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족과 노래방은 인연이 없다. 사춘기 이후에 가족들끼리 단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았다고 말하는게 정확하다. 내 목소리를 보이는 것, 특히 그 대상이 가족이라 더 어려웠던 것 같다. 어떤 감정과 방식으로 표현하고 느끼는지 공유하는게 참 민망하고 낯선 일이었으니까. 가끔은 숨기려는 것들이 예기치 못한 순간에 드러나기도 한다.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엄마와 나 그리고 누나는 자주 가는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한다. 창문으로 보이는 동전노래방의 간판, 엄마는 항상 언젠가 가보자 하셨지만, 우리는 늘 집으로 향하곤 했다. 엄마에게도 나와 비슷한 민망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어김없이 집으로 갈 줄 알았는데, 한 번 가보자시던 엄마의 말. 나는 당황하지 않은 척, 노래방으로 방향을 틀었다.
동네 구석에 위치해서 그런가. 앳된 학생들이 많았다. 적어도 10살은 어린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이상한 기분이었다. 와선 안 될 곳을 비집고 들어온 듯했다.나조차 어색한 이 곳, 늙은 나의 엄마는 어떻게 느꼈을까. 그때 물어볼 걸.. 후회 하나가 쌓였다.
엄마의 첫 곡은 정수라님의 ‘어느날 문득’ 여태 지나온 삶이 모두 아픔이고, 아직도 나를 몰라 방황하는 노랫말로도 충분히 서러운데. 엄마의 모습이 날 더 아프게 했다. 노래방 반주가 익숙치 않아 밀리는 박자와 음정, 여유 없는 몸짓과 꽉 쥔 주먹, 부름보다는 외침에 가까운 소리가 마음을 헤집었다. 헤아릴 수 없는 마음과 고민이 그대로 스며들었다. 완벽한 노래가 아님에도 말이다. 그리고 몇 곡의 노래와 몇 번의 눈물을 삼켜냈다. 듣기 힘든 소리들마저 사랑했다. 그 외침을 놓치지 않으려 나는 이 순간을 계속 상키시켰다.
마지막 곡으로 정은지님의 ‘하늘바라기“를 불러 드렸다. 언젠가 노래가 좋은데 슬프다며 글썽이던 그녀를 위해서. 그리고 두 손을 꼭 붙잡으며 마무리했다. 다음에 또 오자는 약속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