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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와 우리 가족의 특별한 소통법

by 조정미

반려견 시루가 가족이 된 이후, 우리 집에서는 말보다 행동과 눈빛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독특한 언어가 생겼다.

처음 시루가 집에 왔을 때만 해도 나는 그의 작은 움직임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작은 신호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시루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표현 방법은 바로 '앞발 툭툭'이다. 책상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 발밑에서 내 다리를 툭툭 치는 게 느껴져 고개를 숙여 책상 아래를 내려다보면 나를 쳐다보는 시루의 애절한 눈빛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 왜? 뭐 해줄까?" 하며 앞발로 나를 치는 이유를 알려고 했지만, 이제 나는 시루의 눈빛이 보내는 의미를 알고 꽤 능숙하게 반응한다. 장난감을 물고 와서 내 다리를 툭툭 치면 ' 놀아줘'라는 분명한 메시지이다. 이럴 때면 나는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거나 산책을 나간다. 이런 시간이 반복될수록 시루는 '앞발 툭툭'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표현하고, 나는 시루만의 언어에 더 능숙해져 갔다.

한 번은 간식을 꺼내놓고 깜빡한 적이 있었다. 정신없이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앞발로 치며 칭얼거리는 소리까지 냈다. ' 아, 간식을 잊었네! 우리 시루 똑똑하다~'웃으며 칭찬과 함께 간식을 주자 그제야 만족한 듯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흔들며 기쁨으로 화답하는 시루...

잠자리에 들 때도 시루와의 의사소통은 계속된다.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있으면 작은 앞발이 이불 위를 툭툭치고 내가 이불을 살짝 들어 올려 공간을 만들어주면 시루는 기다렸다는 듯이 쏙 들어와 내 품에 안긴다. 따스하고 보드라운 시루의 털이 나를 간지럽히며 어느새 눈을 감고 잠이 든 시루의 숨소리를 들으며 나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곤 한다. 이불속에서 나와 시루는 조용한 교감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가족들이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오면 시루는 소파 팔걸이 위에 올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에는 그곳이 편한 자리인가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곳에서 우리의 칭찬을 기다린다는 걸 안다. ' 오늘 하루 씩씩하게 혼자 잘 기다렸는데 잘했지?'라는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면 그런 시루에게 '잘했어! 우리 시루'라고 말하며 칭찬 간식을 준다. 그러면 시루는 또 한 번 신이 나서 꼬리를 힘차게 흔들어 댄다.

때때로 으르렁거리거나 짖기도 하지만 이것이 꼭 불만을 나타내는 건 아니다. 장난스럽게 으르렁대면 심심하니 함께 놀아달라는 표현이고 짧고 경쾌하게 짖으면 우리가 함께 있어서 기쁘다는 표현이다. 나는 이제 시루의 짖는 톤으로도 그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완벽하게 모든 걸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가 보내는 작은 신호 하나하나에 관심을 갖고 반응하다 보니 우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반려견의 행동과 눈빛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 자체가 바로 서로 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더욱 깊게 만드는 과정인 것 같다.

반려견과의 소통은 서로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

말이 아닌 행동과 눈빛으로 나누는 교감은 때로 더 깊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우리 가족은 앞으로도 시루가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놓치지 않고 더 많은 순간들을 함께 하며 행복한 교감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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