만큼 무서운 금융기관도 없다.





[나경제의 독백]

“거짓말하다 걸리면 끝장이다.
정 여사 눈빛만 떠올려도 오금이 저려.”


* 오늘의 경제 용어: 신용 등급 (Credit Rating)

신용을 쌓는 데는 10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데는 1초면 족하다.
부부 사이의 비밀은 파산으로 가는 KTX다.
결국 투명 경영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