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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컨 쟁탈전 '시루와 우리 가족의 전쟁'

리모컨 도둑의 정체

by 조정미

우리 집에는 리모컨에 집착하는 특별한 강아지, 시루가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우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켜려고 리모컨을 찾을 때마다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고, 결국 수색 끝에 시루의 침대에서 리모컨을 발견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깨달았다. 범인은 시루였다.


그 작은 몸으로 커다란 리모컨을 물고 다니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귀엽다. 마치 보물이라도 되는 듯 입에 물거나 두 발로 꼭 쥐고 놓지 않으려는 모습에 우리 가족은 매번 시루와 실랑이를 벌인다.


얼마 전, 독일에 사는 아는 동생 부부가 한국에 잠시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결혼 전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있는 동생은 자신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다시 강아지를 키울 자신이 없었지만, 내가 보내주는 시루의 사진을 보며 늘 그리워했다. 그러던 중, 한국에 오자마자 자신의 친정 집에서 시루와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부탁을 해왔다.

남편과 나는 시루의 간식과 장난감을 챙겨 동생에게 맡겼다. 그리고 그날 저녁, 동생이 보낸 사진 한 장에 우리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사진 속에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리모컨을 입에 물고 있는 시루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더 웃긴 건 동생의 독일인 남편이 시루에게서 리모컨을 빼앗는 방법을 몰라 그대로 물린 채로 산책을 나섰고 심지어 하남 스타필드까지 다녀왔다는 사실이었다. 대형 쇼핑몰을 리모컨을 문 채 돌아다니는 시루의 모습은 동생 부부에게 난감한 일이었겠지만, 한국에서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음이 분명했다.


우리 가족은 이제 시루의 리모컨 사랑에 익숙해졌고 되찾는 방법도 터득했다.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바로 간식을 이용하는 것! 한 사람이 시루 앞에서 간식을 흔들며 유혹하고, 다른 한 사람이 시루가 간식에 정신이 팔린 순간을 포착해 재빠르게 리모컨을 가져가는 작전이다. 물론 간식을 먹고 난 후 시루는 리모컨을 돌려달라고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거나 짖어대지만, 곧 다른 장난감에 관심을 돌리고 신나게 뛰어논다. 이런 소동이 반복되는 덕분에 우리 집은 늘 활기가 넘친다.


리모컨 볼륨이 저절로 커졌다가 작아지기도 하고, 텔레비전이 갑자기 꺼졌다 켜지기도 하지만 이 또한 우리 가족만의 작은 행복이다. 만약 시루가 없다면 얼마나 조용하고 심심할까? 리모컨을 두고 펼쳐지는 작전 회의, 되찾은 후의 승리감, 그리고 빼앗긴 후 시루의 귀여운 투정까지, 모든 순간이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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