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죠작가 May 22. 2022

볼펜 찾아 삼만리

#20220522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볼펜은 무인양품의 육각 6색 볼펜이다. 실제 쓰는 건 검정, 빨강, 파랑이 대부분이지만 적당히 두꺼운 것이 손에 잘 잡히고, 단순함 그 자체인 디자인은 어디다 두어도 은은한 멋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걸 회사에 두고 온 것이 아닌가?


다른 때는 몰라도 일기 쓸 때만큼은 '꼭' 무인양품 6각 볼펜이어야 하는데, 회사를 다시 갈 수도 없고 참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좀 특이한 모양새의 펜을 사자고 생각했고, 오늘의 약속 장소인 합정역에서 볼펜을 구하겠노라 다짐했다. 어쩌면 새로운 느낌의 볼펜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잠시

결국 2시간 동안 볼펜을 사기는커녕 그냥 구경만 실컷 하다가 나왔다.


나라는 사람이 이 지경에 이른 건, 막연한 기대 때문이다. 막연히 더 나은 것, 더 마음에 드는 것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 생각해보면 이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는 게, 지금 누릴 수 있는 가치를 뒤로 미루는 것과 다름이 없다. 어차피 세상에 100%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리 지금의 내 눈에 완벽해 보이는 물건, 사람도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고, 환경이 변하면 만족감은 변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아는데도 막상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한 채 미루다 결국 시간만 가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걸 억지로 살 수는 없는 법 아니겠는가? 아쉬운 대로 오늘은 그냥 샤프로 일기 쓰고, 내일부터는 다시 나의 사랑스러운 볼펜으로 일기를 써야지. 

작가의 이전글 모든 것은 변한다. 그러니 우리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