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가계의 운영: 전쟁 같은 현실, 그리고 연민
용돈이 떨어진 나경제 씨. 아내에게 5만 원만 더 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당신 담배 좀 끊어! 그 돈이면 애들 간식이 얼만데."
화가 나서 방에 들어왔는데, 화장대 앞에 정말자 여사가 사다 놓은 싸구려 셀프 염색약이 보였다. 미용실 갈 돈 아끼려고 혼자 낑낑대며 뒷머리에 약을 바르고 있었을 아내. 순간 울컥했다. 내가 담배 한 갑 살 돈 아쉬워할 때, 이 사람은 몇만 원짜리 염색비 아끼려고 저러고 있었구나.
그는 조용히 아내에게 다가가 염색 빗을 빼앗아 들었다. "이리 와, 뒤에는 안 보이잖아. 내가 해줄게." 나경제 씨의 투박한 손길이 정 여사의 흰머리를 덮는다. 가난하다고 사랑까지 가난해지지는 말자고 다짐하면서.
"5만 원... 그까짓 종이쪼가리 때문에 내가 당신한테 소리를 질렀네. 내가 못났다. 진짜 못났어."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은 진리다. 돈이 없으면 마음도 팍팍해진다. 하지만 기억하자.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가난'이지 '배우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