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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으면 또라이만 편해지는 세상

by 조정미

물리학에는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개념이 있다. 물질이 아무리 형태를 바꾸고 반응하더라도 그 총질량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물리학의 개념이 인간관계에도 적용된다. 회사에서 또라이가 나가면 또 다른 또라이가 들어온다는 것으로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또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마치 세상의 중심이 자기 자신인 타인의 감정이나 상황에는 무신경하다. 오직 자기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다른 사람의 어려움이나 불편함엔 ‘그럴 수도 있지’라며 가볍게 넘겨 버린다. 설령 누군가 자신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감정일 뿐이라며 가볍게 넘겨버린다.


반면, 남을 배려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불편을 드러내지 않고 남의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부담이 될까 늘 조심하며, 자신이 불편해도 말없이 참는 경우가 많다.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원인을 밖에서 찾기보다는 ‘혹시 내가 뭘 잘못했나’라며 습관처럼 자신을 탓하곤 한다.


우리는 가끔 ‘또라이’라고 부르는 자기중심적인 사람들로 인해 불편한 감정이 있어도 관계가 틀어지는 게 싫어 차마 드러내지 못하고 참아낸다. 나의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면 괜히 예민한 사람처럼 보이거나 분위기를 깨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올까봐 결국 참는 쪽을 선택한다.


진짜 문제는 조용히 배려하는 사람이 많은 곳일수록 오히려 제멋대로 구는 사람 하나가 더 눈에 띄고 큰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누구도 불편하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평온해 보이지만, 그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고 말하지 못한 사람들 마음 속 어딘가에 쌓여간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마음속에만 담아둔 것은 아무리 진심이어도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려든 불편함이든 드러낼 때 비로소 서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그 위에 진짜 관계가 시작된다.

감정을 감추기만 해서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힘들고 불편한 감정은 겉으로 표현해야 상대에게 전해진다. 조용한 배려는 때때로 무시되기 쉽고, 그 자리를 목소리 큰 사람이 차지하기 마련이다. 남에 대한 배려가 없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일수록 말이 많고, 무례함마저 자신감처럼 포장한다.


참는 것이 모두를 위한 배려라고 믿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배려는 결국 그 불편함을 만든 사람에게만 더 편한 세상을 만들어줄 뿐이다. 힘든 감정은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고 억울함은 꾹 눌러놓는다고 정리되는 게 아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배려 받아야 할 사람들만 상처 입게 된다.


배려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한 사람만 계속 마음을 내어주면, 그 관계는 결국 한쪽으로 기울게 된다. 조용히 참아온 마음은 어느 순간 지쳐버리고 아무리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라도 혼자만의 몫이 되면 오래가지 못한다.


불편한 마음을 솔직히 꺼낼 수 있고 그 마음을 받아주는 배려가 있을 때 비로소 관계는 건강하게 이어질 것이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 실제로 존재한다 해도, 그들이 관계의 중심을 차지하지 않게 하는 일은 참아왔던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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