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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쟁이 사냥꾼, 반려견 시루의 산책 이야기

호기심 많은 겁쟁이의 산책 모험

by 조정미

시루와 함께 산책을 나가면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작은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활동적이고 호기심이 많은 시루는 산책을 나가면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처럼 눈을 반짝이며 이곳저곳을 신나게 탐색한다. 바쁘게 움직이는 발걸음과 여기저기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반려견에게 산책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모험과 발견의 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시루의 산책길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순간은 단연 길고양이를 만났을 때다. 길고양이를 발견한 순간, 시루는 마치 숨겨진 사냥 본능이 깨어난 듯한 모습을 보인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솟는지 순식간에 몸을 곧게 세우고 잔뜩 긴장한 채 언제라도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사냥꾼의 자세를 취한다. 나는 시루가 고양이에게로 달려가지 못하도록 줄을 바짝 당겨보지만, 그때마다 시루는 고양이를 쫒아가고 싶다는 간절함이 담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고양이를 향한 시루의 호기심과 추격 욕구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임을 발견한 아이와 같다. 고양이가 도망치기라도 하면 시루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을 짓는다. 승리한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고양이가 사라진 자리 주변을 맴돌며 냄새를 맡고 혹시라도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두리번거린다.


하지만 시루에게는 늘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다. 그렇게 용감하게 길고양이를 쫒던 시루가 막상 고양이가 무심한 척 자신에게 다가오면 어떻게 될까? 바로 꼬리를 내리고 뒷걸음질치며 내게 안아달라고 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용감한 사냥꾼처럼 행동하던 시루가 당황한 표정으로 몸을 움추리며 빨리 지나가자고 앞장 서서 걷는다. 용감하지만 겁쟁이인 시루의 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다.


며칠 전, 시루와 문정동 도로를 산책하던 날에도 잊지 못할 일이 있었다. 길가의 일식집 앞에 커다란 장난감 고양이 두 마리가 놓여 있었다. 움직이지도 않는 장난감인데도 시루는 그 앞에서도 멈춰 서더니 조심스럽게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살아 있는 고양이 앞에서 용감했던 시루가 장난감 고양이 두 마리 앞에서는 한 걸음도 다가가지 못하고 내 다리에 바짝 붙어 있는 모습을 보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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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고양이 두 마리 앞에서 겁을 먹는 시루와 길고양이 한 마리를 쫒으며 용감하게 달려가는 시루. 과연 어느 모습이 진짜 시루일까? 사실 나는 그 답을 이미 알고 있다.


용기와 두려움, 호기심과 경계심이 공존하는 그 모든 모습이 다 시루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을...


오늘도 시루와 산책길을 나섰다. 길고양이를 발견한 시루는 어김없이 길고양이를 보고 흥분하여 달려가려고 하고 나는 언제나처럼 줄을 당긴다. 고양이를 쫒아가고 싶은 시루의 간절한 모습에 줄을 조금 느슨하게 하여 길고양이에게 다가가게 해준다. 하지만 고양이가 몸을 부풀리며 "야옹"소리를 내자마자 예상했던 그 장면이 다시 펼쳐진다. 시루는 재빠르게 내 뒤로 숨어버리고 그 순간 나는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운지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호기심 많고 용감하지만 겁쟁이인 시루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바로 우리 반려견 시루의 진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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