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사람들이 낯선 언어들을 뱉는다. 나는 모르는, 다른 분야의 이야기.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차창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온갖 빛이 거리를 메워도 겹치지 않는 건물들. 그 사이 얕은 틈새에 겨우 껴있는 기분, 할 수 있는 거라곤 입을 다무는 것뿐. 앞 좌석의 두 사람은 내가 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모든 낱말들을 주워 담았다.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아는 ㅇ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목적지까지의 30분, 내게는 아득했던 시간이 두 사람에게는 풍족한 교류의 장이었을까. 그랬다면 오히려 다행이었을까.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 보려 했지만, 카페에서도 대화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과 나 사이, 비어있는 시간을 뒤쫓기만 할 뿐, 동행할 수는 없었다. 돌아오는 길도 마찬가지. 대화 위에 표류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없었다. 내가 살아온 1년 6개월이란 시간 동안 그들도 그들 자신의 1년 6개월을 보냈구나. 새삼스럽고 당연한 감정이 익숙지가 않다. 어지러운 냄새가 난다. 나는 창을 내려 숨을 깊게 쉬어본다. 그러곤 내뱉는 첫 말.
‘환기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