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옆자리의 남자는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보려고 본 건 아닌데 괜히 흘끗거려 보는 두 눈엔 글의 이름이 걸린다.
데이트 일지, 이 남자 꽤나 애틋한 글을 쓰고 있구나. 아주 골똘히.
기지개도 켜기 힘든 월요일 아침, 아주 빼곡히도 적힌 일지들.
누가 시작한 걸까 궁금해하다 글에 맺힌 싱그러움을 그려 보았다.
이미 흩어진 순간을 한 줌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의 어깨 위로얇은 미소를 지불해보았다.
덕분에 다른 아침을 맞이했어요.
하지만 보려고 본 건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