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집 사랑스러운 막내, 시루가 목욕하는 날이다.
"시루야, 목욕하자!"
시루와 산책을 다녀온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남편은 능숙한 손길로 시루의 리드 줄을 풀었다. 그리고 시루를 번쩍 들어 올려 품에 안고는 욕실로 향했다.
욕실 안에서 남편은 시루의 하얀 털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바쁘게 손길을 움직였다. 따뜻한 샤워기의 물줄기가 시루의 몸을 타고 흘러내리자 풍성했던 털은 물에 젖어 몸에 착 달라붙었다. 복슬거렸던 털복숭이 시루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작은 몸집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마치 물에 빠진 생쥐처럼 변한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귀여웠다.
겨울철에는 미용 주기가 길어 풍성하게 자란 털로 통통해 보이지만, 이렇게 물에 젖어 마른 몸이 드러나니 얼마나 작은 아이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목욕을 마친 후, 나는 커다란 타월을 준비하고 있다가 시루의 몸을 감싸 안았다. 남편이 털을 말리기 위해 드라이어를 준비하는 동안 나는 물에 젖어 추울까 봐 타월에 싸인 시루를 꼭 안아주었고 시루는 마치 포근한 이불 속에 들어간 것처럼 내 품에서 고개를 파묻었다.
남편은 드라이어의 따뜻한 바람으로 시루의 젖은 털을 꼼꼼하게 말려주기 시작했다. 평소 드라이어 소리만 들어도 이리저리 도망 다니던 시루는 신기하게도 남편 앞에서는 얌전히 앉아 있다. 마치 "빨리 말려 주세요"라고 말하는 듯 고개를 약간 기울이고 앉아 있는 모습은 정말이지 심장을 간질이는 귀여움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젖어서 몸에 달라붙어 있던 털들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집안에는 향기로운 샴푸 향기가 퍼지며 새하얀 솜사탕 같은 털을 가진 시루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목욕을 잘 마친 시루에게 칭찬 간식을 건네고는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오늘의 일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목욕 후, 시루만을 위한 특별 마사지 서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은 시루의 몸을 부드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비록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마사지사는 아니지만, 사랑이 듬뿍 담긴 손길로 시루의 몸 이곳저곳을 부드럽게 주물러 주었고 시루는 편안한지 가만히 누워 있다가 스르르 눈을 감았다.
말티즈는 태생적으로 슬개골이 약한 편인데 시루도 예외는 아니다. 계단을 설치해 주어도 침대나 소파 위를 뛰어내리는 시루를 볼 때마다 걱정이 되곤 했다. 남편은 그런 시루의 뒷다리는 더욱 신경을 써서 조심스럽게 마사지를 해주었다. 시루의 작은 근육 하나하나도 모두 풀어주려는 듯 20여 분에 걸친 마사지를 해주었고 시루는 마치 얼음 땡 놀이를 하듯 네 다리를 앞으로 쭉 뻗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마사지를 즐기는 시루의 모습을 보며 남편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손님, 마사지비 주셔야죠"
남편은 장난스러운 농담으로 마사지가 끝났음을 알렸고 남편의 사랑과 따뜻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마사지를 받으며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잠들었던 시루가 눈을 떴다.
목욕과 마사지를 마친 후 피곤함이 밀려온 남편은 소파 위에서 시루를 품에 안고 잠이 들었다. 나는 그 위에 작은 담요를 덮어주면서 잠시 남편과 시루가 잠든 모습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 순간이 내게는 무척이나 소중하고 행복하다. 시루가 날마다 우리 가족에게 주는 작은 행복들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모른다. 그저 존재만으로도 우리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시루가 오늘따라 유난히 사랑스럽고 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