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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작가 Feb 13. 2024

새벽의 불청객

10년 전 고등학생 때의 일이다. 매일 새벽 3시가 되면 익숙한 듯 잠에서 깨어 창 밖을 확인하곤 했다. 푸르스름한 새벽, 낮게 울리는 소음 그리고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사람들. 누군가가 버려둔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웅- 소리를 내며, 짐칸을 내리면 쓰레기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떠난다. 10분 남짓한 시간이  지나면 나도 다시 잠을 청하곤 했다.


새벽의 불청객들. 나는 내일 아침을 살아야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불편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방해받지 않고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누군가 나를 깨울 때 두 팔 벌려 환영할 사람은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새벽의 불청객을 좋아했다. 내심 기다렸던 것 같다.  낮은 음으로 일하는 그들을 가만히 바라 본 건, 아직은 내일이 멀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 새벽은 자신들의 시간이니까 안심해도 된다고, 오늘의 불안을 기꺼이 넘겨 달라며 손 내밀어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다시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타지생활을 시작하고 부터는 (당연하게도) 나를 깨우는 낮은 소음은 들을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아주 가끔 새벽의 불청객을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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