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나 블로그에 글을 쓸 때면,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들은 당연히 내 것이라 믿었다. 누군가의 책을 읽다 마음에 남은 구절, 어딘가에서 스쳐 지나간 인상적인 말들.. 그런 표현들이 내 기억 속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가 글을 쓰는 순간 어느새 내 문장이 되곤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장들은 내 감정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마치 내 이야기인 듯 글에 옮기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내 글을 읽더니 슬쩍 한마디 건넸다. ‘이거 어디서 본 문장 같은데?’ 그 순간, 나는 마치 숨기고 있던 비밀이라도 들킨 듯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 아무리 짧은 문장이라도 창작과 모방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무심코 넘는 순간, 그 책임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흔히 창작을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뚝딱 만들어내는 특별한 능력처럼 여긴다. 하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내가 만든 줄 알았던 문장들 속에는 언젠가 읽고 들었던 말들, 누군가의 감정, 오래전 스쳐간 이미지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창작이란 마법처럼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온 기억과 경험, 그리고 감정의 조각들이 얽히고 섞이며 그 위에 나만의 색이 덧입혀지며 비로서 완성되는 것이다.
문제는 문득 떠오른 그 한 줄의 문장이 진짜 나만의 영감인지, 아니면 무의식중에 베껴낸 모방인지조차 스스로도 분간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그래서 우리는 창작을 할 때, 그 모호한 경계를 넘지 않기 위해 한 단어, 한 문장을 신중하게 써 내려간다. 음악 한 곡을 듣거나, 사진 한 장을 보거나, 책 한 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것들은 어느새 기억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내 글 속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다. 결국 내 안에 쌓인 수많은 말과 이미지들 사이에서 나만의 감정을 찾아내는 그 과정 자체가 곧 '창작'이 아닐까 싶다.
저작권은 단순히 법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창작물을 존중하고, 자신의 창작에 책임지는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단어 하나를 놓고 수없이 고쳐가며 만들어낸 문장, 캔버스 앞에서 밤을 지새우며 완성한 한 장의 그림, 수없이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해 완성한 음악의 한 소절... 이 모든 결과물에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시간과 노력이 담겨 있다. 그런 창작물을 허락 없이 가져다 쓰는 일은 단순히 법을 어기는 것을 넘어, 창작자가 들인 시간과 열정을 아무런 대가 없이 훔치는 일이다. 비록 그것이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출처가 분명한 문장은 반드시 인용을 남기고,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활용할 때는 미리 허락을 구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려고 한다. 또한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자료를 찾아 활용하는 것 역시 글을 쓸 때 내가 스스로에게 정한 하나의 원칙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는지를 분명히 밝히려는 태도다. 그런 태도야말로 글을 쓰는 사람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라고 믿는다.
타인의 창작물을 존중하는 태도는 결국 내가 쓴 글 역시 누군가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저작권을 지킨다는 것은 내 글이 누구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약속이며, 이를 지키려는 책임감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기본적인 예의이자 윤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