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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도 나처럼 복잡하겠지!

by 조정미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첫 순간은 대개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흔히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방식으로 상대를 보려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관계가 깊어질수록 기대와 현실 사이의 차이가 드러나고, 그 사이에서 실망이나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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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려려니’와 ‘아님 말고’라는 마음의 태도다.


‘그려려니’는 사람을 다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받아들이는 따뜻한 여유다. 가끔은 상대의 말투나 행동이 쉽게 이해되지 않아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예전 같으면 머릿속에서 ‘왜 저럴까?’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겠지만, 이제는 굳이 답을 찾으려 애쓰지 않는다. 그럴 땐 그저 “그려려니”하고 한 걸음 물러서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이건 포기나 체념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받아들이며 굳이 모든 걸 이해하고 해석하려 들지 않는 마음의 여유이고, 보이지 않는 속사정까지 억지로 들춰내려 하지 않는 타인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다. ‘그려려니’하고 마음의 여백을 하나 남겨두면, 관계는 덜 복잡해지고 내 마음은 덜 지치게 된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그 누구도 모두를 이해할 수는 없다. 또한 나 역시도 모두에게 온전히 이해받을 수는 없다. 정해진 답이 있는 관계는 없고, 그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조금씩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려려니'로 상대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아님 말고'로 기대를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이 두 마디는 타인을 향한 너그러움이자,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막이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관계 앞에서도 우리는 ‘그러려니’와 ‘아님 말고’라는 마음으로 담담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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