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가계의 운영: 전쟁 같은 현실, 그리고 연민
맞벌이 부부인 나경제 씨네 저녁 풍경. 퇴근하고 오면 둘 다 녹초다. 밥 해 먹을 힘이 없다. "여보, 그냥 시켜 먹자." 오늘도 현관 앞엔 배달 음식이 쌓인다. 주말엔 보상 심리로 백화점에 간다. "우리 맞벌이잖아, 이 정도는 써도 돼."
월말 정산을 해보니 저축액은커녕 카드값만 산더미다. 몸집(수입)은 커졌는데 '피곤함'이라는 비용을 처리하느라 효율은 바닥이다. 식탁 위에 쌓인 플라스틱 용기를 치우며 나경제 씨는 한숨 쉰다. "우리가 돈을 버는 거냐, 배달 앱을 먹여 살리는 거냐."
지친 아내의 등 뒤로 다가가 어깨를 주물러준다. 돈 아끼자는 말 대신, 수고했다는 말이 먼저 나와야 할 것 같아서.
"돈 버는 기계 두 대가 돌고 있는데, 왜 잔고는 늘 제자리일까. 범인은 배달의 민족이냐, 우리의 게으름이냐."
덩치가 커지면 효율이 좋아져야 하는데, 결혼 생활은 반대다. 1+1이 2가 아니라 1.5가 되는 마법. 서로의 피곤함을 보듬는 것만이 비효율을 막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