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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와 함께 쓰는 작은 이야기

by 조정미

"시루 이빨이 빠졌어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내게 전화한 아들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남편과 나는 깜짝 놀라 집으로 달려가 보니, 빠진 건 아니었지만 흔들거리며 간신히 잇몸메 붙어 있는 이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루는 여느 때처럼 TV 리모컨을 물고 있었고, 아들이 그것을 빼앗으려 하자 고개를 홱 젖히는 순간 리모컨이 침대 모서리에 부딪히며 그걸 물고 있던 시루의 작은 이빨이 잇몸 밖으로 빠져나오게 된 것이다.

자신의 잘못으로 시루의 이빨이 빠지게 된 것 같아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아들과 함께 다급하게 시루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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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님은 흔들거리는 이빨을 빼야 한다고 하였는데 강아지는 사람처럼 부분 마취를 할 수 없어서 작은 이빨 하나를 빼는데도 전신 마취를 해야 했다. 갑작스런 수술을 하는 시루를 보며 걱정이 밀려왔고, 수술을 마친 후에도 우리 가족은 번갈아 가며 시루의 상태를 살폈다.

수의사님은 앞니 하나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안심을 시켜 주셨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앞니 하나가 사라진 시루의 모습을 보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그날 이후, 아들은 수시로 시루의 입 안을 들여다보며 이빨이 빠진 자리를 확인하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이번에는 시루의 아랫니가 하나 더 빠진 것을 확인했다. 이 작은 이빨이 언제 어디에서 빠진 것인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우리는 한동안 사료를 잘 먹지 않았던 이유가 혹시 빠진 아랫니 때문이 아니었는지, 빠진 이빨은 어디로 갔는지, 왜 이빨이 빠졌는지 등 여러 가지 궁금증과 추측들을 쏟아내며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시루도 어느덧 9살, 이제 노견의 나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작은 증상 하나에도 우리의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다행히 시루은 여전히 신나게 잘 뛰어다니고, 초롱초롱하고 간절한 눈빛으로 간식을 달라고 하며 사랑스럽게 행동한다. 시루의 나이를 생각하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면서도 건강에 큰 문제 없이 잘 지내주는 시루의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사실, 시루를 키우기 전까지 우리 가족은 반려동물을 애지중지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심지어 강아지를 가족처럼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과하다는 생각마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루가 우리 가족이 된 후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은 완전히 달라졌다. 작은 몸짓 하나, 눈빛 하나에도 우리 마음이 움직였고 매일매일 사랑받고 사랑을 주는 기쁨을 깨닫게 되었다.

시루는 우리에게 단순한 반려동물이 아닌 소중한 가족의 일원이다.

이빨 소동이 벌어진 이후 시루는 윗 앞니와 아랫니 하나씩 뼈졌지만, 여전히 사료나 간식을 잘 씹어 먹으며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시루와 함께하는 시간이 언제까지일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함께하는 날들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였으면 좋겠다.

시루가 우리 가족에게 기쁨과 행복을 선물했으니 우리도 시루에게 그만큼의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 시간이 흘러 시루가 우리 곁을 떠난다 해도 함께 만들어간 소중한 추억들이 우리 마음에 남을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 더욱 사랑으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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