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죠작가 Jul 31. 2022

사유의 방

#20220625

여름이 채 오지 않은 6월의 25일, 국립중앙박물관.

저의 눈을 사로잡은 포스터 한 장이 있었습니다.


'사유의 방'이라는 제목과 함께 두 점의 불상이 나란하게 있던,

포스터는 저를 홀리기에 충분히 신비로웠습니다. 

그렇게 일본에서 왔다는 미륵불상을 보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어둑하고 아득한 입구는 적막만이 가득했습니다. 저의 발소리가 소음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숨을 죽이며, 전시장으로 들어섰던 저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더군요.


<사유의 방>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노력만이 

공간의 여백을 가득 매우고 있었습니다.


불상과 같은 공간에 있는 나를 느끼고, 사유하는 것이 아닌

불상과 같은 공간에 있는 나를 남기기 위한 목적만이 존재했고,

더 이상 그 곳에 있고 싶지 않았습니다.


공간이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색채가 달라지곤 합니다.

하지만 <사유의 방>만큼은 오로지 사유만을 위한 공간으로 남아있기를 바랐습니다.

생각의 소음으로 가득찬 사람들이 잠시나마 정적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빨리 떠나라며 등떠미듯, 셔터는 쉴새없이 울렸으며

저는 도망치듯 그 곳을 빠져나와 다음 행선지로 발을 옮겼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숨쉬듯 가볍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