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죠작가 Nov 28. 2022

우연히, 비올레뜨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20221127

살면서 처음으로 향수라는 것을 사보았습니다.

그의 이름은 "비올레뜨". 저흰 아주 우연히 만났답니다.

정확히 3주 전 일요일. 삼청동 골목길을 우연히 지나가다 받은 시향지가 운명의 시작이었죠.


여태껏 맡아보지 못한 새로운 질감에

"비올레뜨"라는 이름처럼 신비로우면서도 익숙한 향은

보랏빛의 형상이 은은하게 머릿속을 채우게 만들었어요.

처음이었어요. 향수가 사고 싶어진 건.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이내 곧 사라져버릴, 만질 수도 없는 걸 비싼 돈을 주고 산다는 것이.

내 몸에 냄새 입자를 머무르게 하는 것이 얼마 큼의 의미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납득할 만큼의 매력적인 향을 만나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이제는 어렴풋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찰나의 시간 동안 머물러가는 입자에 불과할 지라도

내가 좋아하는, 뿜어내고 싶은 그 분위기를 담아내고 싶은 마음.

스쳐가는 누군가에게 나를 남기고 싶은 욕심.

영원할 순 없다고 할 지라도 내 곁에 두고 싶은 간절함을요.


그 마음을 느껴보니, 우연의 연속으로 발견한 비올레뜨가 뜻밖의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비올레뜨를 몸에 새기면,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처럼

나의 생각을 바꿀 우연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비올레뜨와 함께 길을 나섭니다.

새로이 만날 무언가를 꿈꾸며


매거진의 이전글 스물 여덟번째 크리스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