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죠작가 Nov 03. 2023

환기가 필요해.

익숙한 사람들이 낯선 언어들을 뱉는다. 나는 모르는, 다른 분야의 이야기.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차창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온갖 빛이 거리를 메워도 겹치지 않는 건물들. 그 사이 얕은 틈새에 겨우 껴있는 기분, 할 수 있는 거라곤 입을 다무는 것뿐. 앞 좌석의 두 사람은 내가 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모든 낱말들을 주워 담았다.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아는 ㅇ이야기가 나올 때까지. 목적지까지의 30분, 내게는 아득했던 시간이 두 사람에게는 풍족한 교류의 장이었을까. 그랬다면 오히려 다행이었을까.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 보려 했지만, 카페에서도 대화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과 나 사이, 비어있는 시간을 뒤쫓기만 할 뿐, 동행할 수는 없었다. 돌아오는 길도 마찬가지. 대화 위에 표류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없었다. 내가 살아온 1년 6개월이란 시간 동안 그들도 그들 자신의 1년 6개월을 보냈구나. 새삼스럽고 당연한 감정이 익숙지가 않다. 어지러운 냄새가 난다. 나는 창을 내려 숨을 깊게 쉬어본다. 그러곤 내뱉는 첫 말.


‘환기가 필요해‘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